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의 매일 미사 강론 (7월 3일)

교황 프란치스코는 하룻밤도 교황궁의 저택에서 묵지 않았다. 교황궁은 의전과 집무용으로만 사용하고, 숙식 장소는 바티칸 안에 있는 사제 공동 숙소인 ‘성 마르타의 집’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왕궁을 포기하고 목자들의 공동 숙소를 선택한 교황의 이 파격적 결단은 가난한 교회를 향한 가톨릭교회의 새로운 여정이 이미 바티칸 한복판에서 가장 치열하게 시작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007년 한국 천주교 주교단이 사도좌 정기방문 때 보름 동안 머물기도 했던 이 숙소는 교황청에서 일하는 젊은 신부들과 사도좌를 방문하는 ‘나그네’ 성직자들이 잠시 묵어가는 소박한 기숙사이다. 교황은 이들과 더불어 같은 식당에서 먹고 같은 숙소에서 지낼 뿐 아니라, 매일 미사를 공동으로 집전하고 날마다 강론을 한다.

교황이 미리 준비된 공식 원고만 그대로 읽어 내려가거나 개인 경당 미사에서는 아예 강론을 생략해 왔던 예전 관행에 비추어 보면, 바쁜 일정 속에서도 몸소 묵상하고 기도한 복음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선포하는 교황의 복음적 열정과 겸손한 용기가 더욱 빛난다.

교황청 관보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교황의 공식 미사가 따로 있는 경우만 제외하고, 교황의 매일 미사 강론을 기사 형식으로 요약 게재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성 마르타의 집’에서 행하는 강론 가운데 매주 한두 편을 번역하여 싣기로 한다. ―편집자

▲ 교황 프란치스코가 ‘성 마르타의 집’ 미사 중 강론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교황청 유튜브 갈무리 youtube.com/vatican)

오늘날 감옥이나 병원에서 굶주리고 목말라하고 헐벗고 조롱받으며 묶여 있는 형제자매들의 몸에서도 여전히 예수님의 상처를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 우리는 자기 안에서 벗어나야 하고 인간다운 길을 따라야 한다. 이러한 상처들을 어루만지고 쓰다듬는 사람들이 “우리 가운데 살아 계시는 하느님을 흠숭할 수 있다.”

7월 3일 성 토마스 사도 축일에 성 마르타의 집 경당에서 거행된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상처 속에 자신의 손가락을 집어넣는 토마스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예수님의 살을 어루만지는 우리의 손길’에 관해 강론했다.

교황은 독서와 복음(에페 2,19-22; 시편 116; 요한 20,24-29) 말씀을 언급하며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다음 당신을 드러내셨을 때” 제자들이 보인 서로 다른 반응들을 묵상했다.

기뻐하는 이도 있고, 의심스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주님께서 다른 이들에게 당신을 드러내신 다음 여드레 뒤 자신에게 나타나셨을 때 토마스는 심지어 믿으려 하지 않았다. “주님께서는 어떤 일을 언제, 어떻게 하실지 알고 계시는 분”이시며, 토마스에게는 여드레나 시간을 주셨고, 그때에도 여전히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빛으로 가득 찬” 상처가 있는 당신 몸을 보여 주셨다. 토마스는 “고집불통이었지만 주님께서는 더 큰 것을 설명하시기 위해 고집스러운 사람이 하나 있기를 바라셨다.”

토마스가 주님의 상처에 손가락을 넣은 다음, “정말,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라고 말하지 않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고 말한 대목에서, 주님께서 토마스에게 무엇을 바라셨는지 알 수 있다고 교황은 설명했다. 주님께서는 그의 불신으로부터 부활에 대한 신앙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리고 누구보다도 먼저 주님의 신성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도록 이끄셨다는 것이다.

교회 역사를 돌이켜보면 하느님을 향한 여정 가운데 오류들이 있었는데, 예컨대 영지주의자들이나 펠라기우스주의자들은 “고상한 명상”이나 고행이나 금욕을 통해서 살아계신 하느님을 찾으려 했다는 점을 교황은 지적했다.

“오늘날 예수님의 상처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우리는 토마스가 보았던 것처럼 그분을 뵐 수는 없다. 자비를 실천하고, 다른 이들의 영혼과 육신에, 특히 상처 입은 형제들에게 베풀 때 주님을 뵐 수 있다. 그들은 감옥과 병원에서 굶주리고 목말라하고 헐벗고 조롱받으며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오늘날 예수님의 상처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상처들을 통해 당신에 대한 믿음을 실천하라고 말씀하신다.”

또 교황은 단순히 자선 활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예수님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부드럽게 치유해 주어야 하고, 예수님의 상처에 입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프란치스코 성인이 나병 환자를 껴안았을 때 “살아계신 하느님을 어루만지고 흠숭했기” 때문에 그의 삶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자선 활동이란 토마스가 청했던 일, 곧 당신의 상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말로 강론을 마무리했다.

(교황 프란치스코, 성 마르타의 집 미사 강론, 2013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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