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님, 노조와 대화를”
인천교구 평신도 서명운동
천주교 인천교구 평신도들이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에게 보건의료노조와 대화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내고자 교구 신자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스스로를 “인천교구를 걱정하는 평신도”라고 밝힌 이들은 교구 신자들의 서명을 10월 31일까지 받고 최 주교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청원서에서 인천교구 신자들은 인천 지역 사회활동가들이 한 달 넘게 답동 주교좌성당 들머리에서 “인천성모병원 노동, 인권 탄압”과 “국제성모병원 보험료 부당청구사건”에 대해 교구의 책임 있는 해결을 요구하며 릴레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과 교구의 대응, 진행과정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천교구가 오랜 세월 동안 정의평화, 환경, 노동 분야에서 약하고 힘든 사람들 편에서 활동하면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다며, 이번 일로 인천교구와 지역사회의 연대가 흔들릴 것에 대한 걱정도 내비쳤다. 이들은 1990년대 중반 대우자동차 파업, 경인운하 건설, 계양산 골프장, 콜트악기 문제, 세월호 사건을 예로 들며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인천교구를 의지하고 위안을 받아 왔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인천, 국제성모병원 문제에 대한 인천교구의 대응을 두고 천주교 밖에서 비판하는 목소리 말고도, 교구 신자들의 의견이 갈라지는 것도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답동성당 농성을 두고 동조하는 신자들은 교회를 음해하려는 세력 아니냐 하는 의심에 찬 눈초리를 보내는 신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밖에서는 인천교구를 비판하고, 안에서는 의견이 나뉘는 지금의 상황은 결코 인천교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보건의료노조와 농성을 이어 가고 있는 사회활동가들이 “작정하고 천주교 인천교구를 음해하기 위해 활동하는 세력이라고 믿지 않는다”면서, 최기산 주교에게 하루빨리 그들을 만나 요구와 내용을 들어 주기를 청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대화의 과정이 어렵고 힘들겠지만 마음을 열고 서로의 생각과 요구들을 논의해 보시면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원서 준비에 참여한 조경숙 씨(아녜스)는 청원서 준비에 참여한 신자 10여 명은 인천교구 소속 평신도로서 각자 하는 일은 다양하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인천교구의 한 성당에서 교리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조 씨는 이들 10여 명 모두가 국제, 인천성모병원 사태와 교구의 대응을 지켜보던 끝에 신자로서 이대로 지켜보기만 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참여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교구와 보건의료노조, 시민사회단체의 갈등, 그리고 교구청 앞 집회, 농성 소식을 보고 알게 됐으며, 교구가 병원 측 의견만 듣고 노조와 대화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지적을 접하면서 청원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사건을 보며 ‘신앙이란 무엇인가’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하느님은 선하고 정의로우신 분인데, 그런 하느님의 모습을 우리가 삶 속에서 제대로 만들어 가지 못한다면 정말 문제가 아닌가” 물었다. 또 “평신도로서 교회가 잘못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때 ‘그건 아니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인천교구와 보건의료노조가 서로에게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떠넘기는 상황인 것 같다면서, “잘잘못을 떠나 그런 문제가 있으면 서로 대화를 통해 풀고 이해시켜야 한다. 특히 사제나 교회의 최고 어른이라면 더욱 소통하고 이해하고 갈등을 푸는 데 힘 쓰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청원 서명 추진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경동현 우리신학연구소장(안드레아, 부개동 본당)은 처음에는 반년 넘게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인천, 국제성모병원 문제와 관련해 평신도 사회운동 단체에 신자 서명운동을 제안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러나 경 소장은 단체 차원보다는 개별 신자 중심의 서명운동이 되면 좋겠다고 판단하게 돼, 인천교구 신자이기도 한 자신이 인터넷 상에서 제안해 서명에 동의하는 신자 모임이 만들어졌고,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해 걱정하던 인천교구의 다른 평신도들과도 함께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 소장은 서명운동 취지에 동의하는 10여 명이 두 차례의 모임을 하고, 온라인으로도 의견을 모으면서 ‘단지 인천교구와 싸우자는 목적이 아니라면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번 청원은 두 성모병원 문제를 바라보는 교구 신자들을 생각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애써 온 교구 사제와 신자들의 헌신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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