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얀마의 봄을 응원합니다”
제주교구, 미얀마 민주화 및 제주4.3 73주년 기념미사
제주교구가 15일 미얀마 민주화를 기원하고 제주4.3 73주년을 기념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이 미사에는 교구장 문창우 주교가 주례하고 교구 사제단이 공동 집전했다. 각 본당에서 참례한 평신도들과 제주에 사는 미얀마 청년 15명, 베트남 청년 7명도 함께했다.
문창우 주교는 강론에서 교회 안에서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비롯해 전국 교구에서 미얀마에 대한 연대가 이어지고 있듯이, 제구교구도 사순시기 헌금을 미얀마에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구체적인 행동을 계속해서 이어 가길 당부했다.
또한 그는 중문에서 벌어진 일들을 비롯해, “제주 인구의 10분의 1이 희생됐고, 2살 난 어린아이부터 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일가족이 함께 집단 총살된 비극이 많았다”고 제주4.3의 참상을 설명했다.
문 주교는 올해 제주4.3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을 이야기하며, 제주4.3 해결과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기대했다. 그러면서 그는 “질곡을 넘어 제주4.3의 부활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제주4.3이 오늘날 미얀마에서 재현되고 있다”며, 700명 이상이 국가폭력으로 쓰러져 희생된 미얀마의 현실이 73년 전 제주도민의 상처와 아픔이기에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미얀마가 겪는 골고타 언덕은 73년 전 제주4.3, 그리고 41년 전 5.18 광주가 걸었던 바로 그 길”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런 차원에서 제주4.3은 현재진행형”이며, “미얀마와 제주가 함께 걷는 십자가 여정에서 부활의 밝은 빛을 함께 마주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미사에서는 미얀마 청년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승협 신부(이주사목위원장)는 많은 매체에서 미얀마 소식을 접하지만 “직접 미얀마 국민의 목소리로 간절한 호소를 듣는다면 우리 모두의 마음이 뜨거워질 것”이라며, “미얀마 청년들이 직접 말하는 미얀마 상황에 우리 모두 귀 기울여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언에 나선 미얀마 양군 출신 청년은 2014년 제주에 왔고 지금은 막걸리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미얀마 산하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저의 가족과 이웃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며 “여러분의 관심과 기도로 우리 미얀마 민주주의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인사하고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의한 탄압의 민주화 시위 현장은 1948년 4월 3일의 제주이고 1980년 5월 18일의 광주”라면서, “미얀마 군부의 명분 없는 가혹한 탄압은 미얀마 모든 사람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무참히 짓밟은 잔혹한 만행”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얀마 국민은 지난 총선에서 민간 정부를 지지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진전을 앞당겼다. 모든 사람은 무자비한 폭력을 통한 군부 권력의 통치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뒤이어 현성훈 신부(정의평화위원장)가 성명을 발표했다.
현 신부는 성명에서 “제주교구 정평위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평화를 추구해 온 국제사회와 올바른 양심과 형제애로 연대하는 세계 모든 이와 함께 참 평화를 주러 오신 주님과 함께 미얀마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위 현장에서 벌어지는 무차별적 폭력을 당장 멈춰야 한다. 또한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행동하고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억압하는 폭력도 당장 멈춰야 한다”면서 “국가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권력들은 언제나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작용해야 정당한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73주년을 맞은 제주4.3을 언급하면서 “제주도 역시 미얀마처럼 공권력의 무참한 폭력에 의한 아픔과 고통의 시간을 겪어 왔다. 하지만 고귀한 희생을 거름 삼아 어두움을 걷어내고 모든 이가 함께하는 참된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신부는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호소와 연대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생명과 평화 그리고 모든 이가 자유와 정의를 위한 길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성명 발표 뒤에는 미사 참례자 모두 세 손가락을 들어 올려 “우리는 미얀마의 봄을 응원합니다,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합니다”라고 거듭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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