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정민아 씨와 현우석 신부, 관객과의 대화 나눠

1일 오후 3시 서울 CGV 대학로에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공동주관으로 영화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공동체 상영회가 열렸다.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는 블랙코미디의 대가이자 이탈리아 ‘국민 감독’인 난니 모레티 감독의 2011년작으로 콘클라베에서 교황으로 선출된 멜빌 추기경(미셸 피콜리)이 엄청난 책임감 앞에 두려움을 느끼며 교황청을 빠져나와 3일간 자신의 인생을 찬찬히 돌아보는 내용의 영화다. 진보적 지식인으로 알려진 감독은 교황을 주인공으로 했지만 경쾌한 유머와 깊이 있는 통찰을 함께 담았다. 이 영화는 성(聖)과 속(俗)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융화시켰다는 평을 받으며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기도 했다.

영화 상영 이후에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한상봉 편집국장의 사회로 영화평론가 정민아 씨와 현우석 신부(의정부교구)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 (왼쪽부터) 영화평론가 정민아 씨, 현우석 신부, 한상봉 편집국장 ⓒ문양효숙 기자

앞서 영화평을 통해 “갈등하고 도망가며 우울해 하는, 그러나 맑고 깊은 눈동자를 지닌 교황이 된 이 사람이 맘에 든다”고 말했던 정민아 씨는 “처음에 이 영화를 소개했을 때 많은 수녀님들께 ‘이런 불경스런 영화를 소개하다니’ 하면서 야단을 많이 맞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재밌고 아프면서도 가슴 뭉클하고 메시지가 뚜렷해 좋았다. 변화를 요구받는 교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줬다”고 말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신임 교황은 광장에 모여 자신에게 환호하는 대중들 앞에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 인물로 나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다. 정민아 씨는 “영화는 끊임없이 변화를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가장 아름다운 장면인 스위스 근위병이 교황인척 하며 음악을 크게 트는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는 이탈리아 민중가요인데 제목이 <모든 것은 변한다>다. 가사를 보면 ‘내면도 변한다. 생각의 방법도 변한다. 모든 게 변한다. 그러나 내가 변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겠지’다. 감독은 주인공의 입을 빌려 지금 교회는 변화를 필요로 하고, 교황은 십억 명의 신자와 함께 변화를 주도할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우석 신부는 “감독의 시선이 참 인간적”이라고 평하며 “영화 속 교황님의 마음이 100% 이해된다”고 말했다.

“신부들은 ‘너 왜 신부가 됐냐’ 묻지 않는다. 신학교 들어와 과정을 밟아가며 본질적 부르심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중간 과정에서 신학교를 나가는 친구들도 있다. 그런데 그 친구들에게는 부르심이 없는가 물으면, 그렇지 않다. 부르심은 다 있고 거기에 어떻게 응답하느냐에 달려있다. 주님께서는 신학교를 나가는 친구들에게도 새로운 길을 제시하신다.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현 신부는 또 “서품을 받은 다음날도 달라진 것은 없다. 내 인간성은 그대로다”라며 “결국 어떻게 준비해 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삶의 여정을 하루하루 걸을 뿐”이라고 말했다.

“삶은 그냥 걸어가는 거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이 길 위에서 주님께서 선택권을 주셨다는 것을 안다. 물론 이 길이 가장 행복한 길이라 믿지만 내일이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주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자유다. 영화에서는 가톨릭 최상의, 최선의 자리에 앉는 교황님이 그러시니 더 생각이 많아진다. 감독은 교황의 자리를 인간적으로 바라본다. 하느님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럴 것이라 느껴졌다.”

ⓒ문양효숙 기자

한상봉 편집국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대사들과의 만찬에서 한 이야기를 언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월 21일 저녁 식사에서 “우리는 주교가 되고 싶어 안달하는 자들을 원치 않는다. 교황대사의 제1임무는 가장 적절한 사람을 주교로 천거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권력을 탐하는 이들이 주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편집국장은 “영화에서는 콘클라베에서 추기경들이 ‘제가 뽑히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만 주교나 추기경 자리가 공석이 되면 온갖 로비설이 난무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반어법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한 국장은 이어 “영화에서 교황청 안에 결정적 위기가 닥쳤을 때, 내부에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서, 결국 무신론자인 외부인, 즉 정신분석의를 부른다. 지금은 세상이 교회를 치유할 수도 있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그래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콘클라베에 참석했던 추기경들은 선출된 교황이 좀더 ‘기다려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결국 그를 반강제로 바티칸 발코니로 데려가 대중 앞에 세운다. 이에 관해 현 신부는 “감독은 아무리 공동체가 중요하지만 한 사람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를 존중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말했다.

주인공인 멜빌 추기경은 교황으로 선출된 후, 처음으로 자신의 지난 인생을 되짚어 보기 시작한다. 한상봉 편집국장은 “한 인간으로 스스로를 볼 수 있었던 사흘은 그에게 상당히 은혜로운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의미로 십자가에서 내려온 시간이다. 자신을 응시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은 경축할만한 일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교황이 있고 그분과 더불어 가야 할 길이 있다. 마주보면서, 그 길을 갈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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