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열사 19명 추모 미사 봉헌

ⓒ서경렬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이분들은 예수님의 삶을 따랐던 사람들입니다. 가려져 있는 세상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예언자로서의 삶을 살았지요. 이 미사에서 단순히 기념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도 이분들처럼 살려는 마음을 품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이분들의 삶이 온전히 기념될 수 있을 듯 합니다.”

22일 오후 서울 동소문동 골롬반선교센터에서 권운상 요셉, 권종대 이시도로, 김태훈 다두, 박승희 아가다 등 19명을 기리는 천주교 열사 합동 추모 미사가 봉헌됐다. 미사를 주례한 김정대 신부(예수회)는 “우리의 마음을 추스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기백 신부(성골롬반외방선교회)는 강론에서 열사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위로를 보내고, 열사들의 삶을 있게 해준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오 신부는 미사에 함께한 이들에게 “우리는 무엇보다 우리 자신을 위해 여기 모여 있다”며 “우리는 열사를 기억함으로 새로운 영감과 도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오늘 복음 말씀처럼 우리는 오늘 밤 열사들의 열매를 나누려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인간인 우리는 자극을 받아야 우리 안의 욕심과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너그럽게 다른 이를 위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서경렬

오 신부는 이어서 미사 중에 신자들이 성체를 받아 모시는 것은 “하느님 앞에서 우리가 남을 위해 몸을 바치는 삶을 살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것”이라며 “이런 약속을 하기 위한 핵심 질문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인가’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오 신부는 “교회는 가난한 이들을 찾아가야 한다”고 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전했다.

“지난 5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기 문제만 고민하는 공동체는 병든 공동체’라고 하셨죠. 교회는 자신을 초월해서 병들어 있는 분들에게 가야 한다, 육화된 그리스도, 즉 가난한 이들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왜냐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지내기 위해 가난한 자가 되어 오셨기 때문이지요.”

오 신부는 “그런 길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던 열사들과 예수님과 하나가 되어 그 길을 성실히 따라갈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권오광 대표는 인사말에서 “오늘은 열사 19명을 모시고 미사를 봉헌했지만 알지 못하는 곳에 더 많은 열사들이 계실 거라 생각한다”며 “최근에서야 ‘일베’가 무엇인지 알았다. 민주화와 역사를 왜곡하는 현실을 대면하며 더욱더 열사의 정신을 되새겨야겠다”고 말했다.

천주교 열사 19인 명단

권운상 요셉 (1996년 운명,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활동, <녹슬은 해방구> 등 집필)
권종대 이시도로 (2004년 운명, 전국농민회총연맹 초대 의장)
김태훈 다두 (1981년 운명, 학생운동가)
박복실 요한나 (1992년 운명, 노동사목 활동가)
박승희 아가다 (1991년 운명, 학생운동가)
서 로베르또 (2000년 운명,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신부)
신건수 분도 (1994년 운명,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활동)
유재관 루가 (1991년 운명, 인천지역사회운동연합 회원)
이경심 세실리아 (1979년 운명, 한국가톨릭노동청년회 활동)
이승삼 다윗 (1987년 운명, 가톨릭학생회 활동)
이재호 스테파노 (1986년 운명, 학생운동가)
이정순 카타리나 (1991년 운명, 학생운동가)
이태춘 도밍고 (1987년 운명, 사무 노동자)
조성만 요셉 (1988년 운명, 가톨릭 민속 연구회 등 활동)
최명아 마리아 (1998년 운명, 노동운동가)
최옥란 세실리아 (2002년 운명, 장애인운동가)
최태욱 다태오 (1990년 운명, 노동운동가)
한희철 귀리노 (1983년 운명, 서울대학교 가톨릭학생회 활동)
최종만 도밍고 (2003년 운명, 노동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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