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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의 도시에서 사형폐지를 위한 세계의 한걸음마드리드에서 열린 제5회 세계 사형폐지 총회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이 천주교인권위원회가 창립회원으로 함께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사형반대네트워크의 일원으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와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참가한 제5회 세계 사형폐지 총회 참가기를 보내왔다. 이에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6월 12일부터 15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다섯 번째 세계사형폐지총회(5th World Congress Against the Death Penalty_이하 총회)에 참가했다. 3년마다 개최되는 세계사형폐지총회는 2001년 독일 스트라스부르그를 시작으로 2004년 캐나다 몬트리올, 2007년 프랑스 파리, 2010년 스위스 제네바에 이어 올해, 2013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되었다.

전 세계 90여 개국의 관료, 학자, 법률가, 활동가를 비롯하여 사형선고를 받았던 당사자, 사형수 가족, 직접 사형을 집행했던 전직 교도관, 살인사건 피해자 가족 등 1,500여명이 참가한 이번 총회는 프랑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사형폐지를 위해 하나로’ (Together Against the Death Penalty, Ensemble Contre la Peine de Mort_ECPM)가 주관단체로, 세계사형폐지운동연합(World Coalition Against The Death Penalty)이 협력주관단체로 나섰다. 또, 주최국인 스페인은 물론 노르웨이, 스위스, 프랑스 정부 등이 공동주최하고 유럽연합, 독일, 스웨덴, 호주, 아르헨티나, 룩셈부르크, 모나코 정부 등이 후원했다.

   
▲ 사형제 폐지총회 폐막행진 ⓒ김덕진

주최국인 스페인은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Jose Luis Rodriguez Zapatero) 전임 총리가 유럽연합 의장이던 2010년 제네바에서 열린 제4회 세계사형폐지총회 기조연설에서 2015년까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사형을 폐지하자고 역설한 후, 스페인 정부 주도로 마드리드에 본부가 있는 세계사형폐지위원회 (international commission of against death penalty)를 설립하는 등 전 세계 사형폐지 운동의 리더로 나서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기 때문에 이번 총회의 성공적인 개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총회는 개회식과 폐회식을 비롯하여 2번의 전체 토론과 11개의 라운드 테이블, 8개의 워크숍과 다양한 문화․ 전시 행사 등이 쉴 틈 없이 진행되었는데, 필자는 공식 개회식에 앞서 열린 사형반대네트워크(ADPAN) 전체회의에서 여러 차례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 15년간 사형집행이 없었던 한국의 사형폐지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성과와 한계를 공유하였다.

우리나라는 2010년 헌법재판소의 사형 합헌 결정 이후,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 마다 보수여당의 일부 유력인사들을 중심으로 사형집행을 강하게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박근혜 대통령도 선거운동기간에 사형 존치의 입장을 피력하는 등 사형집행 중단 15년의 세월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매우 불안한 상황임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아시아는 물론 국제사회의 감시와 응원을 호소하였다.

이미 유럽연합의 모든 국가들과 미국을 제외한 미주대륙의 모든 국가들이 사형을 폐지하였으므로 세계 사형폐지 운동의 초점은 자연스레 사형집행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 중동, 아프리카 등에 맞추어져 있다. ‘중국 정부조차 정확한 통계를 알지 못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형집행이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는 중국, 마약사범들에 대한 사형집행과 투석 사형집행 등으로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는 이란 등을 향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매우 뜨겁다. 이번 총회기간 열리는 두 번의 전체 토론 주제가 ASIA(아시아)와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_중동과 북아프리카)인 것도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총회 개회식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스페인인 사형수 파블로 이바(Pablo Ibar)의 부인 타냐 이바(Tanya Ibar)가 남편이 총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미국 플로리다의 한 교도소에서 무죄를 주장하며 사형수로 복역 중인 파블로 이바는 이번 총회에 참석하는 전 세계 사형폐지 활동가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정의를 추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플로리다 주는 살인을 원하지만 자신이 무죄라는 것을 자신과 가족들이 믿기 때문에 진실은 꼭 밝혀질 것”이라는 말로 참가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총회 기간 내내 부대행사로 열린 파블로 이바에게 엽서보내기는 참가자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또,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사형수 62명의 사형집행을 담당했던 전직 교도관 제리 기븐스(Jerry Givens)는 “17년 동안 전기의자로 37명, 독극물 주사로 25명의 사형수에게 사형을 집행했다. 나는 사형집행에 익숙해져 있었고 언제든 사형집행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그저 직업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참가자들 앞에서 고백했다. 제리 기븐스는 1999년 친구가 저지른 마약거래와 돈세탁에 대한 위증 혐의로 억울하게 4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나서, “돈이 없다면 얼마든지 불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가 사형을 집행한 62명 중에는 자신처럼 억울한 사람이 없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면서 사형반대 운동에 나서게 되었다고 증언하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서면 메시지로, 1984년 노벨상 수상자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Archbishop Desmond Tutu)의 영상 메시지로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전 세계의 사형폐지를 위해 힘을 모아 줄 것을 당부했고 모든 국가에서 사형집행이 중단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총회 주최국인 스페인의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José Manuel García) 외교부장관, 디디에 버컬러(Didier Burkhalter) 스위스 부총리 겸 외무부장관, 로랑 파비우스(Laurent Fabius) 프랑스 외무부장관, 그라이 라센(Gry Larsen) 노르웨이 외무부 차관 등 유럽의 관료들과 나씨로 바코 아리파이(Nassirou Bako Arifari) 베넹 외무부 장관, 핫산 알 쉬마리(Hassan Al-Shimari) 이라크 법무부장관, 라일라 노마에 우랄리아 조세파 마지스트라도(Leila Norma Eulalia Jofefa Magistrado) 필리핀 법무부장관 등이 개회식에 참석하여 총회의 무게를 더했다.

   
▲ 아시아태평양 사형반대 네트워크 워크샵에서 발표 중인 김덕진 씨 ⓒ김덕진

총회는 두 번의 전체토론 이외에도 이란, 미국, 중국, 베냉, 나이지리아, 케냐 등의 개별 국가들에 대한 사례 발표와 토론, 마약사범들과 청소년들에 대한 사형선고와 사형집행에 관한 워크숍, 사형폐지를 어떻게 교육 시킬 것인가?, 살인피해자 가족들을 지원하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방법, 테러리즘과 사형폐지, 사형제와 종신형 등을 주제로 좌담회와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주민운동으로 시작된 미국 캘리포니아의 사형폐지 주민투표에 관한 워크숍은 흥미로웠다.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진행된 캘리포니아의 사형폐지 주민투표는 대통령선거만큼이나 큰 관심을 끌었는데, 사형폐지 47% 사형존치 53%로 사형제도 유지를 결정하였다. 그러나 이 주민투표는 미국에서 가장 큰 주이면서도 강력한 사형제도를 유지해 온 캘리포니아에서 절반에 가까운 주민들이 사형제도를 반대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캘리포니아의 시민운동단체들은 이 주민투표를 위해 거리 캠페인과 광고를 지속적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광고를 위해 모금을 진행했으며 이러한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한 것이 47% 반대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분석하고 있었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아시아와 남미에서 이주해 온 주민들이 많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집중적인 캠페인을 펼친 것이 주요했다고 평가했다. 일부 보도처럼 728명에 달하는 캘리포니아의 사형수 관리에 연간 2억 달러 정도가 쓰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사형폐지에 투표했다는 것은 과장이라고 전했다. 물론 사형제가 없다면 사형수들을 일반 수형자와 달리 특별하게 관리해야하는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고 사형선고를 받으면 무조건 항소를 해야 하는 의무 규정이 폐지되어 국선 변호인 선임과 재판에 드는 비용 등이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총회 내내 행사장 곳곳에서 진행된 200여점의 사형폐지 포스터 전시, 30여 사형폐지운동 단체들의 활동 선전 데스크, 밤 시간에 상영된 사형폐지영화 상영회도 인상 깊었다.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이바디(Shirin Ebadi), 197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메리어드 메기(Mairead Maguire) 등의 이야기와 함께한 마지막 밤의 칵테일 만찬도 기억에 남을 만한 시간이었다.

15일 오전 마드리드 시내 중심부 칼라오 극장(Callao City Lights)에서 열린 공식 폐회식에 맞추어 도착한 교황 프란치스코 1세의 서한은 참가자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교황은 타르치시오 베르토네(Tarcisio Bertone) 교황청 국무장관이 전달한 서한에서 ‘교황청은 양도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이라는 보편적인 인식과 가톨릭교회의 근본적인 가르침에 따라 사형 폐지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히고, ‘이번 총회를 통해 전 세계적인 사형폐지는 인류가 범죄에 굴복하지 않고 복수를 거부하며 새로운 희망을 높일 수 있는 믿음과 용기를 재확인 했다’며 참가자들을 치하했다.

   
▲ 로베르 바탱베르 사형제 폐지운동의 아버지와 시린 이바디 노밸평화상 수상자 ⓒ김덕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폐회식은 나비 필레이(Navanethem Pillay) 유엔인권최고대표를 비롯하여 스타브로스 램브리니디스(Stavros Lambrinidis) 유럽연합 인권특별대표, 199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호세 마뉴엘 라모스호타(Jose Manuel Ramos-Horta),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시린 이바디(Shirin Ebadi) 등의 연설이 있었다. 이 밖에도 장 아셀보른(Jean Asselvorn) 룩셈부르크 부총리겸 외교부장관, 디디에 렌더스(Didier Reynders) 벨기에 부총리겸 외교부장관, 엠마 보니노(Emma Bonino) 이태리 외교부장관을 대신하여 참석한 관료들의 발언이 이어졌고 행사 주관 단체 대표들의 감사인사가 이어졌다.

특히 폐회식을 방문하여 예정에 없던 즉석연설을 한 부신기 좐스턴(Busingye Johnston) 르완다 법무부장관과 프랑스가 사형을 폐지할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사형폐지를 이끌었고 유럽 사형폐지운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로베르 바탱베르(Robert Badinter)의 연설은 참가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폐회식 직후 1천여명의 참가자들은 사형집행 밧줄을 상징하는 대형 밧줄을 어깨에 메고 “Say No to The Death Penalty"라고 쓰인 손바닥 모형의 피켓을 흔들며 스페인 타악 공연단의 연주에 맞추어 솔 광장을 거쳐 다시 카야오 광장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할 때는 마드리드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런 시민들의 호응은 지난 제네바 총회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번 총회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소위 ‘스페니쉬 타임’이 공식 행사에서도 줄곧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첫날 총회장 개장은 14시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보안검색시스템 설치 등을 이유로 2시간 가까이 늦게 개장하여 많은 이들이 문밖에 서서 마드리드의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고, 전체 토론 시작시간 되어서야 테이블과 마이크를 설치하여 30분 이상 늦게 시작되기도 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대한 전체토론회 때는 시작 후, 30분이 지나서야 발제자들의 명패를 실무자가 들고 왔고 6개의 명패 중 2개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어 2명의 발제자 앞에는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명패가 놓이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모든 프로그램의 발표문이 공개되지 않아 동시간대에 열리는 각기 다른 프로그램들을 제목만 보고 선택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고 참가자들을 위한 핸드북은 폐회식 전날인 14일 오후가 되어서야 배포되기도 했다. 이러한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음에도 열정의 나라라고 불리는 국가의 시민들답게 토론도 에너지가 넘쳤다. 언론사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고 제 시 간에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만 빼고는 늘 미소 지으며 최선을 다해 친절을 베푸는 스페인 사람들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시아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발제와 토론은 유럽이나 미국의 학자들 또는 법률가들이 주도하는 서구 중심의 프로그램과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해야하는 아시아 참가자들의 어려움, 언어적 한계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아시아 참가자들의 소극적 태도, 마치 사형이라는 반문명적이고 반인권적인 제도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유럽인들의 시각 등은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아시아태평양사형반대네트워크 구성원들은 2016년 여섯 번째 세계사형폐지총회는 아시아에서 개최하자는 바람을 나누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 아시아의 사형폐지 문제를 다룬 전체토론 ⓒ김덕진

마지막으로 총회장에서 처음 접한 ‘북한의 사형제도. 전체주의 국가기구’(영문제목 The Death Penalty in North Korea. In the machinery of a totalitarian State)라는 자료집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영문판(표지포함 42쪽)과 한글판(표지포함 38쪽) 두 종류의 이 보고서는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 행사에서 도열하여 박수를 치고 있는 군인들의 사진을 표지로 하고 있는데 이는 사형관련 보고서나 홍보물의 표지가 대부분 사형폐지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그림이나 사진인 것과 비교된다.

이 보고서를 발간한 세계인권연맹(FIDH_International Federation for Human Rights)의 아시아 총괄담당은 내게 남한을 방문하여 많은 사람들을 만나 보고서를 완성했으며 한글판도 만드느라 고생했지만 정보가 부족하고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모자란 부분이 많을 테니 ‘똘레랑스’를 가지고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FIDH가 남한에 와서 만난 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 등 정부기관과 북한민주화운동본부, 자유조선방송,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10여개의 북한인권단체들이 전부였다. 보고서는 장황하고 비장한 설명으로 시작하지만 결론은 "북한은 사형제가 있고 사형집행도 하는 국가이므로 북한은 사형제를 폐지하고 사형집행을 중단해야하며 국제사회는 이를 위해 북한의 사형폐지와 사형집행 중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보고서는 아예 시작부터 북한에서의 사형집행이 자의적 생명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하면서도, 정당한 사형집행과 초법적, 자의적 또는 약식 처형의 구분은 애매하고 이러한 처형의 미확인 정보들이 있으나 데이터 부족으로 다루지 않겠다는 엉성한 논리구조를 스스로 밝히고 있다. FIDH는 10여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북한 형법 개정 등 누구나 인터넷 검색 한번이면 알 수 있는 정보를 나열한 것 외에는 큰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보고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IDH는 이 보고서 발간을 총회 몇 달 전부터 크게 홍보했고 공식 토론 순서에도 없는 이 보고서 소식이 총회 안내문에 들어 있기도 했다.

나는 사형폐지활동가로서 북한은 물론 남한, 미국, 일본, 이란 등 모든 국가들이 사형제도를 폐지해야한다고 생각하며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면 마땅히 비판해야하며 중단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북한과 북한주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행해지는 수많은 폭로들과 연구들이 온전한 근거나 확인 절차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말들을 모아내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너무도 불편하다.

북한은 분명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국가이지만 북한을 중심에 두고 활동한다는 서구 활동가들과 활동조직들도 참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이 보고서는 정당한 사형집행(사형제가 부당한 것인데 정당한 사형집행은 도대체 무엇인가?)과 자의적 처형의 구분이 애매하다고 앞장에서 밝혔으면서도 뒷장에서는 ‘북한에서 사형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진다."고 규정한다. 과연 누구 마음대로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을 ’자의적으로 이루어진다.’ 고 말할 수 있을까? 보고서 어디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북한과 관련된 이슈가 소위 ‘장사’ 되는 이슈라는 것은 남한이나 유럽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금이 돌고 무엇인가 생산된다. 그러니, 만든 사람 스스로도 부족하고 모자라다고 인정하며 ‘똘레랑스’를 부탁할 수밖에 없는 부실한 보고서가 국제사회에 뿌려 질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사형집행 중단이 시급하고 인권상황 개선이 중요한 일이지만, 이런 답답한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개선할 수 없을 것이다.

유엔(UN) 가입국 198개국을 기준으로 보면 모든 범죄 사형폐지 국가는 97개국이며 일반범죄 사형폐지 8개국, 한국처럼 10년 이상 사형집행이 중단된 사실상 사형폐지국가가 35개국으로 총 140개국을 사형폐지국가라고 말 할 수 있다. 반면, 사형제가 유지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중국, 이란 등 58개국이며 2012년 사형집행이 있었던 국가는 21개국뿐이다.(국제앰네스티 연례사형현황 보고서 : 2012 사형선고와 사형집행 참조) 이미 전 세계 70%의 국가가 사실상 사형제를 폐지했고 사형집행은 11%의 국가에서만 행해지고 있으니 사형제 폐지는 이미 전 세계적 흐름이 아닐 수 없다.

이미 1991년 유엔은 ‘사형의 폐지를 목표로 하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제2선택 의정서’를 발효시키면서 전 세계의 사형폐지라는 목표를 천명한 바 있다. 또, 2007년을 시작으로 무려 네 번에 걸쳐 사형집행을 유예하겠다는 모라토리움 결의안을 유엔 총회에서 채택하였는데 한국은 모두 기권했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였고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인 ‘대한민국’이 사형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제사회의 주요한 일원이 되는 순간 그 무거운 책임과 의무도 뒤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 사형제 폐지총회 폐막행진 ⓒ김덕진

사형수 한 명 한 명이 우리에게 주는 생명의 무게는 모든 이들의 그것과 똑같다고 믿지만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는 분명 그보다는 넓고 깊다. 인권과 생명을 지켜 낼 수 있는 마지막 선을 지키고자 하는 데에 우리의 가치가 있다. 사형이 집행되는 나라의 정부과 공권력은 국민을 더 많이 통제하고 억압해도 된다고 믿게 될 것이고 국민들은 국가가 자행하는 폭력에 무덤덤해 질 수 밖에 없다. 반면, 사형이 폐지된다면 오히려 범죄 예방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될 것이고, 그동안 국가와 사회가 방치했던 범죄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제도와 장치를 만드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

나는 지난 2009년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가 사형제에 대한 위헌여부 결정을 앞둔 우리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가 국가는 왜 사형을 폐지해야하는가, 여론을 핑계로 회피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글이라고 생각하기에 그 일부를 인용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부디 내 생애에, 이런 멋지고 당당한 말을 국민들에게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정부를 만나고 싶다.

“유럽에서는 사형이 인간 존엄성 및 생명권에 대한 존중이라는 근본 가치와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서 전적으로 배척하는 방향으로 법적 입장이 진화해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화는 사형 폐지에 대한 대중의 지지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사형에 찬성하는 유럽인들이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이든 다른 지역이든 사형 폐지는 근본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여론조사로 그 방향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사형은 범죄를 감소시키거나 국민들의 사기를 진작하거나 정의를 구현하는 해법은 아닙니다. 사형 폐지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근본 가치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 사형제 폐지총회 폐막행진 ⓒ김덕진

김덕진 (대건안드레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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