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지난주에 낸 문제는 잘 찍으셨나요? 사실 단답형으로 내도 대부분 잘 맞추셨을 문제였습니다. 답은 아시다시피 일요일입니다. 부활은 복음을 통해 보면(마태 28,1; 마르 16,9; 루카 24,1; 요한 20,1) “주간의 첫 날”에 일어난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요즘이야 주간의 첫 날은 월요병을 유발하는 월요일이라 하겠지만, 당시 유다 사회에서 안식일은 토요일이었고, 안식일이 끝나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첫 날은 바로 일요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자들, 즉 그리스도인(크리스천)들은 일요일을 “주일(주님의 날)”이라 부르며, 함께 모여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게 됐습니다. 그런 유래로 일요일이 급기야 휴일이 된 것입니다.

주님의 부활을 믿고 우리 자신의 부활을 희망하지 않으면서 그리스도 신자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예수라는 인물을 너무 존경한 나머지 그 삶을 본받아 살아가지만 부활은 굳이 믿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아주 멋진 사람들이지만 부활을 믿지 않는다면 그들을 크리스천이라 부르긴 어렵습니다. 부활 신앙이 그리스도교의 핵심 신앙 중 하나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니만큼, 부활절은 1년에 한 번이지만, 부활절 이외의 다른 일요일은 작은 부활절로 일컬어집니다. 우리가 흔히 고행과 극기, 참회와 보속의 시기로 여기는 사순 시기 동안에는 왠지 숨죽여 지내야 할 것 같은데 주일은 예외 없이 축제의 날입니다.

좀 고전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지난 달력(일단 전례력이 표시된 달력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겁니다)을 들고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사순절은 말 그대로 열흘이 네 번 지나는 기간을 의미합니다. 재의 수요일(사순 시기의 시작 날입니다)이었던 지난 2월 13일(2013년도 달력인 경우)부터 일요일만 제하고 40일을 세 보시기 바랍니다. 3월 30일 토요일이 마흔 번째 날입니다. 이렇게 하여 사순 시기의 날 수, 40(예수님께서 40일 동안 광야에서 단식하시며 기도하신 기간에서 유래합니다)이 채워집니다. 이어서 다음 날이 일요일이고, 예수 부활 대축일이 됩니다.

이것은 일요일이 사순 시기 내에 있다 해도, 여전히 (부활을 기념하는) 축제로 간주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사순 시기의 다른 날은 금욕적으로 살고자 금주, 금연, 단식 등을 시도해도 일요일(주일)에는 좀 제대로 먹고 마실 수 있다는 걸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흠…… 애연, 애주, 탐식가들에게 너무 고급 정보를 알려 드린 듯하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 평일 미사에 아무리 자주 참례한다고 해서 그것이 주일 미사와 같은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아시겠죠? 주일 미사는 부활이라는 아주 묵직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교회법이 강요해서 주일 미사에 참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 부활을 기념하라고 하느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불러 모으시기 때문에 그래야 하는, 하느님 백성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를 이행한다고 보시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러니 산사태로 길이 막히고, 홍수로 길이 끊기거나, 심한 병환이 들어 성당에 갈 수 없거나, 여행 갔다가 사막 한가운데 떨어지지 않는 한 그리스도인의 권리와 의무를 행하고자 애써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하느님께서 그 안타까움을 알아주실 겁니다. 하느님께 감사하십시오.


 
박종인 신부 (요한)
예수회. 청소년사목 담당.
“노는 게 일”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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