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사회정의 위한 노력, 바티칸도 긍정 평가”
주교회의, ‘프란치스코 교황 시대 한국 천주교회의 응답’ 심포지엄 열어
교황청 마리오 토소 주교, “교회는 정의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다”
23일 오후 서울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시대 한국 천주교회의 응답’ 심포지엄이 열렸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공동주관한 이번 심포지엄은 교황 방한을 맞아 권고 <복음의 기쁨>의 의미를 다시 확인하고, 교황 프란치스코의 사목적 지향에 한국 교회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심포지엄은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사무총장 마리오 토소 주교의 기조연설로 시작됐으며, 한국 교회 순교자들의 영성에 비춘 현대 교회의 영성을 재조명하고, 한국 사회의 시대적 징표와 교회의 역할 그리고 그를 위한 교회의 쇄신 방향 등을 짚었다.
각 주제 발표로는 이연학 신부(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도회)가 ‘124위 순교자들과 <복음의 기쁨>’, 서춘배 신부(의정부교구)가 ‘<복음의 기쁨> 살기―한국 교회 사목 현실과 쇄신 방향’, 박준영 전(前) UCAN 한국지국장이 ‘한국 사회 시대의 징표와 사목적 응답’을 주제로 진행했으며, 이에 대한 논평에는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수도회), 이현숙 수녀(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장동훈 신부(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가 맡았다.
우선 기조연설에 나선 마리오 토소 주교는 특히 교황 프란치스코의 ‘사회적 가르침’에 비춰 <복음의 기쁨>을 해석했다. 토소 주교는 이날 연설을 통해 사회의 새로운 복음화 대상과 분야, 사회 복음화의 공동체적 차원, 가톨릭 신자들의 사회 · 정치적 임무, 공동선과 사회 평화를 위한 활동 등을 역설했다.
교황청, 한국 교회의 사회 정의 실현 위한 노력, 긍정적으로 평가
노동자 해고 문제와 밀양 송전탑 문제 특히 우려…“정부는 시민 사회의 목소리 경청해야”
또 이날 기조연설에 이어 한국 교회의 사회 참여 활동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토소 주교는 “교황청뿐만 아니라 세계 교회가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소 주교는 “한국 교회가 사회 정의를 위해 대단히 많은 노력을 한다는 것을 교황청에서도 알고 있다”면서, “특히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의 노력, 비정규직 문제와 환경, 생존권에 대해 가르치고 관여하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동자 해고 문제와 밀양 송전탑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노동자 권리에 대해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문제뿐만 아니라 기업 인수 합병과 해외 이전에 따른 해고 문제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기업의 활동이 노동권을 보장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이 아닌, 일개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에 대해서는 “일부의 전기 소비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킨다는 것, 고령의 주민과 수도자들을 밀어내면서 공사를 강행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하고, “개개인의 권리가 보장됐는가, 다른 대안은 없는가, 소수의 부를 위한 사업이 아닌가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핵발전 외에 다른 대안을 추구해야 한다면서, “교회의 모든 활동은 함께 해나가야 할 공동체의 책임이며, 국가 권력은 반드시 시민과 사회의 목소리를 깊이 고려하고 경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회 생활의 다양한 분야를 복음화하고 증진하는 활동들은 바로 그 분야의 사목으로 이어집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에서 삶의 변두리와 새로운 형태의 빈곤에도 유념하면서, 이 땅에서 상처받기 쉬운 이들에 대하여 각별한 관심을 갖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다
사목자의 의무는 신자들을 가르치고, 사회정치적 활동에 영적으로 동반하는 것
평신도는 교회 공간과 사명 장악하려는 ‘영적 세속성’ 경계해야”
토소 주교는 신앙과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을 다룬 <복음의 기쁨> 4장을 중심으로 사회적 복음화, 사회사목의 중요성과 그 실현을 위한 방법을 제안했다. 사회사목을 위해 주교와 사제들은 ‘가르치는 임무’에 충실해야 하며, 평신도들은 인간 생활과 사회 제도에 대해 말하는 사목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가난한 이들의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 모든 사람의 삶을 먼저 생각하는 새로운 마음가짐과 함께, 빈곤의 구조적 원인을 없애고 가난한 이들의 온전한 발전을 위한 협력, 즉 연대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토소 주교는 “국가 구성원들이 국가에 모든 결정을 미뤄서는 안 된다”면서, 포용하고 참여하는 고강도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와 사회의 정의로운 질서가 정치의 핵심 의무라고 해도, 교회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또 사목자들은 더 나은 세계의 건설에 진력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복음의 기쁨> 183항)
토소 주교는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모두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으며, 모든 구성원이 다양한 직무와 은사에 따라 온 힘을 다하도록 부름 받았다면서, “특히 사목자들이 환경 문제를 포함한 모든 인간 존재의 삶과 전인적 진보와 관련된 의견을 표현할 때, 정치 당국자들은 ‘간섭’이라는 비난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치에 그리스도교적 활력을 불어넣는 것과 관련해 사목자와 평신도 사이에는 직무와 책임 면에서 상호 보완해야 한다면서, 사목자들은 신자들의 사회적 양심을 형성하고 성숙한 신앙인으로 교육해야 하며, 사회와 정치 문제에 참여하는 신자들을 영적으로 동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평신도들 간에도 친교와 나눔이 필요하다며 “영적 세속성”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토소 주교는 <복음의 기쁨>에서 언급된 ‘주관주의에 갇힌 신앙’을 언급하면서, “교회의 공간과 교회 사명을 장악하려는 욕심은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조직 사이에 분열을 가져오고, 생각이 다른 이들을 단죄하게 한다”고 경계했다.
“가난한 이들의 사회적 통합, ‘사랑의 관심’과 ‘연대성’ 필요
포용 경제와 고강도 민주주의 실현에 힘써야”
“모든 그리스도인과 공동체는 가난한 이들이 사회에 온전히 통합될 수 있도록 가난한 이들의 해방과 진보를 위한 하느님의 도구가 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복음의 기쁨> 187항)
토소 주교는 가난한 이들의 사회적 통합에 대해 강의를 이어가면서,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잊지 않으면서 가난한 이들의 사회적 통합을 실현시키려면, ‘타인에 대한 사랑의 관심’과 ‘연대 의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른 이들을 자신과 하나라고 여기는 사랑의 관심’은 소수의 재화 독점을 극복하고 공동체 차원에서 모든 사람의 삶을 먼저 생각하는 ‘새로운 마음가짐’이며, 나아가 ‘연대성’을 통해 빈곤의 구조적 원인을 없애고 가난한 이들의 온전한 발전을 위해 온 국민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소 주교는 “시장과 금융투기의 절대 자율성의 거부,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선을 반영하는 경제정책 지향, 윤리적 의미의 금융 개혁, 건강한 세계 경제” 등 교황이 제시한 ‘연대 실현을 위한 길’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어 이를 위한 실천으로 “초국가 기구들의 개혁과 경제제도 · 국제 금융의 개혁, 포용 경제와 ‘고강도 민주주의’의 실현” 등을 역설했다.
특히 ‘포용 경제’에 대해서는 “공동선에 책임이 있는 정치를 통한 재분배와 올바른 법률이 필요하며, 증여 정신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면서 “모든 경제 활동은 그 수많은 단계에서 정의와 무상성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강도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대중 영합주의와 온정주의의 위험을 극복하면서, 대표 민주주의만이 아닌 ‘더 참여적이고 더 사회적인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한다. 정부에 권한을 미루는 ‘저강도 민주주의’ 사고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평화는 공동선과 정의의 실현으로 빚어지는 결과물
모든 시민과 대표자들, ‘사회적 대화’의 전문가 되어야”
“평화는 인간의 존엄과 모든 이의 선익을 다른 모든 것 위에 둘 때 이뤄집니다. 평화는 공동선과 더 완전한 정의의 실현으로 빚어지는 결과입니다. 평화는 모든 이를 위한 온전하고 통합적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이뤄질 때 열매 맺는 것입니다. ‘사회 평화’라는 위대한 선이 있으려면, 모든 시민들이 공동선으로 부름 받고 있음을 느껴야 하며, 한 국민이라는 체험, ‘국민으로서 우리’임을 삶으로 체험할 필요가 있습니다.”
토소 주교는 국민으로서 삶의 체험을 위한 ‘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국가적, 국제적 차원에서 평화와 형제애, 정의의 민족들을 건설하는 것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면서, “모든 시민과 그 대표자들은 사회적 대화의 진정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소 주교는 특히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국가와 나누는 대화, 문화와 과학을 포함한 사회와 나누는 대화, 다른 믿는 이들과 나누는 대화, 선의의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토소 주교는 사회의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서는 “말만이 아닌 하느님의 현존으로 변모된 삶을 통해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복음 선포자가 필요하다”며 “자기 자신 안에서 벗어나 삶의 변두리로 나가는 선교사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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