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속, "적폐 청산, 자기 성찰 함께 해야"
최초의 여성 대통령, 그리고 가톨릭 신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 31일 구속된 데 대해 여러 천주교인들은 ‘적폐 청산’과 함께 ‘자기 성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가톨릭계 학교인 성심여중에 다닐 때 세례를 받았고 서강대를 졸업했으나 그 뒤로는 사실상 가톨릭 신앙생활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에서는 한 번 세례를 받으면 교회로부터 파문을 당하지 않는 이상, 원칙상 여전히 신자로 본다.
대구대교구 반야월 본당의 이승호 씨(다윗)는 박 전 대통령 구속 소식을 들으며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쌓인 적폐가 청산되기 시작한다는 느낌”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앞으로의 정치 상황에 대해 그는 “가장 먼저 할 일은 정의를 세우는 일”이라고 했다. 이 씨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 모든 분야에서 청산이 필요하지만,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정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씨는 “과거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지역의 보수정치인과 유착관계였던 것으로 안다”며 “가톨릭교회도 박정희 시대를 정리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과거가 쌓여 희망원 사태도 터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성연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상임위원(클라라)은 박 전 대통령의 잘못을 종합해 볼 때, 탄핵과 구속이 정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선거를 비롯한 국정 쇄신에 대해 “지금처럼 나라가 어수선할 때는 잘못된 사람을 쓰면 안 된다”며 “처음과 끝이 같고, 뒤집어도 같고, 안과 밖이 같은 사람이 나라 운영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베드로)는 박 전 대통령이 ‘율리아나’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라는 점에서, 그의 탄핵과 구속을 바라보는 신자들이 “복잡한 심경이 공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톨릭교회는 공동선을 강조하는데, (박 전 대통령이) 공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인간적, 신앙적으로야 위로 받아야겠지만, 정치인 박 전 대통령은 자기중심적이었고 스스로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솔직히 말하거나, 자신이 초래한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통합을 원하는 모습을 충분히 보이지 못했고, 오히려 반대의 길을 걷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착잡하다”고 말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3월 31일 새벽, 증거 인멸 등의 우려가 있다는 검찰측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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