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 야당 추천 위원 기자간담회 “한전과 정부 적극 협조 촉구”

밀양 송전탑 갈등 해결을 위한 전문가협의체에 참여 중인 주민대책위 · 야당 추천 위원 김영창 · 하승수 · 이헌석 · 석광훈 등 4명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허위 보고와 무성의한 자료 제출로 “갈등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전이 전문가협의체 위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와 설명 요청에 성실히 임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자세로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허위 보고 · 무성의한 자료 제출로 검토 어려워

이들에 따르면, 7일에 열린 2차 회의에서 한전은 “밀양 지역 30개 마을 중 15개 마을이 합의를 완료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실제 합의한 마을은 공사가 완료된 청도면을 포함해 4개 마을에 불과하다. 주민대책위가 한전의 보고 내용이 사실이 아님을 지적하자 한전 관계자는 ‘협의된 사항’으로 말을 바꿨다.

위원들은 한전이 자료 제출에도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하승수 위원은 “(한전에)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해도 질문 요지와 관계없는 일반적인 자료나 몇 줄짜리 원론적인 답변만 제시했다”고 말했다. 또 한전은 집행된 공사비와 보상비 관련 내역 등의 자료에 대해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 위원들은 해당 자료가 송전탑 건설 경제성을 판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 위원은 이러한 한전의 태도가 “국회에서 합의한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 밀양 송전탑 갈등 해결을 위한 전문가협의체에 참여 중인 주민 · 야당 추천 위원 4명은 19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전의 비협조적이고 무성의한 태도로 전문가협의체 활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수진 기자

위원들은 전문가협의체가 다뤄야 할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기존선로 용량 증설’과 관련한 한전의 시뮬레이션 결과 자료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한전이 전력거래소에 의뢰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2013년 1월 기준으로 고리-신양산 구간 송전선로의 최대 이용률은 76%로 예측됐다. 그러나 한전이 작성한 2013년 1월 고리-신양산 구간 송전선로의 실제 이용률은 51.2%로 예측 결과와 20% 이상 차이 났다. 반면 고리-울주 구간 송전선로의 예측 이용률은 22%였으나, 실제 이용률은 53.2%로 기록됐다.

이에 대해 위원들은 “(한전이) 이용율을 과장함으로써 고리-신양산 구간 증용량이 불가능하다는 상황논리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게 한다”고 지적했다. 석광훈 위원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활용해 전문가협의체가 잘 굴러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면서 “남은 기간 동안 (전문가협의체가) 제대로 운영될지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활동기간 절반 흘렀는데, 핵심 쟁점 건드리지도 못해

밀양 송전탑 전문가협의체는 지난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중재로 구성됐다. 7월 8일까지 40일간 활동하며, 그동안 주민대책위가 송전탑 건설의 대안으로 제시했던 기존 송전선의 용량을 증설하는 우회송전로와 땅 밑으로 송전하는 지중화 공사 방안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전문가협의체가 보고한 내용에 따라 국회가 권고를 하면 한전과 주민대책위는 이를 따라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협의체는 활동을 시작한지 2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우회송전’과 ‘지중화 방식’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하승수 위원은 “2차 회의 때 국회 중재안에 따른 검토 사항을 전혀 논의하지 못했음을 확인했다”면서 “3차례에 걸쳐 받은 자료가 부실하기 때문에 오늘(18일)로 예정된 3차 회의에서도 검토를 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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