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도민 대책위 “경찰이 불법 비호… 주민들은 끝까지 평화활동 이어갈 것”

제주 강정마을에 일촉즉발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현재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현장에는 제주 지역 전의경 300여 명을 비롯해, 대구 · 부산 · 경기 등 전국에서 파견된 500여 명의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이들은 공사 차량이 오가는 공사장 진입로를 확보하고 일반 통행도 금하고 있다. 현장에는 소방차와 구급차, 경찰 25개 중대가 출동한 상태다. 또 소환불출석자를 포함한 수배자들을 연행하기 위해 마을 안으로 체포조를 투입했으며,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장을 체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병력 다 데려다 놓고, 안 되면 쏴버려. 그래야 이놈들이 못하지.”

25일 오전, 현장에 있던 활동가와 주민들은 이 같은 경찰 무전 내용이 오가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는 현장을 지휘하던 강언식 서귀포경찰서장이 구슬환 서귀포경찰서 경비과장에게 내린 지시사항으로, 경비과장은 이에 대해 “알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 미사 중 홀로 공사 차량을 막고 있는 문정현 신부. 문 신부는 제주 강정마을에 대한 경찰 투입과 연행 사태를 보며 “제2의 황새울인가” 하며 우려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강정마을회)

제주 범도민 대책위 “해군의 불법공사 저지활동 이어가겠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는 25일 미사를 앞둔 오전 10시 30분에 해군기지사업단 정문 앞에서 경찰의 강경대응 방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대책위는 강정 현장에 대한 경찰의 강경 대응 방침에 대해 “각종 현행법를 위한반 불법행위 백화점과 같은 해군기지 공사장을 비호하던 경찰은 그동안 무엇을 해왔는가? 과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범죄행위를 막으려는 노력이 있었는가”하며 비판했다.

이어 “해군이 원하는 충실한 문지기 역할을 하면서 불법행위가 버젓이 드러났음에도 군의 불의와 불법에 대해 경찰 공권력의 대응은 너무나 무력했고, 국민의 재산과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묵인해왔다”고 지적하며, 부당함을 알리고 불법행위를 막으려는 시민에 대한 명백한 탄압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우리는 부당한 해군기지 사업에 저항하며 공권력의 탄압을 받아오는 동안 불의에 굴복한 비굴한 경찰의 모습을 통해 강정마을의 공동체와 제주의 환경, 그리고 우리 시민들의 권리는 결국 우리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음을 확인했다”면서 “앞으로도 해군의 불법공사 저지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며, 정부와 해군의 불법적인 사업이 중단되는 날까지 평화활동을 이어갈 것”임을 천명했다.

경찰 “공사 방해 심각해 법치질서 확립 조치 불가피”

이에 대해 서귀포경찰서는 보도자료를 내고 앞으로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위한 시위로 공공의 안녕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귀포경찰서는 “민군복합항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사업단과 공사장 앞에서 거의 매일 시위를 하고, 장애물을 쌓아 공사차량 출입을 막고 있어 공사업체나 수백 명의 근로자들이 기본권의 침해를 받고,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13.3.14 제주도와 정부간 민군복합항 건설에 적극 협조 지원하는 내용의 협정서가 체결된 이후에도, 공사차량의 출입 방해가 여전하고, 그 피해가 심각할 정도에 이르러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고, 법치질서 확립 차원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현재 제주 해군기지 공사 현장에서는 매일 오전 11시에 미사를 봉헌하고 있지만, 경찰은 1시간 가량의 미사 시간마저 보장해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사 차량의 출입을 막는 활동가와 사제, 수도자들은 매번 현장에서 끌려나오거나 항의한다는 이유로 무차별 연행되고 있다.

한편, 해군은 다음 달부터 항만 내 육상 공사를 시작할 예정으로, 공사 일정을 늦추지 않기 위해서 이번과 같은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 “미사 보장한 적 없다.”  (동영상 제공 / 한경아)

[전문] 해군기지범대위 경찰 강경대응 규탄 기자회견

해군의 불법공사 저지는 정당행위다. 경찰은 공권력 남용 중단하라!

최근 강정현장에 대해 경찰이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그동안 각종 현행법을 위반한 불법행위 백화점 같은 해군기지 공사장을 비호하던 경찰이었다. 이번에는 불법행위를 자진해서 막으려는 시민들을 협박하고 체포하겠다고 한다. 과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범죄행위를 막으려는 노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미 밝혀졌듯이 해군은 강정주민 그리고 우리 국민의 재산인 강정 앞바다를 크게 훼손시켜 놓았다. 그러나 해군은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도 없이 공사를 강행해 왔다. 제주도와 협의한 내용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이는 해군기지 건설사업 허가조건을 위반한 사항으로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이런 해군에 대해 경찰은 그동안 무엇을 해 왔는가.

경찰은 해군이 원하는 대로 충실한 문지기 역할만 했을 뿐이다. 불법행위가 버젓이 드러났지만 경찰은 묵묵히 해군의 하수인 역할에만 열중했다. 군의 불의와 불법에 대해 경찰 공권력의 대응은 너무나 무기력했다. 해군의 불법행위는 국민의 재산과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이지만 경찰은 이를 묵인하였다. 그리고 해군 앞에 머리 숙인 채 오히려 보호해야 할 시민들을 탄압하기에 이르렀다.

강정마을에서 만큼은 자명하다. 정의를 대변하는 공권력은 죽었다. 경찰의 위상을 보여주는 저 제복은 강정에서 만큼은 시민의 권리를 탄압하는 무리의 표상이요, 무궁화를 잡고 나는 참수리 형상의 저 배지는 시민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무리의 표식이다. 시민에게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할 경찰의 공권력은 시민을 강제하는 폭력으로 변하고 말았다.

우리는 지난 6년 동안 강정마을에서 추진된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해 왔다. 우리의 활동은 강정마을의 공동체를 보호하고, 제주의 환경을 지키기 위한 활동이었다. 이는 공공선을 추구하는 우리의 활동목적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활동과정에서도 비폭력의 원칙과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우리의 신념을 지켜왔다.

그러나 경찰은 우리의 정당행위에 대해 부당한 공권력으로 탄압해 왔다. 우리의 활동을 억압하기 위해 과도한 기소가 남발되었다. 공권력 행사과정에서 자행된 폭력행사도 부지기 수였다. 무리한 체포·연행은 지금까지 500여명이 훨씬 넘는 인원수가 이를 증명한다. 경찰 지휘부가 바뀔 때마다 강정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불법시위 운운하며 공권력을 남용해 왔다.

우리는 부당한 해군기지 사업에 저항하며 공권력의 탄압을 받아오는 동안 불의에 굴복한 비굴한 경찰의 모습을 확인하였다. 이는 강정마을의 공동체와 제주의 환경 그리고 우리 시민들의 권리는 결국 우리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음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는 해군의 불법공사 저지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정당한 활동을 경찰이 또 다시 가로막고, 탄압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 시민들을 순간 격리시키고, 체포·연행하고, 심지어 구속까지 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불의에 저항하는 우리 시민들의 신념마저 가두지는 못할 것이다. 강정의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의 간절한 기도마저 짓밟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 자리를 빌려 경찰에 마지막으로 충고한다. 국민을 지키기 위한 소명으로서 선택한 직업이라면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보여주길 바란다. 당신들의 가족을 아끼고 지키듯이 강정주민과 앞으로 여기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주기 바란다.

우리는 강정마을의 평화로운 공동체가 회복되고, 구럼비 앞바다에 돌고래 떼가 자유롭게 노는 그날을 위해 정부와 해군의 불법적인 사업이 중단되는 그날까지 평화활동을 이어갈 것임을 다시 한 번 밝힌다.


2013년 4월 25일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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