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주형의 하늘땅물벗]쥐의 약삭빠름보다는

2008-11-20     맹주형

새해는 ‘무자년(戊子年)’으로 ‘쥐의 해’입니다. 쥐의 해는 예로부터 풍요와 희망과 기회를 상징했다고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쥐는 우리 생활 가운데에서 해가 크지만,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어려운 여건에서 살아남는 부지런한 동물로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쥐가 십이지(十二支)의 첫 동물이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있다고 합니다.

‘옛날에 하느님이 모든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그 선발 기준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정월 초하루에 가장 먼저 하늘의 문에 도착한 동물부터 그 지위를 주기로 정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동물들은 기뻐하며, 저마다 가장 먼저 하늘의 문에 도착하기 위해 열심히 수련하였습니다. 그중 소가 가장 열심히 수련을 하였는데, 이러한 동물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쥐는 도저히 작고 미약한 자신은 가장 먼저 도달함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는 가장 열심인 소에게 붙어있었습니다. 드디어 정월 초하루가 되어 동물들이 하늘의 문을 향해 앞 다투어 달려갔는데 소가 가장 부지런하여 제일 먼저 도착하였으나, 도착하는 바로 그 순간 소에 붙어있던 쥐가 뛰어내리면서 그 문을 가장 먼저 통과하였습니다. 결국 소는 분하였지만 둘째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쥐가 십이지의 첫머리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약삭빠르게 꾀를 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쥐의 모습을 보며 오늘날 세상의 모습을 봅니다. 꾀를 쓰고, 약삭빠름이 당연한 세상, 과정보다는 결과가 우선시 되는 세상이 아닌 가 생각합니다. 쥐의 해, 우리 신앙인들의 태도는 어찌 보면 정반대의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늘의 문에 도착하기 위해 약삭빠르게 대처한 쥐의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느리지만 과정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이 참된 신앙인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한 사람이 이렇게 하느님께 이렇게 묻습니다.
“하느님 당신을 뵙고 싶습니다.”
그러자 하느님은 말씀하십니다.
“진정이냐? 배고프고 외로운 이웃들, 농민들, 외국인 노동자들,
전쟁 난민들, 환자들, 감옥에 갇힌 이들을 만나보아라.
이들을 만나는 것이 바로 나를 만나는 것이거들!”
<‘말씀을 새긴다-전각성경’, 정호경 새김, 햇빛출판사, 2007년>

올 한 해, 세상은 더욱 빨라지고 쥐와 같은 꾀와 약삭빠름이 만연하여도,
우리 믿는 이들은 조금 느리고 더디더라도
스승이신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 깊이 새기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오 25,40)”

/맹주형 20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