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천주교인권위 등, “특정 조항 뺀 선택적 차별금지법은 차별 조장법”

2021-05-21     김수나 기자

그리스도인들이 20일 국회와 정부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대한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차별금지법제정연대, NCCK인권센터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조항을 뺀 선택적 차별금지법은 차별 조장법과 다르지 않다”면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차별금지법은 ‘그 누구도 예외 없는 모두를 위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그리스도인들은 “한국 개신교와 천주교 일부가 차별금지법을 우려,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들이 모든 그리스도인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오히려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과 대표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성명을 통해 입법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장예정 활동가(천주교인권위원회), 김민지 목사(NCCK 인권센터), 이동환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 영광제일교회), 임보라 목사(퀴어성서주석 번역출판위원회, 무지개예수), 자캐오 신부(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정의평화사제단), 정경일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차별이 아닌 평등, 혐오가 아닌 사랑을 복음의 진정한 가치로 믿고 실천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지난해 7월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 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성명’(80여 개 단체와 개인 1000여 명)에 동참했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도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회의 법 제정 노력은 지지부진하고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는 이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며 연대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다시 한번 호소한다”고 말했다.

대한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 정의평화사제단, 천주교인권위원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NCCK인권센터가 20일 국회 앞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사진 제공 = 천주교인권위원회)

이들은 다음의 신앙고백을 근거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첫째, 우리 그리스도인은 모든 존재가 거룩하신 신의 피조물이라는 창조신앙을 고백합니다.

둘째, 우리가 따르는 예수님의 복음은 우리가 ‘옳다’고 믿는 도덕이 누군가의 생명과 인간다운 삶을 위협할 때 도덕을 넘어 사랑을 선택하게 합니다.

셋째, 우리 그리스도인이 신의 말씀이라 믿는 성서는 각 시대 사람들의 실존적 상황에서 새롭게 해석되어 새롭게 선포되어야 할 ‘살아 있는 말씀’이며 기쁜 소식입니다.

이어 이들은 “부끄럽게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에 그 어느 종교보다 앞장서 온 그리스도교가 이제는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집단으로 여겨져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신이 주신 이성과 지혜로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사랑의 길을 바르게 깨닫고 걸어가는 믿음의 사람들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은 국회와 정부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라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특정한 차별금지 요소를 제외’한다거나, 헌법적 가치인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넘어 특혜로 여겨질 수 있는 ‘특정 영역의 적용 예외’를 인정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기를 강력히 요청한다”면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적 합의’라는 수사 뒤에 숨어 시대적 사명과 과제를 방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번 그리스도인들의 촉구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지난 4월 15일부터 매주 목요일 진행하는 차별금지법 입법 촉구 행동의 하나로 진행됐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 6월 장혜영 의원 등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차별금지 사유를 ‘국가인권위원회법’을 기본으로 삼아 구체화했는데,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 신분 등”이다.

지금까지 발의된 차별금지법 가운데 가장 폭넓게 차별 사유를 규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계 일부가 종교,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의 사유가 교리와 어긋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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