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이 문재인 정부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4대강 난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창조주가 몇만 년을 가꾸어 온 소중한 작품을 송두리째 파괴했다. 박근혜 정부는 소위 규제 완화와 산지 관광 활성화란 명목으로 전국 70퍼센트에 달하는 산악 지역에 각종 호텔과 리조트, 골프장을 건설하고자 했고, 그 첫 시도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건설사업이었다.
그리고 2019년 강원도 양양군은 다시 설악산국립공원 남설악 지역에 시간당 825명이 탑승하는 3.5킬로미터 길이의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해 원주지방 환경청장에게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요청했다. 그해 9월 원주지방환경청장은 사업 시행이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양양군에 ‘부동의’를 통보했다. 그러자 사업자 양양군은 원주지방 환경청의 ‘부동의’가 잘못되었다며 12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1년 뒤인 2020년 12월 29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취소' 청구에 대한 행정심판에서 중앙행심위는 양양군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 결정은 국립공원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잘못된 판단이었고, 개발세력이 불순한 의도로 행정심판을 악용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최악의 판결이었다. 어떻게 지구 어머니를, 그 숨결이 담긴 국립공원을 심판 운운하며 인간의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가. 설악산국립공원은 세계자연보전연맹(ICUN)에 의해 국제적 인증을 받은 ‘보호지역’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유네스코 생물권 보호지역이다. 따라서 국가가 가지고 있는 공동선의 의무 가운데 다음 세대의 자연 향유권의 권리마저도 빼앗은 잘못된 결정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 상업, 지역 활성화란 명목의 근시안적 접근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착취되는 현장을 이미 보았다. 더 이상 천연기념물 설악산을 그저 활용 가능한 잠재적 자원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설악산’이 ‘문재인 정부’다. ‘설악산’이 ‘환경부’다. ‘설악산’이 ‘우리’이기 때문이다. 설악산이 죽으면 문재인 정부도, 환경부도, 우리도 결국 죽을 것이다.
설악산은 강원도의 소유도, 양양군의 소유도 아니다.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설악산은 우리와 후손이 대대로 향유 할 귀중한 ‘자연문화유산’이자 국가 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171호로 남아야 한다. 천연기념물 설악산은 경제 활성화의 대상도, 천박한 자본의 투기 대상도 아니다.
이제 환경부는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서 추가 보완이 제출되면 이를 반드시 ‘부동의’ 처리해야 한다. 나아가 기후위기 시대, 생태계 보전과 다음 세대 자연 향유권이라는 공동선의 관점에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은 백지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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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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