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으로 제대 옮겨 봉헌한 생명평화미사

4월 25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 수백 명의 경찰이 투입된 이후 갈등이 커져 왔다. 급기야 지난 3일에는 생명평화미사를 주례하던 우직한 신부(제주교구)가 공사장 정문 앞으로 제대를 옮기고 미사를 봉헌했다. 평화활동가 단체 ‘평화바람’이 이날 미사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과 함께, 강정마을을 기억해주고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는 문정현 신부의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동영상 제공 / 평화바람


미사 중인 사제를 어떻게 경찰이 들어낼 수 있단 말인가!
세계의 10억 신자들이 이 미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강정에 예수회 ‘디딤돌 공동체’가 있습니다. 김성환 신부, 이영찬 신부, 박도현 수사가 공동체 식구입니다. 저 문정현 신부, 평화바람, 방은미, 한경아는 2년 동안 강정에서 살고 있습니다. 1년 전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님은 강정에 공소를 설립하여 정선녀 잔다크 회장을 보내셨습니다. 서귀복자성당 소속 공소입니다.

저희는 6년 넘어 빼앗기고 탄압받는 강정 주민들과 함께하는 활동가이자 지킴이로 살고 있습니다. 수 · 목 · 금요일은 제주교구가 본당마다 돌아가며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합니다. 토 · 일 · 월 · 화요일은 강정에 상주하는 사제가 미사를 맡아 합니다. 매일 오전 11시 미사가 봉헌됩니다. 강정 생명평화미사라 합니다.

제주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서 미사를 합니다. 연유가 있습니다. 2011년 8월 24일, 강동균 마을 회장과 다른 주민, 활동가가 연행, 구속된 바로 그 자리입니다. 9월 2일 행정대집행으로 구럼비로 통하는 농로를 폐쇄하고 높은 담을 치던 날, 우리 사제들이 미사를 하던 그 자리를 침탈당했습니다. 제의를 입은 채 들려 나왔습니다. 하는 수 없이 공사장 정문 가까이 길 건너에서 미사를 봉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중덕 앞바다, 구럼비를 바라보며 미사를 합니다. 그동안 얼마나 치욕적으로 탄압을 받았는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2012년 8월 8일 성체모독사건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이후 미사시간과 장소를 보장받았습니다. 한동안 편안하게 미사를 봉헌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4월 22일 서귀포경찰서장이 바뀌고 25일부터 강경해졌습니다. 약속을 깨고 아무 통보도 없이 육지에서 500명 지원, 나머지 제주경찰, 도합 경찰병력 839명이 동원되어 미사 중에 레미콘 등 공사차량을 출입시킵니다. 미사를 보장하기는커녕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경찰은 생색을 내며 차량 통행을 하지 않았고 문까지 닫았습니다. 대한문 쌍용자동차 영정을 모셨던 천막을 강제 철거하고 화단을 만들던 그 시기와 때를 맞추어 강정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저희는 하던 대로 미사를 봉헌하려 합니다. 정문에 앉아 미사를 하는 신부, 수도자, 신자를 경찰은 강제로 이동하여 한쪽 구석에 감금합니다. 그것을 ‘고착’이라 합니다. 미사, 묵주기도를 하는 동안 공사장에 들어가고 나가는 공사차량만 오면 그렇게 합니다. 고착이 풀리면 우리는 다시 그 자리에 가서 앉습니다. 또 들어냅니다. 그러기를 이십여 차례.

어떻게 미사 중에 사제를 그렇게 들어다 옮겨 고착할 수 있단 말입니까! 경찰병력 투입 9일째인 5월 3일, 도에 넘친 경찰의 탄압을 지켜보던 미사 주례 제주교구 우직한 신부가 제대를 옮겨 정문에 설치하고 미사를 시작했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경찰들이 동원되어 제단을 에워싸고, 제단과 신자들 사이를 격리시켰습니다. 하지만 격리된 채 미사에 참석하던 신자들은 미사의 큰 의미를 깨닫는 것 같았습니다.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강정에 상주하는 저희는 항상 긴장 속에 살고 있습니다. 긴장도 긴 세월이다 보니 병이 됩니다. 탄압을 받지만 그 탄압 속에 기도는 더 간절해집니다.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가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로 구성되어 매주 월 · 화요일 미사를 해왔으나, 요즈음 미사에 오시는 사제들이 극감했습니다. 전국적으로 길거리 미사가 얼마나 많아졌습니까? 대한문 매일미사, 인천 콜트콜텍 노동자 미사, 밀양 송전탑 미사, 평택 쌍용차 철탑 미사……. 사방에 있습니다. 여력이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 강정의 외로움은 가시지 않습니다. 더 많은 사제, 수도자들이 강정을 지원해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각 수도원이 정회원 100명 중 한 분씩만 강정에 파견해주실 수는 없는지 부질없는 바람을 가집니다. 휴가 기간 강정에 오셔서 활동하고 가시는 수도성직자, 신자 분들도 계십니다. 잠자리도 있습니다. 많이많이 다녀가시기를 기대합니다.

문정현 신부 (바르톨로메오, 전주교구 원로사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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