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위로, 상황 파악 위해 밀양 현장 방문
“살려달라는 호소에 가슴 아파 … 송전탑 싸움은 핵발전 폐기 위한 싸움”

▲ 밀양 부북면 바드리 평밭마을 움막을 방문한 이용훈 주교. 이용훈 주교는 주민들의 안부를 묻고 그들의 호소를 들었다. ⓒ정현진 기자

28일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가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이용훈 주교가 밀양 송전탑 문제의 중재에 나서기로 한 약속에 따라 우선 현장을 찾아 주민들을 위로하고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뤄졌다.

밀양 부북면 평밭마을, 상동면 여수마을, 단장면 동화전마을과 밀양 가르멜수녀원 등을 찾은 이날 방문에는 주교회의 정평위 총무 장동훈 신부와 김 셀마 수녀, 정평위 환경소위원회 총무 양기석 신부를 비롯해 수원 · 부산 · 마산교구 정평위 사제와 수녀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부위원장 이애령 수녀 등 20여 명이 동행했다.

현장 방문에 앞서 이용훈 주교는 문제를 해결할 당사자들과 정부 측이 오히려 밀양 문제를 외면하고 있어서 가톨릭교회가 나설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주민들의 요구를 묵살한 채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며 “일단 공사를 중단시키는 것이 시급하고 무엇보다 국민들에게도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주민들이 만든 현장 움막에 들른 이용훈 주교는 처참한 모습에 안타까워하며, 이런 상황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정현진 기자

이어 3개 마을의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은 이용훈 주교는 “주민들의 ‘살려달라’는 목소리를 충분히 가슴에 담았다”면서 “고령의 노인들이 다치고, 국가와 공권력으로부터 험한 대접을 받는 것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한 “정평위 차원에서 이 문제를 알리고, 공사 중단 요구는 물론, 주민들의 피해와 인권유린에 대해 엄중히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훈 주교는 주민들이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가도록 돕겠다고 약속하며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더 이상 주민들이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건강을 잘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 주교는 밀양 송전탑 갈등의 의미는 핵발전을 막기 위한 노력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교회 역시 핵발전소에 반대한다. 핵발전소 가동은 특히 위험한 핵폐기물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쿠시마의 교훈으로 핵발전소 54기 중 52기를 중단한 일본, 재생에너지 사회로 가는 독일처럼 우리나라 역시 핵발전 폐쇄로 가야 한다”면서 “결국 송전탑 싸움은 핵발전 폐쇄 싸움이며, 밀양의 저항은 바로 그것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한편 29일 오전 10시에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마련한 통상 · 에너지소위원회가 열린다. 밀양 주민 대표가 참석해 송전탑 사태 해법을 논의하는 이 자리에서는 ‘전문가협의체’ 구성과 그 운영 방침이 결정될 예정이다. 송전탑 반대 대책위 측은 그동안 초고압 송전탑 대안으로 지중화 방안 등을 내고 이를 검토하기 위한 전문가협의체 구성을 요구해왔다. 한전과 여야 정당, 주민들이 추천한 전문가들로 구성될 전문가협의체 운영이 성사되면, 송전탑 건설의 타당성과 대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주교회의 정평위의 중재 노력과 이날 전문가협의체 구성을 위한 회의에 따라 밀양 송전탑 건설의 향방이 결정되는 셈이다. 이미 신고리 3호기가 원전 수출을 위한 실험 모델로 밝혀져, 밀양 송전탑 건설의 정당성을 상당 부분 잃은 상황에서 한전과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 상동면 여수마을 주민들과 함께. ⓒ정현진 기자

▲ 28일 부북면 평밭마을을 찾은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도자들. ⓒ정현진 기자

▲ 송전탑 건설로 수도생활의 위기에 처한 밀양 가르멜 수녀원. 이용훈 주교는 수도자들에게서 송전탑 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다해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정현진 기자

▲ 이용훈 주교는 “어르신들이 평화로운 마을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데, 이토록 무심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