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교회분쟁 판례 해설서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 쓴 강문대 변호사

종교법이 사회법과 구별되지 않았던 식민지 이스라엘에서 법적 판결을 내리는 곳은 산헤드린이었다. 이스라엘 최고의 종교회의이며 동시에 최고평의회였던 산헤드린의 70명 종교지도자들이 내리는 결정은 절대적이었고, 율법과 규례에 기반한 이들의 판결은 비단 종교적 영역뿐 아니라 유다인들의 생활 전반을 규제할 만큼 강력했다.

2013년 대한민국은 어떨까. 신정국가가 아닌 대한민국에서는 교회 안에 분쟁이 생겼고 내부조율에 실패한 경우, 제3자의 개입이 필요해진다. 이 제3자는 법원이다.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에서 분쟁이라니, 게다가 기도하면서 평화롭게 해결해도 부족할 판에 법원이라니. 그러나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라도 교회도 사람이 모인 곳이라 크고 작은 갈등이 엄연히 존재하고 때로는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현실이 도처에 깔려 있다.

이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드러낸 이가 있다. 개신교 분쟁에 관한 판례를 해설한 책을 펴낸 법률사무소 로그의 강문대 변호사다. 강 변호사는 <복음과 상황>에 연재했던 교회 안의 정치, 형사, 재산, 근로관계 등의 판례 해설을 모아 지난 5월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뉴스앤조이, 2012)를 출간했다.

▲ 강문대 변호사는 “분쟁 안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양효숙 기자

교회 소송 전문 변호사의 존재,
좋은 일은 아니지만 전문가는 필요하다

강 변호사는 교회 소송 전문 변호사의 존재가 결코 좋은 일은 아니라면서도 “그러나 전문가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전문적으로 교회법과 사회법을 이해해야 양쪽 주장을 잘 들을 수 있고, 그래야 분쟁 당사자가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이 책이 “교회 분쟁을 해소하고 나아가 예방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이번에 출간한 책에서 △ 관리 집사는 아무 때나 해고할 수 있나 △ 성직자의 공직선거 개입, 어디까지 허용되나 △ 교인이 교회에 회개장부 공개를 요구할 수 있나 △ 교회, 아무 곳에나 신축할 수 있나 등 그간 직접 소송을 담당했거나 상담을 의뢰했던 분쟁들에 관한 판결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책장에 빼곡한 개신교 각 교단 교회법전을 보며 원칙이 궁금했다. 사회법은 종교법보다 우위에 있을까.

▲ 강문대, <교회, 가이사의 법정에 서다>, 뉴스앤조이, 2012
“어떤 게 더 우선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요. 다만 종교적 독자성을 인정하려 하죠. 법정에 가면 종교단체도 일반단체와 똑같이 다루지만 그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하려고 해요. 너무 터무니없거나 절차상 위법하지 않다면 거기에서 판단한 걸 존중하는 거죠. 물론 그렇다고 법이 나 몰라라 하진 않아요. 그럼 종교 자체가 독재자가 돼 소수자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교회 소송의 어려운 점으로 ‘합리성의 결여’를 꼽았다.

“근대법이라는 게, 합리성에 기반해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게 기본 토대거든요. 하지만 교회 소송인 경우, 소송 당사자들이 신앙적 사명감을 가지고 법을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수단으로 여기죠. 자기 위주의 사명감이 합리성의 결여로 드러난다고 할까요? 그래서 합리적 조율이 쉽지 않아요.”

쉽지도 않고, 에너지도 많이 들어가는 종교 문제 소송에서 조심스럽게 보람 있는 때가 언제인지 물었다. 대답은 쉽게 돌아왔다.

“교회 안에서 부당하게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법의 도움을 받을 때 누가 가장 합리적인 규범에 맞게, 논리체계에 맞게 주장할 것인가 하는 게 중요해요. 제 역할은 그분의 억울함을 법률적 용어로 풀어주는 거죠. 그게 보람이에요.”

▲ 그의 책장에는 각종 교단의 교회법 서적이 빼곡했다. ⓒ문양효숙 기자

노동 전문 변호사, 교회 분쟁에 뛰어 들다

부당한 이들의 호소에 반응하는 그는 사실 노동 전문 변호사다. 사법고시 합격 후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노동문제 관련 소송을 도맡았고, 2004년 변호사 출신으로는 최초로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다. 인터뷰 약속이 있던 날도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의 산업재해 신청을 위한 최종 변론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 했다. 이런 선택의 배경에는 대학 시절의 경험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대 종교학과에 들어간 강 변호사는 기독교문화연구원이라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졸업할 때까지 빈민촌에 들어가 살았다.

“두부 만들어서 배달하고 마을 사람들이랑 같이 잔치하고 그랬어요. 지금 생각하면 봉사활동 정도인데, 공안당국 눈에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떼로 빈민촌에서 살지, 들고 다니는 문건이나 입고 다니는 옷이나 과격한 운동권으로 보인 거죠. 나름 과격했다면 ‘급진적 이상주의자’였다는 점 정도겠네요. ‘기득권을 포기하고 하느님 나라의 이상을 실현한다’ 이런 건 있었거든요.”

군 입대를 앞두고 고향집에 잠시 머물던 강 변호사는 그대로 체포돼 홍제동 대공분실로 끌려갔다. 신문에는 큰 조직사건이 터진 것처럼 대서특필됐다. 강 변호사는 “기존 틀에 안주하지 않고 무언가를 해보려던 정말 학생다운 동아리였는데, 징역을 6개월이나 살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거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 처한 자신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강 변호사는 스스로 법전을 폈다. 법전은 재미있었다. 자신이 미세한 것을 조립해 논리적 틀로 맞추어 나가는 걸 좋아하고, 또 그런 능력이 발달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렇게 빈틈없이 잘 짜여진 체계를 중요시 여긴다는 그는 왜 종교학과에 들어갔던 걸까?

“고등학교 때 종교에 관심이 많았어요. 교회를 열심히 다녔는데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게 너무 많았거든요. 쌓여가는 의문을 어떻게든 정리하고 싶었죠. 고등학생 시절, 머리로도 궁극적인 것에 고민이 많았지만 감성으로도 종교성이 많이 발현됐던 것 같아요. 아침에 학교 갈 때 자연이 내게 말을 걸어오고 내가 화답하는 듯한 느낌이 들곤 했거든요.”

사진 제공 / 강문대 변호사

법은 순리대로 잘 흘러야 한다

그는 변호사가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처음 직업을 알지 못한 채 강 변호사를 알았다. 나중에 그의 직업을 알았을 때, ‘이렇게까지 직업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니!’ 하고 생각했었다. 철저하고 치밀한 사람, 빈틈없이 논리가 서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나 보다. 그도 “탁월한 선택이었다”면서 스스로에게 ‘꽤 잘 어울리는 일’이라 말한다. 법이 잘 어울리는 그에게 법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물었더니 ‘물과 같은 것’이란다. 의외의 답이다.

“법도, 물로 순리대로 흘러야 하죠. 물처럼 우리 생존에 필수적이기도 하고요. 한자로도 법(法)이 물 수(水)에 떠날 거(去)를 써요. 너무, 교과서적인가요?”

갈등을 덮어두고서는, 상처를 직면하지 않고서는 성장할 수 없다. 세속의 가치를 뛰어넘는 사랑을 추구하며 모인 교회에서 인간적 한계를 직면하는 것은 꽤 아픈 일이겠지만, 때로는 곪아가는 상처는 터뜨려 꿰매는 게 순리일지도 모르겠다. 강 변호사는 “소송 과정이 때로는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한다”며 “이 가운데에도 하느님의 뜻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분쟁은 교회 안에서 해결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죠. 하지만 덮어두는 것 보다는 해결하기 위해 힘을 쏟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분쟁 가운데 드러날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며 겸손히 문제의 본질을 살펴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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