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은 하느님 권한 침범"
필리핀 교회, 두테르테에 경고
2016-05-17 편집국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자에 대해 필리핀 교회 지도자들이 그의 사형제 부활 공약을 다시금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다.
두테르테는 오는 6월 30일에 취임한다.
발랑가 교구의 루페르토 산토스 주교는 “오직 하느님만이 생명을 좌우하신다. 하느님이 생명을 주시고 또한 거둬 가신다. 아무도 하느님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산토스 주교는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생명은 신성한 것이며 “힘을 주고, 존중하고, 보호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테르테는 당선 뒤 첫 기자 회견에서 특정 범죄들에 대해 사형제를 부활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내가 하려는 것은 의회에 교수형을 부활시켜 달라고 촉구하려는 것이다.”
그는 교수형으로 사형을 실시하면 범죄자들 사이에 두려움이 퍼질 것이며, 교수형은 “목뼈가 안에서 꺾이면 사실상 고통이 없기 때문에, 그저 불을 끄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두테르테는 다바오 시장이던 시절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 정책으로 “처벌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불법 마약, 청부살인업에 관여된 범죄자들, 그리고 “흉악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사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는 사형제도 부활에 반대해 왔다.
산토스 주교는 두테르테는 (범죄자를 줄이기 위해) 사형제를 부활하는 대신에 교도소 개혁을 시작하고 사법제도를 조사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파 대교구의 라몬 아르겔레스 대주교는 정부가 교수형을 부활시키면 자신이 자원해서 처형되겠다고 말했다. “그리스도도 그렇게 하지 않았나?”
그는 새 정부가 사형을 부활시키면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은 자비의 해에 무자비한 나라가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따라 2015년 12월 8일부터 2016년 11월 20일까지를 자비를 실천하는 “자비의 희년”으로 정하고 있다.
필리핀은 2001년부터 사형 실시를 중단했으며 2006년에는 1230명의 사형수를 종신형으로 감형했다. 이를 두고 국제 엠네스티는 “사상 최대의 사형 감형”이라고 반겼다. 한편, 한국은 지난 1997년 연말에 마지막 사형을 실시한 뒤 지금까지 사형을 집행한 적이 없어서 “사실상 사형폐지국”에 속한다.
기사 원문: http://www.ucanews.com/news/philippine-bishops-tell-duterte-not-to-play-god/76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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