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님의 수난을 기억하는 이유

3월 28일(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이사 50,4-7; 필리 2,6-11; 마르 14,1-15,47

2021-03-25     유상우
(이미지 출처 = Unsplash)

기나긴 이번 주일 복음을 묵상하고 난 뒤에 제 눈에 들어온 한 문구가 있었습니다. ‘주님의 수난기를 봉독한 다음 경우에 따라 짧은 강론을 한다. 또한 잠깐 침묵할 수 있다.’ ("로마 미사 경본", 주님 수난 성지 주일 22항) 너무나 길고 구체적으로 서술된 주님 수난의 여정을 읽었기에 묵상을 도울 수 있는 짧은 강론이나 침묵으로도 충분하리라는 생각이 아닐까 합니다. 저 역시 이 긴 복음을 마주하신 여러분께 성주간을 시작하며 묵상할 수 있는 짧은 이야기를 드려 볼까 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억하면서 살아갑니다. 그 내용이 기쁘고 즐거운 일이면 좋겠지만 슬픈 일 또한 기억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삶입니다. 긍정적인 기억은 다시 한번 희망을 갖게 하지만 부정적인 기억이 문제가 됩니다. 그 기억이 나를 힘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많은 경우 기억을 잊기 위해 무리한 행동들을 하게 되지요. 크고 작은 의미로 기억을 잊기 위한 행동들은 우리의 몸과 영혼을 상처 입게끔 합니다.

우리는 오늘 주님의 수난을 기억합니다. 좋은 것만 기억하면 될 텐데, 이번 한 주간 교회는 그분의 아픔을 기억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주님의 수난과 죽음이 단순히 절망으로 끝나지 않음을 우리가 알기 때문입니다. 그 끝에는 새로운 빛과 희망이 있음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아픈 과거에 대한 회상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우리가 아픔을 기억하는 이유는 나 역시 똑같이 아프고 힘들어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 아픔을 통해서 무언가 긍정적이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이지요. 주님의 아픔을 기억하는 성주간, 이유 없이 나 스스로를 무거움에 가두기보다는 주님의 수난을 통해서 내가 새로이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청하시면 좋겠습니다.

유상우 신부(광헌아우구스티노)

부산교구 감물생태학습관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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