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지원센터 · 지금여기 공동기획] 예수를 따르는 경제, 사회적기업 4
체험문화교육 프로그램 제공하는 보물찾기

경기도 부천시 원종동 주택가의 작은 건물.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올라가자 서너 명의 직원들이 알록달록한 인형을 제작하고 체험학습 교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이곳은 부천시에서 교육문화 분야로 인증을 받은 첫 번째 사회적기업 ‘보물찾기’(대표 이상숙)다.

보물찾기는 교육사업으로는 독서교육과 역사교육, 숲 · 농어촌 체험학습을, 문화사업으로는 어린이집과 어린이도서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인형극 활동 및 아이들이 직접 인형을 만들어 공연까지 하는 인형극 교육을 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이는 9명. 모두 여성이고 주로 40대다.

처음 시작은 동아리였다. 부천 고강복지회관에서 동화 읽는 엄마 모임인 ‘작은 소리’ 회원들의 모임이 오래 지속되면서 지역에서 동화책을 읽어주는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독서지도사 자격을 갖추고 홈스쿨링을 하는 이들도 생겼다. 조금 뒤에 생긴 ‘계수나무’는 인형극 동아리다. 현재 문화 파트 사업의 주축이다. 계수나무는 역량을 인정받아 2009년,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춘천 인형극제 무대에도 섰다.

▲ 보물찾기의 인형극 ‘효성스런 호랑이’ (사진 제공 / 보물찾기)

오랫동안 활동한 든든한 지역기반과 관계성에도 불구하고 동아리에서 주식회사로의 전환은 쉽지 않았다. 이상숙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맨땅에 헤딩했다”고 말했다.

“보물찾기는 사단법인을 준비하다가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을 때까지, 경기도에 있는 관공서는 안 가본 데가 없는 것 같다.”

설립과정을 돌아보면 책 한권은 쓰겠다 싶을 만큼 힘든 고비를 잘 넘겨 왔지만, 이 대표는 “그만큼 우리를 벤치마킹하는 후발 단체들은 쉽게 갈 수 있을 것”이라며 “디딤돌이 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보물찾기는 이제 설립 5년차가 되는 교육문화 분야 사회적 기업의 선두주자다. 하지만 ‘기업’으로 제대로 앞을 내다보며 걸어가기에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이 대표는 “처음 사회적기업으로 출발할 때엔 ‘좋은 일 하면서 돈도 버는 거구나’ 생각했는데, 2년이 지나면서는 ‘돈 벌기 참 어렵구나’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사회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수익 창출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교육 파트 수익은 대부분 강사비거든요. 강사비는 기준이 정해져 있어요. 제조업과는 다른 부분이 있지요. 강사 수입으로 매출을 모두 채우는 게 쉽지 않아요.”

게다가 방과 후 교실에 대형 기업이 들어왔다. 자회사 교재를 팔기 위해 체험학습비 자체를 다운시켰다. 위탁경영을 하는 대형 청소년수련관 역시 지원을 받았다. 아무리 좋은 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해도 거대한 자본을 배경으로 하는 곳과는 프로그램 비용에서 경쟁이 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기존 시장경제에서는 싸움이 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런 부분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 보물찾기가 힘을 쏟는 것은 ‘연대’다. 사회적 기업 하나가 지속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한 기업의 경쟁력만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 지역사회의 경제문화가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보물찾기는 부천시사회적기업협의회를 함께 만들어 30여 개 사회적 기업과 연대하고, 동시에 지역사회에서는 부천사회적경제포럼, 사회적기업 지원센터, 협동조합 아카데미 등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 보물찾기 이상숙 대표가 숲 체험 캠프에서 만들 부채를 보여주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늘 매출에 신경 써야 하는 주식회사가 되었지만 보물찾기는 자신들의 출발을 잊지 않는다. 바로 ‘지역 내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좋은 문화 · 예술 · 체험 교육을 시키겠다’는 설립목적이다. 보물찾기는 주민 센터, 방과 후 학교, 작은 도서관 등에서도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부천 · 안산의 지역아동센터에서도 수업을 진행한다. 숲 체험 캠프를 진행해도 전체 인원의 반은 지역아동센터에서, 나머지 반만 일반 모집을 한다. 이 대표는 “아무래도 지역아동센터에 수업을 다녀오면 느낌이 남다르다”고 말한다.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많다고 느껴요. 보듬어주고 더 잘해주고 싶어 하시지요. 그렇게 엄마의 마음으로 움직인다는 게 우리의 힘인 것 같기도 해요.”

이 대표는 간혹 쉽게 가고 싶다는 마음도 들지만, “선생님들은 늘 도전을 원한다”고 말했다.

“저는 있는 프로그램으로, 안정적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그런데 선생님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어 하시죠. 실험이지만 ‘한번 해보자’해서 가고 있어요. 실험과 모험을 선택할 수 있는 것, 그게 사회적기업의 강점이 아닐까 해요.”

▲ 보물찾기가 제공하는 인성교육 (사진 제공 / 보물찾기)

이상숙 대표에게 보물찾기의 가장 중요한 교육 가치를 묻자 “놀면서 배운다”라고 답했다.

“아이들은 놀아야 정서가 순화돼요. 재미가 있어야 자기 안의 무한한 가능성도 끌어낼 수 있죠. 보고, 듣고, 느끼고, 상상하고. 이런 모든 과정을 통해야 마음도 어루만질 수 있고, 그래야 생각도 깊어지는 것이죠.”

이상숙 대표는 아이들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이들도 “스스로의 보물을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안에 있는 이들의 소질 개발과 역량 강화가 중요한 비전이에요. 사실 지금은 어딜 가도 보물찾기에서 활동했다는 건 자부심으로 남죠. 그렇게 든든히 서서 또 다른 여성들이 모이는 동아리들의 마중물이 되고 싶어요. 여성들이 자신이 가진 어떤 것들을 발견하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말이에요.”

어린 시절, 소풍을 가서 보물찾기를 할 때 그렇게 떨릴 수가 없었다. 열심히 찾아다니는데도 보물은 찾아지지 않고, 옆에서 누군가 “찾았다” 소리치면 마음이 조급해졌다. 혹여 여러 개 찾은 친구가 옆에서 의기양양해 하고 있으면 속상함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돌이켜보니 보물은 보물이라 하기엔 좀 부족한 것들이었다. 공책 몇 권, 연필 몇 자루, 좀 더 좋은 것은 크레파스 정도였으니 말이다. 보물찾기가 기다려졌던 건 보물 자체가 갖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라 찾는 동안의 설렘, 그리고 발견한 순간의 ‘찾았다!’는 환희 때문이었던 것 같다.

비록 현실적인 어려움은 많지만 보물찾기는 스스로의, 그리고 지역 어린이들의 보물을 찾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뛰어다닐 것 같다. 그리고 보물은, 그렇게 뛰어다니고 땀 흘리는 동안 이미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 보물찾기가 생태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보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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