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2시 30분 갑곶성지
최기산 주교 노동자주일 담화 “소외된 노동자들에 대한 깊은 연대 당부”

천주교 인천교구(교구장 최기산 주교)가 12회째 ‘노동자주일’을 맞아 오는 28일 강화도 갑곶순교성지에서 기념 미사를 봉헌한다.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준비하는 이번 노동자주일 미사는 오후 2시 30분 갑곶순교성지 성당에서 최기산 주교와 사제단이 공동집전한다. 미사 전에는 심도직물 역사 듣기, 강화 둘레길 걷기와 나눔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한편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는 노동자주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현재 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노동 문제에 대해 교회가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노동하는 사람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천명하고 그러한 존엄성과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들을 알리고, 변화들을 이끌어 인간과 사회의 참된 진보를 보장하는 것이 자신의 직무라고 생각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노동하는 인간> 1항)

최기산 주교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흐름 속에 자본과 시장 중심의 가치가 가장 중요해지고 노동의 소중함과 노동하는 인간의 중요성은 사라졌다”고 지적하며 “지금이야말로 교회의 사회적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노동의 신성한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교회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주교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는 대규모 정리해고로 고통 받는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노동자들에 대한 깊은 연대와 관심으로 신앙에 입각한 올바른 노동관을 정립해야 한다”면서, 노동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용기를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2013년 노동자 주일 담화문


노동은 인간의 ‘품위’를 이루는 기초입니다. (진리안의 사랑, 63항)

인천교구는 지난 2002년 한국 천주교회의 교구 가운데 맨 처음으로 노동자 주일을 선포한 이래 올해로 12번째 노동자 주일을 맞이합니다. 교회는 목수로서 노동을 하신 나자렛 예수님의 삶의 모습에서 드러난 노동의 고귀함과 신성한 가치를 기억하고 노동자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인천교구는 노동자들을 향한 관심과 공장 밀집지역내의 다수의 ‘노동사목’과 이를 지원하는 사제와 수도자, 나아가 교우 여러분들의 끊임없는 수고와 헌신으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노동자 현실과 노동 사목에 대한 저희 교구의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 사회는 대규모 정리해고와 그로인한 노동자 가정의 해체, 나아가 노동자들의 죽음은 노동의 문제가 특정 계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문제 전체의 공동 책임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합니다. 또한 사회적 양극화가 점점 심각해지고 가난한 이들이 늘어나고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사회적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고용 불안을 일으키는 비정규직의 증가, 높은 실업률,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파견법, 청소년 노동인권의 취약함과 열악한 조건 속에서 생활하는 이주 노동자 문제 등 갈수록 악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교회는 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르침을 통해 “노동하는 사람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천명하고 그러한 존엄성과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들을 알리고, 변화들을 이끌어 인간과 사회의 참된 진보를 보장하는 것이 자신의 직무”(노동하는 인간 1항)를 충실히 할 것을 사명으로 함을 언급해 왔습니다. 오늘의 현실에서 이러한 ‘노동의 위기’에 대해 교회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불의한 구조들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보편적인 차원에서 검토하여 변화시키는 일이 요청 되고”(노동하는 인간 2항)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이러한 노동현실에 대해 교회적 가르침에 따라 올바로 이해하며 관심을 가져 진정한 공동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한국사회는 놀랍게 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자본과 시장 중심의 가치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노동의 소중함과 노동하는 인간의 중요성은 사라지는 세상이 되고 있는 듯 보입니다. 마치 사랑과 나눔이 사라지고 공동체 정신은 무너져 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교회는 사회에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교회의 사회적 역할이 절실히 요구되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따라 생명과 노동과 인간의 중심의 가치관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물신주의에 사로잡힌 이 사회가 올바른 가치관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대답해야 하는 책무을 교회는 가지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존엄성과 노동의 신성한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교회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노동헌장 반포 100주년에서 사회적 가르침을 통해 “하느님에 의하여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공동 확신의 일치된 증거를 보여 달라고 교회와 모든 종교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백주년60항)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이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는 현재의 대규모 정리해고로부터 고통을 받고 있는 가난한 이들과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에 대한 깊은 연대와 관심으로, 가톨릭 신앙에 입각한 올바른 노동관을 정립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다시 한 번 노동자 주일을 맞이하여 신자 여러분들의 소외받는 노동자들에 대하여 많은 기도와 관심, 협력을 부탁드리고 아직 노동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작은 희망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여러분, 용기를 잃지 마십니다. 주님은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2013년 4월 28일
천주교 인천교구장 최기산 보니파시오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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