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 김진숙 복직은 불의 바로잡기 위한 선결 과제
3개 종단 김진숙 복직 촉구 입장 발표
천주교, 개신교, 불교 3개 종단이 9일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 씨(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9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3개종교노동연대가 주최했으며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가 참여했다.
이들은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자인 김진숙 씨에 대한 “즉각적 복직 이행, 사측의 책임감 있는 결단”을 촉구하면서, “김진숙 노동자의 복직은 단순 노사분규가 아닌 오랜 세월 거대 자본, 권력에 맞서 인권을 지키고 정의와 평화를 지켰던 시대의 징표이자 의로운 헌신이었다”고 말했다.
또 “김진숙의 복직은 우리 사회의 불의함을 바로잡기 위해 선결되어야 할 과제”라면서, “정년을 한달여 남은 상황에서 형식적인 복직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35년간 부당함에 맞서다 겪은 고통에 대한 충분한 위로와 보호,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또 김진숙 씨의 복직이 이뤄지지 않는 이면에는 뿌리 깊은 노사간 불신과 갈등이 있다며, “사측의 부담도 이해하지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오래된 앙금과 같은 갈등을 지혜롭게 풀 때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하며, 국민과 정부에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서, 사측의 대승적 결단과 책임을 촉구했다.
김진숙 씨는 1981년 용접공으로 한진중공업(당시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했다. 그는 1986년 7월 사내에서 노동자 인권 유린과 복지 문제 등을 지적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가 대공분실에 끌려간 뒤 노동조합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사측의 잇따른 부당 인사 조치에 대해 출근 투쟁을 벌였지만, 사측은 출근을 막으면서 무단 결근으로 처리해 김 씨를 해고했다. 1987년 부당해고 소송을 냈지만 기각됐고, 해고 상태는 정년을 20일 앞둔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진숙 씨는 지난 35년간 해고자 신분으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노조탄압 등에 함께 저항해 왔으며, 2011년 1월 사측의 부당해고에 맞서 크레인에 올라 309일간 싸웠다. 결국 2012년 11월 해고된 이들은 모두 복직됐지만 김진숙 씨 홀로 끝내 해고자로 남게 됐다.
현재 김진숙 씨는 재발, 전이된 암으로 투병 중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이주형 신부는 “김진숙 씨의 정년이 불과 20여 일 남은 상황에서 복직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금전적 보상, 경영상 책임, 회사의 분위기 등 현실적 이유도 있겠지만, 결국 수십 년 노사갈등 속에서 빚어온 앙금 때문이라 여겨진다”며,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대립적 노사관계를 이제는 풀어야 한다. 풀지 않고서는 회사도, 사람도, 온전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신부는 “매각을 앞둔 한진중공업 임직원은 모두 어려운 시절에 마주했고, 한마음으로 그 어려움을 이겨내야 할 것”이라며, “노사의 협력과 상생은 기업회생의 필수 조건이며, 김진숙 노동자의 복직은 그런 화합과 상생, 변화와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진중공업 노동조합 이주경 부지부장은 “한 노동자가 35년 전 억울하고 잘못된 해고를 당했다. 그는 힘없고 말 못하는 노동자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살아왔고, 그동안 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아프고 뼈아픈 투쟁을 해 왔다”며, “우리의 현재를 지켜준 동지를 이제 우리가 지킬 것이며, 반드시 복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가 2009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김진숙 씨의 노조활동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고 한진중공업에 복직과 보상을 권고한 사실, 부산 시의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김진숙 씨의 복직을 촉구한 점 등을 들며, “이미 그의 노동운동은 민주화운동으로, 정당한 노조활동으로 인정하고 있는데도, 이병모 사장 한 사람만이 이를 모두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현재 김진숙 씨의 복직을 두고 “업무상 배임 소지”를 들며 거부하고 있다. 업무상 배임은 “회사 임직원이 업무에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얻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을 말한다. 김진숙 씨가 해고무효 확인 소송 등에서 패소했기 때문에 복직과 해고기간에 대한 임금, 퇴직금 지급이 “업무에 위배되는 재산상 이익”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노조, 금속노조 법률원 등은 다른 사업장의 합의 복직 사례를 들며, “합의에 따른 복직”은 이에 해당되지 않으며, 이는 오히려 부당한 해고에 대한 적절한 보상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진중공업 노조는 아침 출근 투쟁 170일, 천막 농성 22일, 단식 농성 15일을 맞으며 김진숙 씨의 복직을 위해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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