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핵 사고 중대한 재앙, 은폐와 변명 안 돼”
월성 핵발전소 삼중수소 누출 등에 깊은 우려 계속된 사고에도 ‘문제 없다, 안전하다’ 반복하는 한수원 등 비판 안전한 탈핵, 지속 가능 에너지로 신속 전환 촉구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생태환경위원회가 경북 월성 핵발전소 삼중수소 누출 사고에 깊은 우려를 밝히고, 철저한 원인 규명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촉구했다.
지난 1월초 경북 월성 핵발전소 부지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고농도로 검출되면서 인근 지하 및 외부 유출 논란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두 위원회가 9일 성명을 냈다.
두 위원회는 끊임없는 핵발전소 관련 사고들은 “그동안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정부와 정치권이 어떠한 성찰과 쇄신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자, “핵발전소의 비가역적 위험성을 방치한 채, 인간 생명 존중과 생태계 보호보다 돈과 권력에만 매달리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라고 비판했다.
먼저 이들은 성명에서 월성 핵발전소 방사성 물질 누출과 관련한 심각성을 다음과 같이 짚었다.
-2012년 손상된 월성 1호기 차수막을 2018년에야 발견
-월성 2호기 관측정에서 다른 곳보다 더 높은 수준의 삼중 수소 검출
-월성 4호기의 사용 후 핵연료 집수정(2010년부터 4차례 보수)에서 감마 핵종(방사성 물질) 발견
-2016년 인근 주민 조사 시 아동과 청소년 9명 등 40명의 요시료에서 모두 삼중수소 검출
-최근 조사에서 발전소 인근 주민의 삼중수소 검출률이 대조 지역인 경주, 울산, 서울에 비해 60배 이상 높다고 나타남.
두 위원회는 이를 통해 “(방사성 물질의) 지하수 등 외부 누출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지만, 우리를 경악시켰던 것은 누구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 언제부터 얼마만큼 누출됐으며, 어디로 유출되고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수원과 원안위가 “사실 은폐”, “변명으로 일관”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1984년과 1988년의 월성 핵발전소 냉각수 누출 사고는 1988년 국정감사 때까지 은폐”, “1995년 월성 1호기의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는 1년 뒤, 2009년 월성 1호기에서 발생한 방사능 누출 사고는 한수원과 원안위의 은폐로 2014년이 돼서야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정평위와 생환위는 “끊임없는 비리 사건, 부실시공과 허술한 관리, 수많은 사고와 은폐에도, 한수원과 원안위는 ‘미안하다. 그러나 문제없다. 안전하다’라는 말만 반복”한다면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원자력은 안전하다’라는 신화가 붕괴됐는데도 국내 핵 관련 전문가들과 기관들은 아직도 그 신화와 폐쇄적인 전문성, 비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과 원안위가 “지배적인 에너지 공급, 막대한 자금력과 정치, 경제, 지역, 언론, 학계 등 우호 세력의 동조에 힘입어, 여전히 인간 생명과 안전보다는 과장된 경제성을 우선”하고, “윤리성, 정보의 투명성과 민주적 절차보다는 기술 관료주의와 집단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불법과 편법을 방치하고 은폐하며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어 “핵으로 말미암은 생태계 훼손은 결코 우리 세대와 한 지역 안에서 해결할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재앙”이라면서 “우리는 안전한 탈핵과, 지속 가능하고 재생 가능하며 모든 이에게 평등한 에너지로의 좀 더 신속한 전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계 수명이 끝나는 핵발전소 약속대로 폐쇄”, “한수원과 원안위 등 핵 관련 기관에 대한 개혁”, “모든 핵발전소를 대상으로, 민간이 참여하는 방사능 유출 등에 대한 조사와 후속조치”를 촉구했다.
그동안 주교회의 정평위는 꾸준히 핵발전소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해 왔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4주기인 2015년 3월 11일 성명을 통해 설계 수명이 끝난 월성 1호기 재가동 허가 결정에 대한 우려와 함께 현 세대 및 미래세대, 환경에 핵기술이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탈핵을 주창하는 독일, 일본, 캐나다 등의 가톨릭교회와 같은 입장임을 밝힌 바 있다.
또 “원안위에 안전성과 투명성, 민주적 원칙에 입각한 운영과 국민을 ‘운영의 동반자’로 받아들일 것을 권고”했고, “정부와 정치권에는 ‘미래 세대와 지역 주민의 안전’을 고려한 신에너지 체계와 ‘사용 후 핵연료 관리 정책 수립’을 요구”해 왔다.
한편 이번 월성 핵발전소 삼중수소 누출 사고와 관련해 한국수력원자력은 1월 9일 “일부 보도에서 71만 3000베크렐이 검출됐다는 내용은 주변 지역이 아닌 원전 건물 내 특정 지점에서 일시적으로 검출된 것으로 즉시 회수 처리해 (외부)유출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누출 원인 규명, 핵발전소 인접 지역에 대한 정밀 조사 등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성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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