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 기자

지난 사순 시기의 어느 날.
두물머리 지킴이들이 다시 만났다.
930일, 꼬박 미사로 지켰던 그 자리.
전보다 길은 쉬워졌지만 곳곳의 이정표가 사라져
미사 터는 오히려 알아보기 힘들어졌다.
사랑방과 미사 제대가 있던 곳에는
황량하게도 ‘두물머리’ 네 글자를 새긴
큰 돌덩어리 하나가 앉아 있다.

미사를 드리는 중에 몰려든 구름. 그 사이로 빛이 보인다.
빛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실루엣만 남겼다.
두물머리가, 그곳의 사람들이 우리에게 깊은 흔적으로 남았듯이.

빛이 만드는 그림자조차, 그곳에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서있는 곳에 그늘이 진다면, 어디선가 빛이 비추기 때문일 것이다.
빛이 언제, 어디서나 우리 위를 비추고 있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3월 22일,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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