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하느님 나라를 일구는 여인들 –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사도직 변천사”
“하느님 나라를 일구는 여인들”,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사도직 변천사 집필팀, 분도출판사, 2021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조선에 진출한 1888년부터 한국 천주교 여자 수도회 132년 역사를 돌아보다.
여자 수도자들이 한국 사회와 교회를 위해 어떤 모습으로 존재했는지 보여 주는 이 책은 본당, 사회복지, 의료, 미디어, 여성 등 13개 사도직 중심으로 여자 수도회의 변천사를 시대별로 기록했다.
한국의 근현대사 속에서 여성 사도직의 모습을 보는 작업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함에 있어 꼭 필요한 일이다. 이 책은 2015년 축성 생활의 해를 계기로 시작한 수도 생활 연구의 결실이며, 여러 수도회의 집필자들이 모여 공동으로 작업했다. 이 작업으로 “수도회들이 여성 수도자로서의 정체성과 소명 의식을 북돋우고, 여자 수도회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책은 앞으로 여자 수도회의 도전과 과제를 사도직별로 제시했는데, 지난 역사를 돌아보며 깊은 성찰을 기반으로 한 코로나19 이후 수도 생활에 대한 제언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 책 속에서
“한국 여자 수도회의 의료 사도직은 1888년 프랑스 선교수녀들이 조선 땅을 밟았을 당시 가장 절박한 필요로 여겨 시작되었다. 한국의 첫 선교수녀들 눈에 비친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절대 빈곤과 함께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으며, 그들의 희생과 봉사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따라서 수녀들의 의료 활동은 하느님 나라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에 동참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한국 사회의 절대적 요구였다.” 85쪽
“여자 수도자들이 대對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태도 표명을 시작한 사건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면서 1992년 12월 27일 서울 아현동성당에서 한국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1993년부터 여자 수도자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시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했다.” 260쪽
“1960년대부터 여자 수도회들은 정의를 사랑의 또 다른 이름으로 여기며, 인간 삶의 현실과 신앙의 영역을 연결된 차원으로 이해하고, 노동, 인권, 환경, 평화 등 제반 문제에 경계 없이 넘나들며 연대해 왔다. 이 과정에서 고정된 기관 중심의 사도직을 벗어나 협력과 연대의 가능성이 열리고 기동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때로는 이미 세상 안에서 이슈화된 곳에 한발 늦게 다가가 집회 참석에만 치중하는 한계도 있었다. 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 활동을 힘 있게 지속하려면, 왜 수도자들이 이 사안에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지 스스로도 그 의미를 헤아리고, 신자들을 포함하여 사회에서 소통 가능한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 이에 각 수도회의 풍요로운 영성 전통과 역사 안에서 길어 올린 고요한 언어, 신앙의 언어를 가지고, 마주한 현안을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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