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성모병원 국회토론회

집단괴롭힘, 신종 노조탄압

2015-07-28     배선영 기자

‘인천성모병원의 돈벌이경영과 노동, 인권탄압 실태 고발 및 개선 토론회’가 국회의원 장하나, 정진후, 이목희, 이인영 의원의 주최로 28일 국회에서 열렸다.

발제에 나선 홍명옥 인천성모병원 노조지부장은 “인천교구가 인천성모병원을 인수한 뒤 병원 규모는 2배 이상, 직원 규모는 3배 이상 커졌으나, 노조 조합원은 강압적인 탈퇴로 213명에서 11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환자유치를 위해 병원이 직원들을 어떻게 압박했는지 고발했다.

인천시 부평에 있는 인천성모병원은 성모자애병원이라는 이름으로 6.25전쟁 뒤 전쟁난민과 고아 등을 위해 1955년 서울대교구 김영식 신부가 창설했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50년 동안 운영하다가 2005년 11월 인천교구가 인수했다.

▲ 28일 국회에서 인천성모병원 문제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배선영 기자

홍 지부장은 직원들이 수시로 클릭하는 병원의 업무용 전산 화면에 ‘병상가동률 비상, 추가입원 요망’ 등의 내용이 빨간 선으로 표시돼 있고, 2000데이, 3000데이 등 외래환자 목표치를 정해 놓고 직원들이 길거리 홍보를 하게 했으며, 환자 접수를 무제한적으로 진행해 진료시간 마감이 없어 직원들이 점심도 먹기 힘든 상황 등을 꼬집었다.

홍 지부장에 따르면 2012년에는 두 의사가 ‘무리한 목표를 맞추기 위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의료진은 무슨 짓을 해야 할까? 외래 한 번 와도 될 환자를 두 번 오게 하고....’, ‘모든 교직원의 병원이 아니라 한 사람의 논리에 집중돼 가는 모습은 안타깝고 가톨릭대학이라는 이름에 침을 뱉어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볼 낯이 없게 되었다’라고 원내 전산망에 편지를 올기도 했다.

또한 그는 인천교구가 병원을 인수한 뒤 단체교섭을 위한 대화가 병원 측의 소극적 태도로 잘 이뤄지지 않았고, 여러 해 동안 노조 간부와 조합원에 대한 징계, 고소고발, 손해배상청구, 부동산 가압류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인천성모병원은  인천국제성모병원의 진료비 부당청구 사건 등과 관련해 최근에 홍 지부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시작한 상태다.

토론에 나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 정현준 의사는 인천성모병원에 대해 “한국의 기형적인 의료체계의 한 단편이고 이런 괴물을 만들어낸 것은 한국의 의료체계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의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공공병원은 전체의 5퍼센트, 병상수는 10퍼센트로 OECD 평균 병상수는 70퍼센트인 것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그는 해방 뒤 공공병원을 늘리는 정책을 펼친 적이 없고, 의료 서비스가 상업적으로 운영이 되면서 무분별한 병상늘리기 경쟁이 가속됐던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병원의 성과급제도 때문에 병원이 진료에서 중요한 협업과 신뢰가 아닌 매출과 수익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것은 과잉진료, 국민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정현준 의사는 대안으로 공공병원이 전체 병상의 30퍼센트 수준이 된다면 돈벌이 중심 병원경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정부의 의료민영화정책이 이런 돈벌이 경영을 촉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선영 변호사는 인천성모병원의 여러 노동법 위반 사례 등을 설명하며, 근래 한국의 노사관계에서는 직접적인 노조 탄압도 있지만 최근에는 은근한 괴롭힘을 통해 노조를 고사시키거나 하는 등의 전략이 늘고 있다고 지적하고, 프랑스와 일본처럼 직장괴롭힘을 정부가 나서 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와 홍명옥 인천성모병원 지부장은 병원 측이 홍 지부장을 인천국제성모병원 사건의 제보자로 지목하고 집단괴롭힘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권오광 대표는 예전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교회가 병원을 운영했지만, 이제는 대형화된 병원의 운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교황이 경고하듯이 신자유주의와 자본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학교급식 시민모임 박인숙 공동대표는 인천 시민을 대표해 토론에 나섰다. 그는 인천성모병원의 주인은 인천교구가 아니라 직원이라면서 인천성모병원이 시민들을 위한 병원이 되려면 노동조합이 힘을 찾아 병원 내부에서 변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