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를 티베트인에게!
중국정부의 무력진압에 항의하는 티베트의 친구들의 광화문 집회
지난 3월 20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거리에서 ‘티베트의 친구들’이 벌이는 집회가 있었다. 자발적인 시민들이 나선 티베트 학살 사건에 대하여 중국에 항의하는 피켓시위를 겸하였다. 40여명이 나선 목요일 집회에서 이들은 '티베트를 티베트인에게', 'Free Tibet', '티베트 학살 중단하라', 'Save Tibet'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나왔다. 이들은 행인들에게 티베트에서 발생한 사건에 관심을 보여달라고 청하고 사건의 진상을 알리고 있었다. 이 모임은, 지난 17일 월요일부터 매일 같이 이 집회를 열고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집회가 시작된 것은 한 시민의 발의에 따른 것이었다. 진용주씨(출판편집)는 지난 16일 아침에 티베트에 관한 기사를 읽다가 우리도 무엇인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 사이트 중에서 싸이월드의 ‘thinktibet.cyworld.com’에 글을 올렸다. “안녕하세요... 거의 이곳 정도만이 티베트에 대한 최소한의 '행동'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곳인 것 같네요. 티베트인들의 투쟁에 공감하고, 그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고, 그리고, 거기에 대한 중국 정부의 폭압과 학살을 저지하고 반대하기 위해, 최소한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몇 사람이라도 모여, 피케팅을 하거나, 촛불을 들거나, 서명을 받거나, 유인물을 나눠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같이 고민했으면 합니다.” 라는 타전이었다.
그 후로 티베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몇몇 시민들에게서 연락이 왔고, 나중에는 다른 시민단체에서도 연대의사를 표시하여, 갑작스럽게 광화문에서 집회를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첫날 <티베트의 친구들이 드리는 편지>를 행인들에게 전달하였다. 이 글에서는, “우연히 똑같은 것을 보고 웃거나, 똑같은 것을 보고 무서워하거나, 아니면 똑같은 순간에 똑같은 것을 보고 아름답게 느낄 수 있게 하소서.”라는 티베트의 기도문을 인용하며, “똑같은 뉴스를 듣고 함께 걱정하며 공감하는 우리가 되길, 그래서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아픔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기를 티베트 친구들도 바라고 있을 겁니다. 오늘 이렇게 우리가 작은 연대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티베트 친구들은 큰 위안을 얻을 것입니다. 티베트 친구들의 친구가 되어주지 않으시겠습니까?”하고 호소하고 있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아줌마’를 자처하는 분들과 티베트를 여행하고 온 방문자들과 학생, 화가 등 평범한 시민들이 아무 연고도 없이 인터넷 사이트의 호소를 보고 교보문고 앞으로 달려나왔다. 목요일 이날 집회에서는 참가자들이 한마디씩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리가 일제 통치하에서 고생한 36년을 기억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분도 계셨고, 한 여성은 울먹이며 “티베트는 단순히 여행하기 좋은 나라가 아닙니다. 그곳에도 꽃이 피어나고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곳에도 가족들이 있고 사람들이 사는 땅입니다. 그런데 중국정부가 탱크와 장비로 그들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힘이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가 응원해야 합니다. 그들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하였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버마인 조모아(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 집행위원)씨는 연대를 표명하며 “9월에 버마에서도 수많은 스님들이 고생하였습니다. 이런 일이 티베트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말로만 하지 말고 도와주세요.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말입니다. 티베트는 우리 아시아입니다. 버마도 우리 아시아입니다. 자유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합니다.”하였다. 이들은 “티베트! 티베트! 자유! 자유!”를 외쳤다.
다른 참가자는 이번 티베트의 봉기가 절망이 아니라 짓밟혀도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희망이라고 역설했다. 화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어느 참가자는 “어떤 결심이 나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이 자리에 서게 만들까?”고민했다면서, “더 가슴이 뜨거워야 하는 게 아닌가? 난 평화를 원하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인데, 말도 안 되는 폭력을 겪는 티베트인들을 보면서 분노를 느낍니다. 우리가 이렇게 촛불을 들고 잇는 것만으로도 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관심을 갖기로 했습니다. 티베트에 평화를!”
그리고 모임을 주도했던 진용주씨는 장예모 감독의 <영웅>이란 영화를 보면서 냉소적이었던 티베트 사람을 만났던 이야기를 건네면서, 티베트는 중국의 천하에 들어가지 않으며, 티베트는 티베트의 천하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들의 운명을 그들이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뒤늦게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티벳 승려 한분(남카 스님)이 방문하여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였다.
/한상봉 2008.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