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앤두잉 영성학교, 2007년 가을강좌 열어

“하느님은 지금 여기, 바로 이 자리에서 나를 부르고 계십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온전히 하느님 안에서 현존하며, 그분의 뜻을 헤아려 행동하고 믿음을 찾아가는 과정인 ‘빙앤두잉 영성학교’의 2007 가을강좌가 11월21일 오후 7시30분 한국순교복자수녀원 대건관(영성센터)에서 열렸다. 많은 수도자와 평신도들이 참석한 이날 강좌는 “예수, 교회, 그리고 나와 우리”를 주제로 이현주 목사가 특강을 했다.

이현주 목사는 이날 강의 서두에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졸졸졸 흘러가는 시냇물에서도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들을 귀가 없는 사람은 옆에서 성경을 읽어도 알아듣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같이 듣고 같이 말하며 같이 느끼며 함께 귀한 시간을 보내자고 당부했다.

이현주 목사는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창설자인 방유룡 신부님의 <영혼의 빛>을 예로 들면서 방신부가 20년 동안 매일 아침 수도자들에게 말한 것이 ‘점성생활’에 관한 것이며 이것은 바로 현재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주 목사는 “방유룡 신부께서 매일매일 수녀님들께 하신 말씀은 어제의 일 즉 지난 일에 속상해하지 말고 내일 걱정을 하지 말며 순간순간 충실히 살아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면서 그것이 바로 점성 생활이며 영성생활이 아니겠느냐면서 우리의 신앙자세도 그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여기, 내가 만나는 사람이 가장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교회에서 예수님이 소외되는 현상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젯점 중의 하나라고 말한 이현주 목사는 많은 교회의 일들이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그분 뜻을 경청해서 기도하고 응답하고 실천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고 자성했다.


이현주 목사 자신만 해도 “나를 따르라” 하신 예수님을 앞질러 간 적이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진정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를 깨닫고 그 말씀 하나를 붙들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신앙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이라고 강조한 이 목사는 어떤 눈으로 어떤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다고도 말했다.

“우리는 이 눈으로 예수님의 세상을 봐야 합니다, 우리는 이 입으로 그 분의 말씀을 완벽하게 말해야 합니다, ‘나’를 없애고 ‘그 분’을 받아들여야 합니다.우리가 정말 하느님께 바쳤으면 내가 없고, 내 것이라고 하는 것도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님께 모든 것을 맡깁니다, 모든 것을 따른다 하면서도 자기 것을 곧바로 되찾고 맙니다. 저를 드리니 받으세요 했다가 막상 주님이 받으시려고 하면 다시 자기를 되찾아 가는, 줬다가 뺐고하며 우리는 그리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한번도 화를 내지 않고 기다려 주십니다.”

걱정한다는 것은 내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이현주 목사는 바로 2분 전에 있었던 일이 나를 속상하게 하지 않고, 나를 바쳤다가 다시 찾아오는 시간이 점차 짧아지면 그것이 올바른 수련생활이 될 것이고 이런 것이 점성생활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내일은 오늘이 아닙니다. 어제는 어제의 오늘이었고, 내일은 내일의 오늘입니다. 있는 것은 오직 ‘오늘 여기’를 살아가는 것입니다.하느님께 나 자신을 맡긴다하면서도 자기 스스로 모든 것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랍니다. 그 분은 멀리서 나를 부르지 않습니다. 딱 한걸음만 앞서가시면서, 지금 여기, 바로 여기에서 나를 부르고 계십니다. ‘내 뒤를 따르라’고 나를 부르고 계십니다.”

“수시로 하느님을 생각하고 수시로 그 분께로 돌아가고 그 분을 생각하는 것이 버릇이 돼서 이를 반복하는 것이 수련이며 성숙한 신앙인의 기도생활”이라고 말한 이현주 목사는 신앙이 성숙되고 주님을 깊이 받아들이면 기도의 내용이나 기도의 언어가 달라진다면서 신앙인의 관점은 신앙을 성숙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방유룡 신부님께서는 점성생활에서 무아, 즉 나를 버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나를 버리고 내가 없으므로 더 이상 언어가 필요 없습니다, 침묵이지요. 우리는 무아의 경지로 나아가도록 열심히 신앙을 성숙시켜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현주 목사는 그 분과 잘 소통하고, 그 분의 말씀을 잘 듣는 사람이 되기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한상봉 200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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