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백남기 사건 청문회 방해 말라"

백민주화 씨, "책임자가 평화롭게 퇴임하는 것 납득 못해"

2016-08-04     정현진 기자

새누리당이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수용하지 않고 있어, 가톨릭농민회와 전농 등 시민사회단체가 청문회 참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8월 4일 오전 11시 서울, 대전, 충남, 전남, 경북 등 전국 9개 지역 새누리당사 앞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됐으며, 참가자들은 “새누리당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국회선진화법을 방패삼아 사실상 청문회를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며, “정권의 하수인이 아니라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한 정당이라면, 당장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충분한 자료로 고발된 이 사건은 이미 수사가 끝났어야 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검찰은 한 번의 고발인 수사를 제외하고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책임자인 경찰청장의 처벌과 대통령 사과는커녕, 문책 대상자들이 승진하는 상황을 8개월 째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국가가 국가이기를 포기하고 주권자인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한 심각한 상황을 두고 검찰이 조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민의를 대변해야 하는 국회가 나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면서, 새누리당이 여전히 박근혜 정권의 2중대로 거수기 역할을 자임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측은 범대위 측이 미리 대표단 면담을 공문으로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답변을 하지 않았으며, 이날 기자회견 뒤, 대표단이 면담을 위해 방문하겠다는 요청도 경찰을 통해 거부했다.

▲ 기자회견 뒤, 가족과 대표단은 새누리당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새누리당 측은 경찰을 통해 "안 된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정현진 기자

백남기 농민 생존 시간 불과 2-3주.... 조속히 청문회 열어야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

앞서 백남기 농민이 입원한 서울대학교 병원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 원내대표들은 국회 안행위 차원에서 청문회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으며, 여당이 참여하지 않아도 야당끼리 진상규명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새누리당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청문회 성사가 어렵고,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청문회를 관철할 것이라고 가족들에게 약속했다.

청문회가 더욱 절박해진 이유는 백남기 농민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중순부터 신장기능이 악화돼 한 차례 위기를 겪었으며, 현재 최종단계의 이뇨제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7월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백남기 농민의 가족들은 “아버지의 예상 가능한 생존 시간이 2-3주 밖에 남지 않았다. 천천히 죽음에 이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럽다”며, 청문회 개최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백남기 농민의 둘째 딸 백민주화 씨는 “생명존중이라는 인간의 기본적 소양을 요구하는 것이 새누리당에 그렇게 큰 요구인가”라고 물으며, “국가 폭력 사건에 대해 청문회가 따르는 것은 민주국가라면 당연한 일이며, 여야 국회가 나서서 도와줘야 할 사건”이라며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꼭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일상적으로 경찰이 국민을 진압하고 막아서는 뉴스가 이토록 많은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최소한 살인 미수, 곧 살인이라고 규정될 이 경찰 범죄의 최고 책임자가 평화롭게 명예퇴직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그날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을 위해 새누리당이 청문회에 뜻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 기자회견에 참석한 백남기 농민의 둘째 딸 백민주화 씨. 그는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고 싶다"며 청문회 개최를 촉구했다. ⓒ정현진 기자

강신명 경찰청장은 8월 중 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국회 안행위에서 야당 의원들이 제출하라고 요청한 백남기 농민 사건 관련 CCTV 영상, 내부 청문감사보고서 등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또 같은 날, 더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백남기 농민을 찾아 위로할 뜻이 있는가”라고 질의하자 “더 고민해 봐야 할 사항”이라고 답변하기도 했으며, 7월 29일 안행위 의원들의 요청으로 예정된 살수차 시연회도 “인체 모형을 대상으로 물대포를 쏘는 시연은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의 청문회 협조를 요청하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야3당과 함께 청문회에 동참해 달라”며, “한 농민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책임지지 않는 박근혜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할 것이 아니라면, (청문회에 참여해) 국민을 대변하는 정당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최종진 직무대행은 “9개월째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서 법에 호소하는 것은 아주 작은 상식이다. 이 마저도 가로막는 새누리당은 민중을 개, 돼지 취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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