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 기자

“신부님, 대화에 임하십시오.”

2002년 5월 23일 시작된 가톨릭중앙의료원(CMC) 파업은 끝났지만, 파업 내내 당시 강남성모병원 건물에 걸려있던 현수막 문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 4월 11일부터 CMC 노조 조합원들과 해고자 5명은 교회를 향해 또다시 대화를 호소하며 촛불을 들었다. 정년을 코앞에 둔 동료가 올해는 부디 복직되기를,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11년이 지났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거리에서 그 흔한 대화와 소통을 호소하고 있다.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면 그 이유와 죄명이라도 분명히 밝힐 일이다. 피치 못할 이유가 있다면 이해해 달라고 부탁이라도 해볼 일이다.

“우리를 위해 미사를 드려줄 수 있는 신부님은 없겠지요?”

가뜩이나 계절을 배반한 바람이 찬데, 저 말 한마디 듣고 돌아서는 길이 춥고 또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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