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9일 생명평화탁발 순례단장 도법스님은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와 만남을 가지고 ‘생명과 평화’에 대한 교감을 나눴다. 이날 두 종교인의 대담 직후 천주교 제주교구 평화의섬특별위원회와 생명평화결사탁발순례단, 평화의섬제주범도민대책위 등 종교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제주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실천합의문' 서명식을 갖기도 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11월 11일 제주교구 노형본당(주임 남승택 신부)이 도법 스님을 교중미사 중 강론대로 초대하여 신자들에게 생명평화의 깊은 의미를 전달하였다. 남승택 신부는 도법 스님을 자신의 삶을 생명평화 운동에 바치신 분으로, 2004년 3월 지리산 노고단에서부터 생명평화결사탁발 순례를 시작하였고, 도법스님의 말씀 중에 “걷는 것은 자신과의 만남, 자신의 생명평화를 완성하는 행위, 걷는 것은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며, 내면의 소리를 듣고, 내면의 소리에 충실한 삶을 살고, 그 결과 내 삶에 생명과 평화가 흘러넘치게 하는 것입니다”라는 말씀을 전하면서 도법스님을 강론대로 초대하였다.

강론대에 오르기 전 도법스님은 제대 위에 예수님 상에 대한 예의를 갖추었고, 신자들은 큰 박수로 스님을 환영하였다. 스님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렇게 평화라는 주제로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신 주님과 신부님, 그리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인사말로 강론을 시작하였다. 

도법 스님은 강론에서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발족하게 된 계기와 과정을 설명하면서 생명평화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스님은 현재의 상황을 역사적으로 고찰해 볼 때, 인간들의 경제적 풍요과 과학적 지식과 기술의 발달 등으로 우리의 삶이 개선되는 듯 보이나, 실제로 인간들의 사회는 보다 더 잔인한 싸움의 기술과 도구의 발달로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역사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그러한 폭력과 야만의 역사는 민족, 종교, 이념, 자유, 정의, 평화 등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너와 나의 생명이 개별적이고, 이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 관계의 그물코처럼 서로 연결되어서 관계적이고 의지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생명의 진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우리들은 우리 자신을 낮추고, 비우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하였다.

생명의 진실 혹은 진리를 예수님이 ‘사랑’으로, 부처님이 ‘자비’로 표현하였다고 하면서, 관계 안에서 서로의 생명을 존중하고 배려할 때, 진정한 생명평화가 이뤄진다고 주장하였다. 스님은 “너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나를 사랑하는 길이 열리지 않는다.”라는 말로서 강론을 마무리 지으면서, 생명평화의 진리가 미래의 희망임을 강조하였다.

현재 제주교구는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하여, 교구장 강우일 주교의 확고한 평화의지와 교구 내 ‘평화의섬특별위원회’를 설치를 통해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하여왔다.

이러한 때에 도법스님과의 만남은 공통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종교간 연대를 축약하여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각 종교가 궁극적으로 가지고 있는 진리를 통해 각 종교는 세상이 좀 더 나아지는 걸음에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가톨릭과 불교가 연대하는 모습이 좀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지는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제주 평화정착’이라는 큰 사회적 이슈 안에서는 두 종교 사이의 연대적 행위는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도법스님의 교중미사 강론은 전례적으로 볼 때 나름대로 파격적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가톨릭교회에서는 미사 중 강론을 전례의 핵심으로 보고, 사제 이외에 다른 이들에게는 강론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거부해 왔다. 당연히 가톨릭의 평신도들도 그러한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번 제주교구 노형본당(주임 남승택 신부)의 교중 미사 중 도법스님의 강론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었다.

이번 도법스님의 교중미사 강론이 앞으로 가톨릭교회의 전례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런 전례적인 파격을 통해 제주교구가 ‘평화’에 대한 확고하고, 단호한 신념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면서, 제주해군기지 반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교중 미사 전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와 도법스님과의 만난 것도 같은 선상에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신강협 200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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