차별이 교리? 경계 넘어선 예수의 환대적 사랑을 묻다

그리스도교 단체 연대체, 평등세상 8주간 포럼 ‘세상을 바꾸는 여름’ 시작

2021-06-29     김수나 기자

차별 없는 평등 세상을 향한 그리스도인들의 논의가 시작됐다.

천주교와 개신교 등 그리스도교 10개 단체의 연대체인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준)’(이하 평등세상)은 8주 연속으로 포럼 ‘세상을 바꾸는 여름’을 진행한다.

첫 포럼은 28일 ‘혐오가 어떻게 도덕이 되는가’를 주제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온라인 중계와 현장 참여로 열렸다.

평등세상은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담보하는 그리스도교 복음의 회복, 사랑과 환대의 공동체”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포럼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사회를 맡은 정경일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원)은 “사회로부터 혐오당하는 사람들이 교회를 피난처로 삼고 의지해야 하지만, 안타깝고 부끄럽게도 소수자, 약자들이 교회에서 받은 혐오를 사회에 호소하고 있는 도착된 현실”이라면서 “교회가 혐오의 생산자이면서 유포자가 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첫 발제는 김지혜 교수(강릉 원주대)가 ‘종교적 신념으로 차별해도 되는가’를 주제로, 미국 그리스도교계 학교의 인종차별, 영국 상담기관 직원의 성소수자 상담 거부 사건, 호주의 성소수자 청소년 프로그램 단체에 대한 그리스도교계 시설의 대관 거부 등을 통해 살폈다.

개교부터 흑인입학을 금지한 골드스버러 기독교 학교(Goldsboro Christian Schools), 2000년까지 인종 간 데이트, 결혼도 금지한 밥 존스 대학(Bob Jones University) 등 미국 그리스도계 학교들은 성경과 종교적 신념에 근거한 차별 사례다. 문화적, 생물학적 인종 간 혼합은 성경에 어긋나며, 인종 구분은 하느님의 섭리라는 근거 아래 차별 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했다.

김 교수는 “종교는 진리와 구원을 얻었다는 믿음을 주고, 사상과 문화를 풍요롭게 하며 공동체적 도덕성의 근거가 된다”면서 “하지만 깊은 종교적 신념은 타인을 강제하거나 박해하는 근거가 되거나 자신의 믿음과는 다른 존재를 제거하는데 이는 종교의 양면성으로 지적된다”고 설명했다.

종교적 믿음과 신념이 개인이나 공동체를 넘어 국가의 통치 원리가 될 때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보편적,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종교의 속성상 필연적으로 독재와 억압체제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대 민주주의 사회는 정교분리 정책을 채택하고 절대적, 초월적 신성이 아닌 시민의 안전과 복지, 중립적 세계관으로 공존과 자유를 보장한다.

김 교수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종교에 의한 차별금지를 명시하는 헌법을 들며, 한 개인이 내면적 신앙을 가질 권리는 절대적 권리이지만 어떤 종교 행위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무종교 인구가 절반이 넘는 한국 사회에서는 타인의 권리 존중과 종교에 의한 차별금지가 중요한 문제다.

김지혜 교수(강릉 원주대). (사진 제공 =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준))

차별행위가 정말 종교적 교리인가?

그는 특히 성소수자와 관련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정말 합당한지 물으며, 두 사건을 꼽았다. 하나는 2010년 성적 지향에 기반한 차별금지정책을 채택한 영국의 한 상담기관에서 상담사가 자신의 종교적 이유를 들어 동성커플 상담을 거부해 직위 해제되자 고용상 종교차별이라 주장했던 사건이다. 다른 하나는 2014년 호주에서 청소년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단체가 CYC(Christian Youth Camps)에 대관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한 사례다.

영국 사법부는 재판에서 동성커플을 거부한 상담사의 주장을 “단지 특정 신앙에 의해 지지된다는 근거로 특정한 실체적인 도덕적 입장을 법적으로 보호하거나 선호하는 것은, 아무리 그(종교) 전통이 길다 해도 심각하게 원칙에서 어긋나는 것”이라고 봤다.  또 “우리는 모든 사람이 단일한 종교적 신념을 공유하는 사회에 살지 않는다"며, "어떤 종교의 율법이, 자신들의 종교적 근간의 힘을 사용해, 다른 종교보다 일반법에서 더 크게 들릴 수 없다. 만일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이로써 버려진 사람들은 시민 이하의 존재가 될 것”이라고 기각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차별행위가 정말 종교적 교리인가, 어떤 집단을 차별할 종교적 자유가 있는가”라고 묻고, “동성애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타인이 성적 지향을 표현하지 못하게 할 의무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 없다. 또 신약이 죄인을 포함해 차이에 대한 관용을 요구하는 것에 비춰 볼 때 진정한 종교적 행위라고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종교를 이유로 다른 구성원들의 평등과 존엄성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종교 내부 영역을 차별금지법 적용에서 제외할 때 생길 문제도 지적했다.

현재 차별금지법 논의는 다른 종교를 차별해선 안 되며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일치하지 않아도 인류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원칙과 차별금지법이 각 종교의 순수한 영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정도의 합의에 이르렀다. 그러나 “종교 공동체를 차별금지법에서 제외할 때 종교 내부에 있는 소수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란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종교도 한 사회이며 분명히 권력 구조가 존재한다”면서 “일반 사회보다 차별이 더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게 하는 종교 내부의 제도적 구조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과제라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박상훈 신부, 김동규 연구원, 김혜령 교수, 김지혜 교수. (사진 제공 =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준))

자격과 경계, 시대의 혐오를 넘어선 예수의 환대적 사랑
차별금지법, 지금 만나야 할 이웃은 누구?

김혜령 교수(이화여대)는 성경에서 예수가 포용하고 환대했던 이웃들, 그가 지키려 했던 가치를 재해석하고, 현재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싸고 교회가 보여 주는 혐오의 태도를 비판했다.

김 교수는 한 사회가 절대적, 보편적이라고 여기는 도덕이 실은 시대의 지배구조를 지키는 데 쓰이고, 혐오 역시 시대와 문화가 만들어내고 사회의 안정을 위해 강화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유대 사회에서 예수는 이러한 도덕과 혐오의 속성을 간파하고, 당시 유대인들이 가진 ‘우리는 옳고 저들은 틀리다’는 도덕을 흔들었다.

예수는 율법이 당연히 도와야 할 이들로 규정하고,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인정한 고아와 과부보다 당시 도덕과 종교법으로는 구제될 수 없는 이웃들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 줌으로써 율법의 경계를 허물었다.

김 교수는 “만약 예수가 그 시대가 듣고 싶어 했던 고아와 과부를 도우라는 이야기만 하고 다녔다면 처형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예수는 유대 사회가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친구로서 다가갔기 때문에 유대 사회를 흔들어 놓은 것으로 비춰졌다. 당연히 도와야 할 이들이 아니라 누구나 죄인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을 직접 고치고 죄인이 아닌데도 죄인으로 불렸던 이들을 일상생활로 복귀시켰다”고 설명했다.

비합리적 편견에 기대 병자들을 공동체에서 추출하고 혐오했던 유대 사회에서 예수는 병자들을 치유했고, 세리, 음행한 여인, 성난 군중, 탕자처럼 누가 봐도 죄인에 속하는 이들을 용서하거나 그들이 스스로 죄를 고백하게 함으로써 다시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잘못된 인식 때문에 도움받을 자격을 박탈당한 이들까지 포용하는 사랑이었다.

특히 유대인들이 지배자인 로마인들보다 더 혐오하고 적대했던 사마리아인을 대하는 예수의 모습은 유대인이라는 범위, 우리라는 경계선 밖에 있는 타자를 향한 예수 사랑의 가장 핵심을 보여 준다. 예수는 경계를 넘어 옳고 그름을 새로 구성하면서 지금까지 그르다고 판단했던 이들까지 포용했다.

김 교수는 예수가 만났던 다양한 이웃들을 현재의 어떤 사람들과 연결해 낼지가 과제라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한국 교회 다수의 보수적 지도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이 이토록 경직되고 완고한 태도에서 한 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예수 공생애의 핵심인 환대적 이웃 사랑에 대한 이해가 매우 빈곤하고, 예수의 다양한 이웃들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내는 데 나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차별과 혐오로 생명까지 위협받는 사람들을 살리자고 만든 법에, 많은 교회가 가부장적 가족제도와 교권적 교회질서를 지켜야 한다며 조직을 총동원해 어깃장을 놓고 있다”면서 “이는 예수 시대 유대 지도자들의 행태나 종교개혁기의 가톨릭 지도자들의 행태와 전혀 다르지 않다.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혐오의 도덕으로 낡은 질서를 방어하기 위해 대중을 겁박하며 선동하기에 여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토론자 (왼쪽부터) 박상훈 신부, 김동규 연구원. (사진 제공 =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준))

이어 김동규 연구원(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과 박상훈 신부(예수회)가 토론에 참여했다.

김동규 연구원은 “적지 않은 수의 중도적 그리스도인, 그러면서도 진보적 시각을 일정 부분 가지고 있다는 복음주의적 그리스도교 진영은 적극적으로 차별이나 혐오를 하려 하지는 않지만, 이 주제와 관련해서 적극적 변화를 꿈꾸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검찰개혁, 검찰총장 퇴진 국면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진 바 있는데, 차별금지법 제정 국면에서는 모두 조용하다. 이 괴리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라고 물으면서 “스스로 진보적이라는 여론 주도층들이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진영이 아닌 친구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훈 신부는 “하느님은 인간의 참된 행복을 바라시므로 인간 복리나 참된 행복에 기여하지 않는 교회는 있을 이유가 없다”면서 “문화를 조작하거나 선도한다면서 대학이나 언론 등 상징 권력을 만드는 집단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교회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 집단이 권력에서 빠져나가기 쉽지 않기 때문에 밑으로부터 운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에서는 환대의 윤리학으로서 성서 해석, 차별과 혐오의 대상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인식 점검, 공무원과 정치인들의 종교적 중립 의무, 차별금지법의 교회 내 적용 문제, 차별금지법에 대한 가짜뉴스 대처 방법, 교회 도덕의 결정권이 목회자에 집중된 문제, 종교 내부의 성차별 등 다양한 문제가 논의됐다.

한편 이번 포럼은 다음의 일정으로 6월 28일부터 8주 동안 매주 월요일마다 진행된다. 참여는 현장과 온라인 모두 가능하며 각 포럼마다 문자 통역, 4주차에는 수어 통역이 제공된다.

공동으로 이번 포럼을 마련한 평등세상에는 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NCCK인권센터,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나눔의집협의회, 무지개예수, 무지개신학교,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청어람ARMC, 혐오와차별을반대하는감리회모임이 참여하고 있다.

<1차> 6월 28일, 혐오가 어떻게 도덕이 되는가?
• 강연 | 김혜령(이화여대), 김지혜(강릉원주대)
• 토론 | 김동규(에라스무스/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 박상훈(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 사회 | 정경일(새길기독사회문화원)

<2차> 7월 5일, 환대와 연대의 길을 걷는 사람들(특별좌담회)
• 토론 | 이동환(기독교대한감리회 영광제일교회), 임보라(한국기독교장로회 섬돌향린교회), 오세찬(무지개신학교), 하늘(성소수자부모모임), 김근주(기독연구원 느헤미야)
• 사회 | 자캐오(성공회 용산나눔의집·길찾는교회)

<3차> 7월 12일, 섹슈얼리티와 젠더 : 페미니즘과 퀴어신학 이야기
• 강연 | 백소영(강남대), 유연희(퀴어신학아카데미)
• 토론 | 김정혜(젠더와정의연구회), 나영(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오수경(청어람ARMC)
• 사회 | 정혜진(기독여민회)

<4차> 7월 19일 장애와 몸 : 갇히지 않는 삶
• 강연 | 김도현(노들장애학궁리소), 이문희(전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
• 토론 | 이진희(장애여성공감), 유진우(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 사회 | 정다빈(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5차> 7월 26일, 이주민과 난민 : 우리는 모두 이주민이다
• 강연 | 우삼열(아산이주노동자센터), 정혜실(차별금지법제정연대)
• 토론 | 존스 갈랑(오산이주민센터), 이현서(화우공익재단)
• 사회 | 자캐오(성공회 용산나눔의집·길찾는교회)

<6차> 8월 2일, 노동과 가난 : 소외와 불평등을 넘어서
• 강연 | 최형묵(천안살림교회), 소준철(한국학중앙연구원)
• 토론 | 정용택(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손은정(영등포산업선교회), 김희석(평화누리)
• 사회 | 전남병(기독교사회선교연대)

<7차> 8월 9일, 차별금지법 이후 교회를 말하다
• 강연 | 홍성수(숙명여대), 박한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 법)
• 토론 | 이병주(기독법률가회), 김희룡(성문밖교회), 이수연(새맘교회), 조진선(성가소비녀회)
• 사회 | 장예정(천주교인권위원회)

<8차> 8월 16일 세계교회와 차별금지법(특별좌담회)
해외교회 ‘웰커밍 미니스트리(Welcoming ministry)’ 사례 나눔
• 발표 | 신승민(NCCK)
• 토론 | 에큐메니칼 파트너쉽
• 사회 | 김민지(NCCK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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