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우리는 얼마나 멀리 온 걸까
[김원의 리얼몽상]
위로가 가장 필요한 순간은, 어쩌면 아무런 위로도 통하지 않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위로란 무엇일까. 언제 해야 하는 것일까. 이미 쓸모없음을 충분히 각오하면서 타인에게 건네는 안타까운 눈짓 같은 것일까.
지난주 <tvN>에서 방영을 시작한 ‘응답하라 1988’은 위로의 드라마다. 우리는 지금 한 편의 드라마 시리즈로부터도 ‘위로’를 구하고 있다. 애타게 말이다. 첫 주를 지켜본 소감은, 감개무량이었다. 우리가 지금 TV를 통해 뭘 보고 싶어하는지를, 비로소 드라마를 보고 난 다음에야 깨달았다고나 할까. 이제는 곁에 없는 사람들, 사라진 존재들, 돌아갈 수 없는 삶의 양태들에 대한 수많은 상념들이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실은 머리보다 먼저 가슴을 흔들었다.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격인 다섯 아이들은 극중 고등학교 2학년생으로 나온다. 서울 쌍문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들 중 여학생은 성덕선(혜리 분) 혼자다. 1971년생인 그들. 1988년에 서울올림픽이라는 감격의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했던 그들의 이야기다.
오늘보다 내일이, 내일보다 모레가 더 희망에 차 있을 거라는 설렘과 기대 속에서 온 나라가 꿈에 부풀어 있던 그 시절. 대망의 ‘선진국’ 진입이 올림픽과 함께 드디어 우리들에게도 찾아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시절의 얘기였다. 꿈과 희망만으로도 내일이 기대됐던, 87년 여름으로부터 얻어 낸 민주주의의 소망도 우리를 설레게 하던 시절이었다.
그 뒤에 우리 사회가 겪은 일들을 고스란히 알고 있는 우리가, 모든 것이 수십 년 전으로 퇴보할 수도 있음을 어리석게도 직접 겪고 나서야 절감하게 된 우리가 ‘국정교과서’의 10월을 보낸 뒤 맞이한 1988년의 이야기는 어딘가 서글픔을 준다. 현재에 대한 통렬한 슬픔이다.
모든 아이의 부모가 등장하는, 요즘으로선 보기 드문 설정의 이 따뜻한 이야기가 주는 울림은 간단하면서도 간단하지 않다. 어느새 가족드라마에서도 부모가 완전히 실종되다시피한, 중견 연기자들의 출연료 때문인지 뭣 때문인지는 몰라도 야박하기까지 한 ‘가족드라마’들이 주종이었음도 새삼 깨달았다. “내 끝사랑은 가족입니다”라는 포스터 속의 큼지막한 글자가 꽤 어울리는 드라마다.
청소년 자녀를 둔 아직은 팔팔한 부모들의 모습 속에, 우리가 그리워하는 수많은 것들이 들어 있다. 이 추운 계절에, 주말을 기다리게 하는 드라마가 한 편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는 있는 것일까. 타임머신이든 복고든 퇴행이든, 일단은 잠시 그 안에 머물러 보고 싶다.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길 때까지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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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로사)
문학과 연극을 공부했고 여러 매체에 문화 칼럼을 썼거나 쓰고 있다. 어쩌다 문화평론가가 되어 극예술에 대한 글을 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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