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본 정평협 마츠우라 주교, 정진석 추기경 만나

2008-11-20     한상봉

한국을 방문 중인 일본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 회장인 마츠우라 고로 주교는 3월 10일 오전 10시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을 예방하였다. 마츠우라 주교는 일본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일본 정치인들의 움직임에 반대하여 일본정부의 군사력 보유 및 전쟁 포기를 규정한 평화헌법 9조를 지키고, 이러한 평화주의적 입장을 다른 나라에서도 관철시킬 수 있도록 호소하기 위하여 한국을 지난 7일 방문하여 강연회 및 미사를 집전하였다.

이날 마츠우라 주교는 다른 성직자, 수도자 및 일본 청년들과 함게 정추기경 집무실을 방문하여 뜻을 전하고 의견을 청취하였다. 이 자리에는 가톨릭인터넷언론 <지금여기> 외에 언론사 가운데 유일하게 <평화신문방송>에서만 참석하였다.

정진석 추기경은 대화에 앞서 일본말로 직접 듣겠지만, 민감한 사안인지라 오해를 피하기 위하여 답변을 한국말로 하겠으니, 통역을 바란다고 요청하였다.

이 자리에서 정추기경은 일본 평화헌법 수호의 필요성에 대한 마츠우라 주교의 말에 "전폭적으로 공감하지만, 일본 정치인 다수가 평화헌법을 개정하려고 한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한국 지도층의 한 사람으로서 그 문제에 대해 공적으로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하면서 "개인적으로, 주교의 한 사람으로서 마츠우라 주교의 의견에 전폭적으로 공감한다"고 하였다.

또한 "한국과 동북아시아의 역사적 관계에 대하여 모든 이가 똑같이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는 말을 다시 한번 한 뒤에, "중국 사람들은 전쟁으로 일본에게 상처를 받았고, 한국은 일본이 통치했던 시절이 있어서 국민들 사이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일본의)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많고, 한일관계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서 조심스러운 것"이라고 하였다.

한국과 일본교회에 관해서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과 일본의 주교들은 교감을 나눠 왔습니다. 한일 간에 주교들이 교류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같은 신앙을 가진 주교들로서 인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모범이 있는데, 폴란드와 독일교회의 관계입니다. 양국은 매일 싸우는 관계이지만, 양국 주교들 끼리 역사교과서를 같이 만들어 평화에 기여하고자 했죠. 그러나 독일과 폴란드 국민들 사이는 주교들이 기대한만큼 친해지지 않은 것 같더군요."라고 하면서도 "그렇지만 우리는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고 하였다.

이어서 독일 프랑스의 관계를 예를 들어가며 더 이야기하였다. "독일과 프랑스 관계는 EU, 유럽공동체를 통해 같이 가려고 하지요. 전쟁하지 말고 평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 동북아도 그리로 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하였다.

이어서 박기호 신부(예수살이공동체 대표)가 마츠우라 주교의 방문이 가진 의미를 설명하며, 평화헌법 개정 반대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도 일본에서 이뤄지는 이 운동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말하자, 마츠우라 주교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응답하였다.

이어서 박신부는 평화헌법 개정반대를 주장하는 <피스나인(peace9)>운동이 3인 1조로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방식을 채택하여 우리나라 소공동체 운동에도 좋은 참고가 되는 풀뿌리 운동이 된다고 설명하였다.

이번 예방에서는 더 이상 진전된 이야기는 없었으며, 자리를 마무리 하면서 정진석 추기경은 "평화신문에 기사가 잘 나갈겁니다."하는 말로 덕담을 대신했다. 이후 정추기경은 묵주를 일본 방문자들에게 선물하였고, 간단한 기념촬영을 하였다. 방문자들은 뒤이어 명동성당을 둘러보고 단양의 예수살이공동체 '산위의 마을'을 오후에 방문할 예정이다.

/한상봉 2008.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