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금자 씨의 어린이 카페 이야기]

▲ 6월 4일 오전 11시에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3주년 미사를 봉헌합니다.

2010년 6월 5일, 까사미아를 열었을 때 참으로 설렜습니다.
까사미아가 올해 6월 5일이면 벌써 세 살배기가 됩니다.

세월 참 빨리 지나갔지요?
까사미아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은 기적의 순간이요, 만남의 시간이요, 행복의 세월입니다. 매일 매일의 작은 에피소드들이 모여 인연의 역사를 이뤄가고 있습니다.

‘큘로, 큘라’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저희 두 사람은 ‘키다리 아저씨와 아줌마’라는 동화를 까사미아를 열면서 쓰기 시작했지요, 마음 속에.

우리의 삶에 아이들이 들어오자 참으로 많은 사랑과 은총을 체험했습니다. 때때로 밴댕이 속 땜시 마음고생한 드라큘라 아줌마인 저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눈높이로 시선과 주파수를 맞추기기 녹록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속 좁음을 편하게 인정하고 욕심과 기대를 내려놓자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창의력이 풍부한 천재로 태어난 아이들이 부모를 포함한 주위 성인들의 조바심과 편견 때문에 너무도 평범한 아이들로 성장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자식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 직업 전선에 나선 엄마, 정작 아이가 필요할 때 함께할 수 없어서 방황하는 자식을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합니다. 돈, 성적 지상주의로 멍든 개인, 가정, 사회로 인해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사각의 공간에 갇혀 생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풀어내지 못하여 엉뚱한 통로로 폭발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프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 신나게 조잘대며 스파게티 간식을 먹다가 큘로 아저씨가 카메라를 꺼내자 서로 얼굴을 감추느라 정신이 없지요. 1초 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재잘대는 까사미아의 초딩들 ⓒ김용길 기자

그렇다고 모든 것이 회색은 아닙니다. 어린이, 청소년들의 솔직함이 중년인 저를 공부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지금 ‘자신을 적나라하게 보는 법,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하는 법, 편견 없이, 조건 없이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말 한 마디, 작은 손짓에도 함박웃음이 터져 나와 배꼽이 빠질까봐 배꼽을 꼭 움켜쥐는, 허리가 끊어질까봐 허리를 부여잡고 스파게티 간식을 먹고 가는 초딩 여자아이들. 그 해맑은 몸짓과 청아한 웃음소리가 까사미아를 꽉 채우고 있기에 때때로 지치고 힘겨울 때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휴일인 오늘, 큘로 아저씨와 큘라 아줌마는 까사미아 마당에서 우아하게 포도주 한 잔을 곁들인 스파게티를 먹었습니다. 이탈리아 분위기를 한껏 내면서 말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봄의 향연을 만끽한 화사하고 행복한 오후였습니다.

큘라 아줌마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의 창립 20주년 행사로 인해 4월, 5월 두 달 동안 ‘까사미아 이야기’를 쓰지 못해서 5월이 더 지나가기 전에 소식을 전합니다.

▲ 5월 어느 봄날,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은 까사미아 앞마당 파라솔 밑에서 큘로 주방장 아저씨가 요리한 스파게티를 먹고 있는 큘라 아줌마. 참 부럽죠? ⓒ김용길 기자

최금자 (엘리사벳)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대표,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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