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구 노동사목, 노동자 주일 심포지엄

4.28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위험은 아래로 흐른다"

2021-04-29     배선영 기자

5월 2일 '노동자 주일'을 맞아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안전한 노동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과 우리의 실천”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28일 진행한 심포지엄에서 김혜진 상임활동가(불안전노동철폐연대)는 바로 이날이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라며 발표를 시작했다.

1993년 4월 10일 타이에 있는 한 인형 공장에서 난 화재로 노동자 188명이 사망했다. 당시 노동자들이 불을 피하지 못한 이유는, 노동자들이 인형을 훔쳐갈 것을 의심한 사측이 공장 문을 밖에서 잠갔기 때문이다. 1996년 4월 28일 유엔 ‘지속가능한 발전위원회’ 회의에서 각 나라 노동조합 대표들이 이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해 촛불을 든 것을 계기로 이날을 추모의 날로 정했다.

김혜진 활동가는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의 안전은 아직 권리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위험이 아래로 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양병원, 콜센터, 택배 물류센터 등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고, 자신의 권리를 말하지 못하고, 노동 강도가 세며,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주로 발생했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36.8퍼센트, 프리랜서와 특수고용직의 38.5퍼센트가 코로나19로 실직을 경험해, 정규직 노동자 4.2퍼센트와 큰 차이를 보였다.

4월 28일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20회 노동자 주일을 맞아 노동자의 안전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배선영 기자

산재사망 사고는 5인 미만 사업장(35.4퍼센트)과 5-49인 사업장(45.6퍼센트)에서 주로 일어난다. 김 씨는 “언제라도 해고당할 수 있어 위험 작업을 거부할 수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 위험시설을 바꿀 수 있지만 책임지지 않는 원청, 위험에 대해 영업비밀이라면서 알려주지 않는 기업과 정부, 안전에 관한 정책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구조가 노동자를 위험에 빠트리고, 죽음을 아래로 흐르게 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대재해법 외에도 생명안전기본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명안전기본법은 안전이 기본권임을 규정하고, 사고가 났을 때 피해자 권리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예방, 사고 대응, 재발 방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멈춰 있다. 

이런 제도 개선 외에도 시민 각자의 성찰도 필요하다. 그는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중요하다”며 “노동자의 안전과 시민의 안전이 별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이익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그 기업은 고객, 소비자의 생명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가 반복되는 상황에 대해  그는 “새벽 배송을 받기 위해 누군가는 밤에 일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며, 목숨이 중요하고, 내가 불편하더라도 괜찮다고 말하는 시민들이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많은 노동자가 산재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대부분 말조차 하지 못한다며, 교회가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안전한 사회로 바뀌려면 말을 해야 하는데, 교회가 용기를 내도록 곁에서 북돋아 주고, 기댈 수 있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우 신부(인천교구 이주사목위원장)는 가톨릭 교회의 관점에서 바라본 노동의 의미를 짚고, 안전한 노동 환경을 위한 방안을 이야기했다.

“그들의 의무 가운데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각 노동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가들과 고용주들이 대체로 명심해야 할 원칙은 자신의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곤궁한 자들과 불쌍한 자들을 억압하고 이웃의 비참을 이용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신법과 실정법이 모두 금한다는 사실이다. 정당한 임금을 착취하는 것은 하느님께 복수를 호소하리 만치 중대한 과오이다.”(‘새로운 사태’, 교황 레오 13세, 1891)

김 신부는 ‘새로운 사태’ 외에도 ‘노동하는 인간’(교황 요한바오로 2세, 1981), “간추린 사회교리”를 인용하며, 고용주의 의무, 노동자의 권리 등을 설명했다.

그는 정부, 지자체의 감독으로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으며, “사업체는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노동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노동의 숭고함을 자각하며 일해야 사고율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5월 2일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노동자 주일 기념 미사를 봉헌한다. (이미지 출처 =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토론자의 발언도 이어졌다. 돌봄 노동자인 하경자 씨(가톨릭 노동장년회 회장)는 코로나19 이후 돌봄 노동자의 일자리가 더욱더 위태로워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데도, 저임금에, 경력도 인정받지 못한다며, “안정한 고용이 보장되고, 품위 있는 노동자로, 노년을 책임지는 노동으로 돌봄 노동이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영대 씨(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은 교회가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김혜진 활동가의 말에 공감한다며, “지금 교회는 들려오는 약자의 소리에도 민감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대재해법이 만신창이가 돼서 (국회에서) 통과되는 동안, 주교회의 차원에서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은 것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신앙인이 세상의 일과 자신을 연결하는 것을 교회 안에서 배우면 좋겠다며, 교회가 교육을 마련하지 않으면, 신자들 스스로 신앙 모임을 해도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심포지엄은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한 참여자가 댓글로 “노동자의 안전 문제는 우리 곁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신자들의 일”이라고 했다. 그는 경비 노동자와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는데, 본당에서 레지오 활동을 하는 이들 가운데 경비 노동자가 많다는 걸 알았다며, 교회 안에서 이 문제를 이야기하고 함께할 방법을 찾자고 했다.

한편,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5월 2일 오전 10시 30분 노동자 주일 기념미사를 봉헌한다. 인천 노동사목위원회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으로 함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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