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건설을 막아내는 밀양 할매들의 메시지

7월 8일, 어렵게 성사돼 40일간 활동했던 밀양 송전탑 건설 전문가협의체 활동이 끝났다. 그러나 결과는 파행. 짜깁기와 복사로 일관한 최종 보고서가 제출됐고, 심의와 채택의 몫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해놓고 주민이 원하는 대로 했다는 명분, 시간 끌기로 일관한 결과는 ‘공사 재개’가 될 지도 모른다. 한전의 기존 입장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제대로 된 현장방문 한 번 없었던 보고서의 제출을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해, 벌써 일부에서는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며 몰아세우고 있다.

‘공사 강행’은 단순히 보고서 채택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밀양 땅을 지키겠다는 이들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이들은 이미 오래 전 죽음을 각오한 채 싸우고 있다.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이 끊어지고 다시 공사가 재개된다면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것은 명백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다.


사진 : 장영식 | 영상 : 박배일 박창근 | 제작 :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대책위


멈춰라 제발, 이젠 멈춰라

무엇을 원하는가
진정 그대 무엇을 원하는가
전기가 필요해서 하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핵이 필요해서 하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그저 그대의 광기가 만들어 낸 지랄 같은 이 일들
멈춰라 제발, 이젠 멈춰라

사대강 삽질로 모자라더냐
강바닥으로는 그대 광기를 채우지 못하겠더냐
기어이 멀쩡한 산을, 생명의 숲을, 어미의 삶터를 파헤치려느냐

젖가슴을 다 보여줬다
어미의 젖가슴
어미의 붉은 가슴
아니 아니 어미의 텅 빈 가슴을 다 보여줬다
더 무엇을 원하는가
이제 더 무엇을 원하려는가 그대

그대가 말하는 송전탑
그대가 말하는 원전
그대가 말하는 핵발전소는 없어도 그만이지만
어미의 삶터
어미의 숲
어미의 산은 지구별이 빛나는 한 지켜야 하고 남겨야 하는 것

그대의 광기를 잠재워라
그대의 지랄을 멈춰라
어미의 텅 빈 가슴 젖을 물고서
그대 이제 돌아가라 원래의 자리로
애비는 연기로 이미 사라졌지 않은가
그 푸르고 흰 연기 바라보며
그대 이제 돌아가라 원래의 자리로

하늘이여 지켜주소서 어머니들을
하늘이여 지켜주소서 아버지들을
하늘이여 지켜주소서 우리의 삶터를
하늘이여 지켜주소서 우리 모두를

그대
멈춰라 제발
아니
하늘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동작금지!

김유철 (한국작가회의 시인, 창원민예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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