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청춘일기 - 조대웅]

나에게 청춘이란 과연 무엇일까란 생각을 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랐단 것은 바로 친구들이었다. 친구란 자신의 살아온 삶을 보여주는 동시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려주는 지표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친구들과 어릴 적 놀던 기억, 같이 듣던 음악들 하나하나가 내 자신의 청춘 시절이 아닌가 싶고, 앞으로도 같이 만들어가는 청춘인 것 같다.

어릴 때 친구들을 사귈 때는 보통 자기가 누구를 선택해서 만난다기보다는 학교 친구들이나 동네 친구들 위주로 친구 관계가 이루어졌던 것 같다. 나 또한 반에서 가장 오래 짝을 한 친구, 동네에서 같이 오래 지낸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나 자신과 잘 맞는 친구,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나 관심 분야가 같은 친구 등등 나의 판단에 의해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연락을 주고받게 변한 것 같다. 그렇게 서른이 넘어서면서부터는 급기야 누군가를 만날 때,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될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날 그런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과연 나에게 친구란 무엇일까가 딜레마가 되었다. 그냥 어린 시절 형제가 없어 외로움을 달래주던 존재인지, 아니면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파트너인건지, 그냥 세월이 흘러 옆에 있는 사람인지 말이다.

▲ ‘선택 주말’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친구들과 함께 (사진 제공 / 조대웅)

친구에 대해 고민하던 어느 날, 멀리 떨어져서 항상 걱정이던 고향집 부모님에게서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아버지가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입원해 계신 상황에서, 어머니가 밤에 집에 잠깐 들르셨다가 넘어져 머리를 화분에 찧어 응급실에 오셨다고 전화가 왔다. 시간은 새벽 1시를 가리켰고, 병원에서는 어서 검사를 해야 하니 보호자가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차로 가도 다섯 시간이나 걸리는 곳에 있었던 터라 정말 갑갑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때 고향 친구들이 생각났다. 운전을 하고 내려가면서 너무 늦은 시간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해봤는데 연락 받은 친구들 모두 제 일처럼 달려가 각종 검사도 마치고 검사비용마저 내고 갔다고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들 다음날이 출근이라 힘든 상황이었는데 그런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내 어머니라는 이유로 한걸음에 달려와 주는 친구들을 보며 정말 열 형제 안 부러웠다. 나중에 안 소식이지만 그 중에는 어버이날도 나 대신 챙겨주는 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친구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으며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나의 거울이 되어 있었다. 얼마 전 친구 아버님의 부고(訃告)를 들은 나는 연락을 받자마자 장시간을 운전하여 친구에게로 향했다. 사람들이 다음날 출근도 해야 되고 평일이니 이해해 줄 것이라 했지만, 예전에 받았던 친구들의 고마움이 생각나 고민도 하지 않고 내려가 친구를 보았다. 내려갈 때 실은, 너에게 나같이 좋은 친구가 있다고 보여주고도 싶고, 스스로 대견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친구를 보고 오니 내 마음이 훨씬 편했다. 결국 나는 친구가 괜찮은지 궁금하기도 했고, 비록 이런 일이지만 친구 얼굴 한 번 더 보고 싶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친구들을 직접 만나기는 어려워지고 있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옛날이야기들을 한 보따리 꺼내놓고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밤을 지새우곤 하는 이런 내 친구들이야말로 나의 청춘 그 자체인 것 같다. 그리고 7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와 가장 멀고도 아름다운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어떤 여행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아름다운 꽃길을 걷든, 험난한 가시밭길을 걷게 되든 그 친구와 잡은 손을 절대 놓지 않을 것이다. 그게 이 친구에게 내가 평생을 지킬 수 있는 약속일 것이다.
 

 
 

조대웅 (요한)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남자간호사로 일한다. 직업적 이미지와 달리 농구, 축구, 야구 등 거친 운동을 즐긴다. 술잔에 담긴 술보다는 마주 앉은 사람의 마음속에 담긴 이야기를 좋아하며, 특별한 이유 없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과 또 다른 만남의 장을 여는 소통으로 글을 쓰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살려고 노력하는 보통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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