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교리교사' 직무 신설
일정 기준 따라 '남녀 모두' 수여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11일, 어린이 등 타인에게 신앙의 근본을 가르치는 이들을 위해 가톨릭 교회 안에 새 공식 직무를 둔다고 발표했다. 이 직무는 “깊은 신앙과 인간적 성숙함을 지닌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열려 있다.
교황은 이날 발표한 자의교서 ‘유서 깊은 직무’(Antiquum Ministerium)에서 '교리교사'의 새 직무를 설정하고, 이미 세계 각지에서 신앙의 교사로 봉사하고 있는 이들은 '그렇게 하라'는 영적 소명을 경험하고 있으며 각자의 공동체에서 지도자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성령께서는 남성과 여성으로 하여금 그리스도교 신앙의 아름다움과 선함, 진실함을 발견하기를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다가가 만나도록 부르고 계시다”고 자신이 교리교사라는 새 직무를 공표하는 바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을 지원하고 사회의 변환에 기여할 능력이 있는 평신도 직무들을 인정함으로써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 일은 사목자들의 임무다.”
가톨릭 교회에서 교리교사는 신앙의 핵심 원칙들을 가르치는 이들이다. 그리스도교 초기에는 사제나 수도자가 맡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자원봉사를 하거나 가톨릭 학교 또는 본당에 고용된 평신도인 경우가 많다.
이 문서를 통해, 평신도 교리교사들은 각자의 교구에 소속된 교역자 역할이 공식 설정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역 교회에 주어진 봉사의 안정된 형태”라고 한 바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경신성사성이 교리교사 직무 설정의 예식을 “곧 발표”할 것이며, 교리교사들은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적절한 성서적, 신학적, 사목적, 그리고 교육학적 양성”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각 지역 주교회의에게 이 새 직무를 “실제로 유효하게” 하고, 이 역할에 “필요한 양성 절차와 이 직무를 받을 수 있는 표준 범주”를 결정하도록 맡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에 교리교사라는 새 직무를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주도록 결정한 것은 그가 지난 1월 가톨릭 평신도 여성 또한 가톨릭 교회 안에서 독서직(독서자)과 시종직(복사)으로 공식 임명될 수 있다고 명시한 지 얼마 안 되어 내린 것이다.
여성들은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을 비롯한 각지에서 이미 독서자와 복사로 활동해 오고 있었으나 교회법상 이러한 역할을 여성이 하는 것은(남성이 부족하다든지 하는) 여건상 임시적인 것이었으며, 각 교구 주교의 결정에 달린 것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교황이 된 뒤 8년간 교회의 지도부와 여러 직무에 여성을 더 많이 포함시키려고 애를 써 왔으며, 동시에 여성의 사제 서품을 금지한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결정을 여러 차례 재확인해 왔다.
그는 아마존 지역 주교시노드에서 여성을 부제로 서품해 달라는 청이 있었지만 지난해 이에 대해 답하기를 거부함으로써 초대교회의 여성 부제 관습을 되살리려던 이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현재 가톨릭 교회는 성직자는 남성에게만 허용되며, 성직자 계급은 주교, 사제, 부제로 구성되는데 근대 이후 부제직은 사제가 되기 전의 단기적 단계일 뿐이었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 개혁에 따라 종신 부제직이 신설되기도 했다.
이번 자의교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초대교회는 “남성과 여성에 의해 수행된 여러 다양한 형태의 직무들이 있었다. 이들은 성령의 일하심에 순종하고, 자신들의 삶을 교회 건설에 바쳤다”고 했다.
“성령이 세례받은 이들에게 끊임없이 부어 주는 은사는 가끔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즉각 봉사하는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구체적 형태를 취하며, 공동체를 위한 불가결한 디아코니아(봉사)라는 모습으로 인식된다.”
교황 바오로 6세가 교황교서 ‘일부 직무’(Ministeria Quaedam, 1972)를 발표해 각국 주교회의가 자기 지역 안에서 교리교사의 직무를 공식화하도록 교황청에 요청할 수 있도록 했지만, 교리교사의 직무는 보편교회 차원에서는 설정되지 않았다.
이번 자의교서에 대해 열린 5월 11일의 교황청 기자회견에서,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는 교리교사의 직무를 공식화한 것은 “중요한 혁신을 알린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한 직무를 설정한다는 것은 그 은사를 받은 이가 공동체에 올바른 교회적 봉사를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또한 현재 교리교사로 활동 중인 모든 사람이 새로 설정되는 교리교사 직무를 공식으로 받게 되지는 않을 것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에 봉사하려는 의지를 내포한, 성소적 차원이다.” “직무란 것은 개인에 대한 감사의 차원에서 수여되는 것이 아니며, 교구장 주교가 교리교사의 존재가 필수라고 평가하는 지역교회에 주어진 (교리교사의) 봉사에 대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교서에서 교리교사 직무의 설정이 즉각 발효된다고 밝혔다.
그는 자의교서 끝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서 ‘교회 헌장’에서 다음 구절을 인용하며, 주교와 사제들에게 이 새 직무로 봉사하는 평신도와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목자들은 그리스도께서 세상을 향한 교회의 구원 사명 전체를 자기들이 독점하도록 세우신 것이 아니며 오로지 모든 이가 나름대로 공동 활동에 한마음으로 협력하도록 신자들을 사목하고 그들의 봉사 직무와 은사를 인정하는 것이 자신들의 빛나는 임무임을 안다.”(‘교회 헌장’(인류의 빛), 제2차 바티칸공의회, 30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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