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회 판공성사제 유지

주교회의, 1회는 최소, "많을수록 좋다"

2015-10-16     강한 기자

천주교 주교단은 1년에 2번 ‘판공성사’ 기간을 두는 제도를 앞으로도 이어 가기로 했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 결과를 발표하면서, 연 2회 판공성사와 이에 대한 통계 작성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운데)가 10월 15일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강한 기자

앞서 주교회의는 2014년 춘계 정기총회를 마치면서 “부활 판공성사를 받지 못한 신자는 성탄 판공이나 일 년 중 어느 때라도 고해성사를 받았다면 판공성사를 받은 것으로 인정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을 담은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 공동 사목 방안’을 승인한 바 있다. (이 ‘공동 사목 방안’ 전문은 주교회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http://me2.do/FtVWtjBM)

주교단은 이 공동 사목 방안을 수정하지 않았으며, 신자가 1년에 한 번만 고해성사를 하면 고해성사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는 교회법 해석에도 변함이 없다. 신자 입장에서는 1년 중 어느 때든 한 번 고해성사를 하고 본당에 판공성사표를 제출하는 것으로 한국 천주교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고해성사 의무는 다하는 것이 된다. 한국 천주교는 3년 이상 판공성사를 받지 않은 신자를 성사 생활을 중단한 냉담 교우로 분류하고 있다.

김희중 대주교에 따르면 그럼에도 앞으로 한국 천주교 각 교구는 오랫동안 해 온 대로 매년 2번의 판공성사 기간을 마련할 것이며, 신자들에게 되도록 자주 고해성사를 하도록 권장할 것이다.

공동 사목 방안이 나온 뒤, 사목 현장에서는 앞으로 판공성사는 연 1회만 하는 것인가 묻는 등 구체적 방침을 문의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수원교구처럼 “종전대로 교구 내 모든 본당에서 부활 및 성탄 판공 고해성사를 실시한다”는 별도 지침을 따로 발표한 사례도 있다. 이번 주교회의 총회에서 주교들이 입장을 정리함에 따라 이런 혼선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고해성사는 가톨릭 신자가 자신의 ‘죄’에 대해 하느님의 용서를 청하고 교회와 화해하도록 하는 것으로, 사제를 통해 자신의 죄를 고백한 신자는 사제가 정해 준 보속을 실행함으로써 속죄한다. 판공성사는 예수부활대축일과 성탄대축일을 앞두고 의무적으로 고해성사를 받도록 하는 것으로, 한국 천주교의 고유한 제도다. 주교회의의 설명에 따르면 제주교구는 여기에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을 더해 매년 3번의 판공성사를 하고 있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에 적용되는 교회법에 따르면 “매년 적어도 한 번 자기의 중죄를 성실히 고백”하고 용서받는 고해성사를 하는 것은 신자의 의무다.

김희중 대주교는 주교회의 홍보국장 이정주 신부, 사무처장 김준철 신부와 함께 10월 15일 경기도 파주 민족화해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천주교계 언론사들에 이번 총회 결과를 설명했다.

김 대주교는 연 2회 판공성사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가 견지해 온 아름다운 전통”이라면서, “한국 교회뿐만 아니라 세계 교회에서 고해성사는 자주 보는 게 좋다는 것이 사목적인 배려”라고 말했다. 그는 1년에 한 번 고해성사를 보는 것으로 교회법적 의무는 채울 수 있지만, “되도록이면 한두 달에 한 번씩 고해성사를 보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홍보국장 이정주 신부는 “고해성사를 자주 볼수록 좋은 것”이라며, 연 1회로 신자의 의무를 다했다는 식으로 고해성사의 의미와 유익함을 줄여서 해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두 번의 판공성사’ 전통을 살리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신부는 “일 년 중 어느 때라도 고해성사를 받았다면 판공성사를 받은 것”이라는 2014년 공동 사목 방안에 대해 구체적 실천 지침을 묻는 본당 신부들이 있었다고 전하면서, “두 번 혹은 제주교구에서 이뤄지는 세 번의 판공성사는 좋은 전통이니 줄이거나 없앨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신자들이 더 쉽게 자주 고해성사를 받을 수 있게 하려는 방안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김희중 대주교는 “교구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지나 주교좌 본당에서 고해성사를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교구장을 맡고 있는 광주대교구에서는 “앞으로 교구청에 성모동산을 조성해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언제든지 고해성사를 볼 수 있는 상설고해소를 운영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주교는 “이런 곳이 지역별로 한두 군데 있으면 신자들의 영적인 성숙을 위해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교회의는 신자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 방안으로 판공성사 기간 외에도 고해성사를 하고 성사표를 제출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를 판공성사표 양식에 넣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신자들이 받는 판공성사표에는 “이번 판공성사가 은총의 성사가 되기를 빕니다. 혹시 판공성사 기간 내에 성사를 보시기 어려우면, 판공성사 기간 이후라도 성사를 보시고 성사표를 제출하시면 됩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번 총회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자비의 특별 희년’(2015년 12월 8일-2016년 11월 20일)과 관련해 한국 가톨릭사목연구소가 마련한 준비 계획안을 승인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각 교구별로 자비의 희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야기가 많이 됐고, 그것을 전부 정리해 주교회의 사무처로 보냈다”며 “자료들을 (주교회의) 홈페이지에 싣고 교구에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회에 앞서 10월 12일 열린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총무로 조성풍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장)를 임명했다.

▲ 주교회의 2015년 추계 정기총회 주교단 기념사진.(사진 제공 =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