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주교회의, 피난민 구호 “인도적 회랑” 촉구
소수민족 지역 전투 격화, 피난민 몰린 교회에도 포격
미얀마 주교회의가 내전 위기 속에 굶주리고 있는 피난민을 돕기 위한 “인도적 지원 회랑(연결 경로)”을 보장해 달라고 호소했다.
주교회의는 소수민족 지역의 수많은 사람, 특히 노인과 어린이들이 격화되는 전투를 피해 집을 떠나 정글 속으로 피난한 뒤 굶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교들은 11일 서한을 발표하고, “굶주리는 이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접근할 수 있는 인도적 지원 회랑을 허용해 주기를 모두에게 간청한다. 이들은 우리 국민이며 식량과 안전을 얻을 기본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서한에는 주교회의 의장인 찰스 보 추기경과 사무총장인 존 사우야우한 주교를 비롯해 모두 13명의 주교가 서명했다.
이들은 또한 모든 관련자가 성역의 권리와 예배 장소의 신성함을 존중해 달라고 촉구했으나, 특정 무장단체를 가리키지는 않았다.
주교들은 많은 사람이 안전을 찾아 교회와 정글로 몰리고 있는데, 최근 로이카우 교구에서 교회 3곳이 포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전시에도 지켜지는 성역의 국제규범을 준수해 달라. 교회, 절, 수도원, 이슬람사원, 학교, 병원은 전투 중에도 피난할 수 있는 중립 장소로 인정된다.”
“이런 장소들이 공격받지 않도록, 이런 곳에 피난한 이들이 보호받도록 호소한다.”
주교들은 갈등으로 갈가리 찢긴 이 나라를 하느님이 돕기를 기도하면서, 전국의 각 교구에서 단체나 개인 차원에서 날마다 성체조배와 묵주기도를 하면서 모든 이의 마음에 자비가 깃들기를 청하도록 촉구했다.
“그 누구도 (지난 수십 년간의) 내전에서 승자는 없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 일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인간 존엄은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진 것이며 그 어떠한 폭력이라도 인간 존엄을 향한 사람들의 열망을 없앨 수 없다.”
한편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미첼 바첼레트는 미얀마 전역에서 폭력이 급증하고 있으며 더 큰 생명 손실과 커지는 인도적 위기를 막기 위해 이 흐름을 끊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바첼레트 고등판무관은 11일 “그동안 걱정해 왔던 바, 무력 충돌을 비롯한 여러 폭력 사태가 카야 주, 친 주, 카친 주를 비롯해 미얀마 여러 지역에서 격화되고 있다. 특히 소수민족과 소수 종교인이 많은 곳이 그렇다”고 말했다.
그녀는 정부군이 공습을 포함해 중화기를 계속해서 쓰고 있으며, 그 대상에는 무장 단체뿐 아니라 민간인과 그리스도교 교회 등 민간 재산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바첼레트는 믿을 만한 보도들을 보면 정부군이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써 왔으며 로이카우, 페콘, 데모소 등의 민간 주택과 교회를 포격하고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접근을 막았다고 말했다.
“카야 주에서는 지난 3주 사이만 해도 10만 8000명이 넘는 사람이 집을 떠나 피난했으며, 상당수는 아무 음식, 물, 보건 없이 밀림 속으로 숨었다. 이들은 지금 인도적 지원이 긴급히 필요하다.”
“(쿠데타가 나고) 겨우 지난 4달 사이에 미얀마는 취약한 과도적 민주주의에서 인권 재난 상황으로 변했다.”
한편, 로이카우 교구의 카리타스(카루나) 회장인 알로이시오 테트 트웨 아웅 신부는 도로 봉쇄와 제한이 많아지면서 피난민들에게 구호품을 전해 주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쌀을 비롯한 물가가 높아졌으며 쌀은 도로 봉쇄 때문에 카야 주로 수송할 수 없다.
아웅 신부는 <아시아가톨릭뉴스>에 “지금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으며, 이 상태가 이어지면 피난민들이 기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이카우에서는 노인, 병자, 여성, 아동들이 피난처를 구해 본당 건물과 기숙사, 수녀원, 진료소, 낡은 교회 등으로 도망쳐 왔다고 말했다.
페콘 카리타스 회장인 조셉 체트 린은 로이카우 교구는 식량, 방수포, 의약품을 제공할 긴급대응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1일 카렌족 반군인 카렌인민방위군이 샨 주의 보이에에서 경찰들을 죽인 뒤 카야 주와 샨 주에서는 군경과 반군 사이의 전투가 심해지고 있다.
유엔의 인권전문가인 톰 앤드루스는 “군부정권의 폭격과 포격을 피해 밀림으로 달아난 10만 명 가운데 상당수가 지금 군부정권에 의해 식량, 식수, 의약품이 차단된 상태에서 앞으로 많은 사람이 기아, 질병, 유기 등으로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 난민기구에 따르면, 카친 주, 카렌 주, 친 주, 카야 주, 샨 주에서는 지난 2월 1일 쿠데타가 일어난 뒤로 17만 5000명이 넘는 사람이 피난했다.
쿠데타 뒤로 군경에 의해 최소 860명이 죽었는데, 대부분 쿠데타 반대 시위대다.
미얀마는 중심부에 주로 사는 버마 족이 다수를 차지하며, 주변부에는 주로 소수민족들이 산다. 소수민족들의 독립, 또는 자치 문제는 버마가 1948년에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할 때부터 주요 문제였다. 또한 그리스도교 선교사들은 불교 정체성이 강한 버마 족이 아닌 소수민족을 주 선교대상으로 삼았기에, 미얀마의 가톨릭, 개신교 신자들도 이들 소수민족이 많다.
기사 원문: https://www.ucanews.com/news/myanmar-bishops-seek-humanitarian-corridor-amid-starvation-fears/9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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