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야만적 폭력으로 물든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

 

밀양은 생지옥이었다.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 곳곳이 700미터가 넘는 고지 위에 있기 때문에 밀양의 할매와 할배들은 고립된 섬에서 외로이 싸우고 있었다. 모든 현장의 입구는 새벽부터 경찰에 의해 차단되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항의까지 하였으나 현장으로의 접근을 차단시켰다.

한전 측은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하였으나,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바드리 89번 고지에서는 새벽 4시부터 공사를 강행하려고 하였다.

이에 할매들은 온몸으로 저항하며 공사를 저지하면서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바드리 88번지에서는 한전 측의 공사 담당자들이 기만으로 할매들의 불안과 불신의 심리를 자극하며 공사 의도를 드러냈다. 할매들은 750미터 고지에서 세 분이 포클레인 안으로 들어가 저항하였으나 경찰에 의해 하나둘 끌려 나와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할매들이 포클레인에 몸을 묶은 밧줄을 한전 측이 경찰에 전달한 커터칼로 자르기도 하였다. 아주 비좁은 공간에서 숱한 경찰 병력이 할매들을 서로 분리하며 뜯어내는 과정에서 안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칼을 사용한 것이다. 결국 할매 중에 어느 분은 머리를 포클레인에 부딪쳤고, 또 다른 할매는 심한 몸싸움에 탈진했다. 두 분의 할매들은 헬기로 병원에 이송해야 했다.

 

국가인권위에서 현장에 왔지만, 그들은 사진기도 없었고 녹음기도 없었다. 어떤 객관적 채증 과정 없이 양쪽의 진술만을 듣고 있었다.

부북면 평밭마을의 127번 고지는 그야말로 생지옥이었다. 여덟 분의 할머니가 고지에서 고립되어 화장실도 못 가고, 물도 못 마시며 뙤약볕에 계신다는 소식에 몇 명의 기자와 할배들과 함께 1톤 트럭으로 무조건 올라갔다.

우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충격이었다. 한전 측의 직원들과 경찰의 병력에 놀랐다. 그들은 그늘막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었다. 할매들은 따가운 햇볕을 피해 포클레인 옆에 앉고 누워 있었다. 30도 가까운 날씨의 한낮 풍경을 믿을 수 없었다. 70~80대 고령의 힘없는 할매들은 따가운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고, 손주 같은 건장한 병력들은 그늘막에서 잡담을 하며 간식을 먹고 있는 풍경을 상상해보시라.

나는 한전과 경찰에 강력히 항의하였다. “사람으로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라며. 그러자 한전의 현장 감독 같은 이가 마이크를 잡고, 공사 강행을 위해 할매들의 이동을 촉구하였다. 그는 마이크를 통해 “한전은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라는 말을 반복하였다. 이내 포클레인의 이동을 시작하면서 현장은 갑자기 술렁거렸다. 포클레인의 이동 후에 헬기가 나타났다. 그리고 한전과 경찰은 할매들을 강압적으로 분리시키려고 하였다.

할매들은 절규하며 저항하였다. 이내 윗도리를 벗어던지며 온몸으로 저항하였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과 경찰은 할매들 한 분, 한 분을 격리하며, 흥분한 할매들을 담요와 비닐 등으로 덮으며 분리시켰다.

 

도대체 한전이 왜 이런 일을 자행하고, 경찰은 왜 방조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할매들은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서 담요와 옷가지 등으로 덮여서 강제로 격리되었다. 몇 분은 실신하였고, 긴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김준한 신부와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 그리고 평밭마을 할배들이 합류하였지만, 경찰과 한전은 인간방패로 현장 접근을 차단하였다.

한전과 경찰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야만적 폭력이 밀양의 송전탑 건설 현장 곳곳에서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양의 할매와 할배들은 한전과 경찰에 맞서 영웅적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할매와 할배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송전선로 지중화와 이 문제를 전문가협의체에 맡기자는 것이다. 할매와 할배들의 8년의 투쟁을 천박한 자본의 힘으로 대체하려는 한전은 765㎸ 송전탑 건설에 대해 근본적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밀양의 할매와 할배들도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국민이라면, 이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글 · 사진 /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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