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재개 이틀째, 한전 비판하는 기자회견 이어져
24일 저녁, 탈핵희망버스 밀양 향해

▲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앞에서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문양효숙 기자

밀양 송전탑 공사가 재개된 지 이틀째인 5월 21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이 주관한 기자회견에서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양재성 목사는 “국민을 잘 보호하라고 뽑아놓은 정권과 경찰이 주인인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며 한전의 공사 강행과 경찰의 공권력 투입을 강력히 비판했다. 양 목사는 “그곳은 사람과 생명이 사는 땅이다.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하승수 변호사는 오늘 아침 한전 트위터를 통해 ‘어제 병원으로 향했던 주민 세 분은 모두 퇴원했다’,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내용을 접했다면서, 확인 결과 주민 1명은 큰 병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대기 중이며 나머지 2명도 병원에 있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한전 측에 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하느냐 항의했을 때 ‘확인을 못해서 퇴원한 줄 알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분노가 솟아오른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공기업이라는 한전은 지난 몇 달간 주민들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 여론을 호도하고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제 병원에 실려가신 분들 나이는 81세, 80세, 74세다. 공사를 강행하면 작년 이치우 어르신과 같은 비극이 또 일어날지 모른다”면서 “당장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하승수 변호사는 “여론을 호도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한전에 대해 분노가 솟아오른다”고 말했다. ⓒ문양효숙 기자

▲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이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이틀째인 21일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양효숙 기자

밀양에서도 송전탑반대대책위, 가르멜 수녀원 등 입장 밝혀

같은 시각, 밀양시 가곡동 한국전력 앞에서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천안 한국순교복자수녀회, 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등이 함께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주민들은 물러서지 않을 태세”라며 “누구라도 말리고 싶을 정도로 안타깝지만, 주민들의 의지는 너무나 확고하고, 그동안 겪은 고통과 인간적 모멸감, 송전탑 건설로 인한 고통은 이분들을 물러서지 않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주민들은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대안을 갖고 있다”면서 “왜 대화에는 응하지 않고 밀양에 송전탑을 세우지 않으면 전력수급에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 여론을 호도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신고리핵발전소 5 · 6호가 아니라면 밀양 송전탑은 원천적으로 필요하지도 않다”며 “신고리핵발전소 5 · 6호기 건설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대책위 공동대표 김준한 신부(부산교구)는 “한전이 공권력을 부르지 않겠다고 해 놓고 경찰을 현장에 배치하게 하는 등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며 “‘정의로움이 이기고 착하게 사는 것이 도리’라는 상식에 비춰 볼 때 밀양 싸움은 결코 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기자회견에서 봉쇄수도원인 밀양 가르멜 여자 수도원도 공사 재개에 관한 입장을 발표했다. 수녀원은 “한전은 피해 주민들이 그토록 요구하고 있는 전문가 협의체를 하루 속히 구성해 지중화 등의 방안을 주민들과 함께 충분한 검토한 후 주민들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사와 협상을 동시에 하겠다는 밀어붙이기 공사는 있을 수 없다”며 “이러한 공사 방식은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다치게 할 뿐 아니라, 정부와 한전에 대한 불신을 낳고 주민들로 하여금 불상사를 낳을 수밖에 없는 길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밀양 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긴급한 밀양의 소식을 주변에 알리고 응원 메시지나 후원금을 보내는 등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알려왔다. 한편, 24일 저녁에는 전국에서 탈핵희망버스가 밀양으로 향한다. 서울에서는 2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현대백화점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하며 1박2일간 송전탑 건설현장 곳곳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문의 /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탈핵희망버스 기획단 이보아 010-9990-9767)

▲ 밀양 가곡동 한국전력 앞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송전탑반대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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