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제재로는 핵문제 해결 힘들다”

평화나눔연구소 1주년 기념 세미나

2016-04-01     배선영 기자

평화를 주제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남한과 국제사회가 북한을 압박하는 지금의 상황으로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킬 수 없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왔다.

3월 31일 평화나눔연구소 창립 1주년 기념 세미나가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렸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한반도 평화 구현을 위한 교회의 역할과 비전을 제시하고, 민족 화해와 북한 복음화를 위한 정책을 연구하기 위해 1년 전에 평화나눔연구소를 열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들은 다양한 평화 이론을 소개하고, 분단 현실을 분석해 평화로운 통일을 위한 해법을 제시했다.

평화통일시민연대 이장희 상임공동대표는 북한에 대한 압박 정책으로는 핵문제 해결과 평화통일을 이루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가장 엄한 수준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인 이 대표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할 것인지가 현안인데, 2005년에 나왔던 ‘9.19공동성명’이 핵문제에 대한 모범답안이라고 했다.

▲ 3월 31일 평화나눔연구소 창립 1주년 세미나가 열렸다. ⓒ배선영 기자

9.19공동성명은 제4차 6자회담 중에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 IAEA(국제원자력기구)로 복귀를 약속한 선언이며, 한반도 평화협정, 북미 간의 신뢰구축을 골자로 한다. 이 대표는 이 선언에 북한이 원하는 체제의 생존과 경제지원, 미국이 원하는 북핵 폐기가 담겨 있으며 동시에 이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이 핵폐기를 먼저 해야 한다고 고집해 이 선언이 실행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문제 본질은 북핵 폐기와 동시에 북한과 미국의 적대관계를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평화통일을 위해 화해협력, 평화체제 구축, 1민족 2체제의 남북연합, 민족통일국가라는 단계별 계획을 제시했다. 그는 또 평화통일은 남북한이 중심이 되고, 미국과 중국은 협조자에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남북관계가 정상화돼야 하고, 자주적 외교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서보혁 교수는 우리 사회의 군사화 그리고 군사주의가 분단과 맞물려 ‘분단폭력’으로 드러나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분단이 오래 지속되는 원인을 고민하다가 ‘군사화, 군사주의’를 연구하게 됐다. 그는 전쟁을 막으려면 군대가 필요하지만, 군사화는 무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안보 영역뿐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에 제도화, 내면화, 정당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남자가 군대를 가야 한다’는 관념이 군사주의 문화가 전파되고 제도화된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이 군사화는 분단 폭력과 관련이 있다. 서보혁 씨는 분단 폭력을 분단에 의해 혹은 분단의 이름으로 가해진 온갖 폭력이라고 정의했다. 예를 들어 일방적인 개발정책, 에너지정책의 하나로 추진되는 경제특구 지정사업이나 고압송전탑 건설에 관련된 지역주민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생존을 위해 저항하지만, 종북이라고 비난받기도 한다.

또 그는 한반도에서 분단폭력은 남북한 사회의 군사화와 남북 대결을 통해 동아시아 갈등을 재생산 한다고 했다. 남한과 북한 사회 안의 가부장제, 경쟁을 부추기는 것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싸고 국가 간 군비경쟁 등이 분단폭력의 현실을 보여 주고 있다. 그는 분단폭력뿐 아니라 분단평화, 통일평화, 통일폭력의 모습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톨릭대학교에서 사회교리를 가르치는 박정우 신부는 성경, 사회교리 등에 나타난 평화의 개념을 살폈다. 교회에서 “평화는 그리스도인이 추구하는 모든 것의 결과”다. 단순히 전쟁 또는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의와 사랑의 열매”다. 박 신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군비 경쟁을 중단하고 북한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창원대 도진순 교수는 안중근의 평화 사상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것에 방점을 찍고 그를 기념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목숨을 바쳐 나라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주장한 안중근의 죽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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