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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모습 그대로, 가장 아름다운 하모니를[장애인의 날 기획 ‘보호 대신 자유를’ - 4]
장애 인식 개선 동화 <함께 부르는 정글음악대>

   
▲ 팔다리를 쓸 수 없어 그물침대에 누워있어야 하는 긴 팔 원숭이가 말한다. “나도 함께 노래부르고 싶어요.”

소리합창단 부엉지휘자가 오랜 시간 끝에 합창교향곡을 완성했다. 합창단원을 모으기 위해 정글로 간 부엉지휘자는 앞이 안 보여 날지 못하는 독수리, 입이 너무 커서 노래할 때마다 움츠러드는 하마, 휘파람 소리를 잘 내는 앵무새 등을 만난다. 그리고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서 하루 종일 그물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는 긴 팔 원숭이도 만난다. 긴 팔 원숭이는 “선생님, 저도 다른 동물들이랑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라면서 노래를 들려준다.

부엉지휘자의 불평쟁이 비서 딱따구리는 “옆에 설 수도 없는에 어떻게 함께 노래를 하냐”며 불가능을 말하지만 부엉지휘자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한다. 동물들은 함께 모여 긴 팔 원숭이와 함께 노래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러다 무대 위에서 원숭이가 앉을 수 있도록 나무의자를 만들기로 한다. 동물들은 힘을 모아 의자를 만들고 긴 팔 원숭이를 어디든 데려갈 수 있도록 바퀴도 만든다.

연습이 시작됐다. 앞이 보이지 않는 민머리 독수리가 박자를 맞추지 못하자 동물들은 고민한다. 옆에 있던 딱따구리가 부리로 소리를 내 박자를 맞추기로 한다. 불평쟁이 딱따구리는 처음엔 귀찮고 싫었지만 막상 호흡을 맞추기 시작하자 보람차고 행복해진다.

어느 여름 날, 열심히 연습한 정글음악대는 무대에서 공연을 펼친다. 정글에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장애인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재능이 있어야 하는 사람’도 아니다

   
▲ ‘함께 부르는 정글음악대’의 작가 이애리 씨 (사진 제공 / 이애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사장 김성재, 이하 연구소)가 2012년에 발간한 <함께 부르는 정글음악대>(글 이애리, 그림 김경)의 스토리다. 연구소는 2003년부터 비장애 어린이들의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매년 한 권씩 동화책을 만들었다. 올해는 총상금 300만원을 걸고 처음으로 공모전을 열어 심사에 들어갔다.

<함께 부르는 정글음악대>의 작가 이애리 씨는 “이 작품을 쓰기 전, 비장애 어린이들에게 잘못된 장애 인식을 심어주는 요소는 무엇이고 제대로 된 방향은 무엇인지 연구했다”고 말했다.

“기존 작품들에 보였던 잘못된 장애 인식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장애인은 잘 도와줘야 하는 사람이다’였고, 다른 하나는 ‘이 사람은 이 장애가 있는 대신 다른 게 특별해. 그러니 사랑받을만한 가치가 있다’였어요. 장애를 가진 이가 뭔가 다른 특별함을 보여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는 이야기는 잘못된 인식을 불러일으켜요. 장애인도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존중받는 것이지 무언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존중받는 게 아니거든요.”

이애리 씨는 “돕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며 “우린 서로서로 부족한 걸 메우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사람의 정체성이 ‘도와줘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씨는 “어린이들이 장애인을 ‘도와줘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도 좋은 방향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동화에서 긴 팔 원숭이는 ‘노래하고 싶다’는 자기 의지를 드러낸다”면서 “장애 당사자도 긍정적인 자기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게 중요해요”

   
 
<함께 부르는 정글음악대>에는 비장애 동물들과 장애를 가진 긴 팔 원숭이가 이원화 된 이야기가 아니다. 장애가 없어도 ‘난 할 수 없어’ 하고 스스로를 가둔 하마도 등장하고, 매사에 부정적인 딱따구리도 등장한다. 긴 팔 원숭이는 다양한 동물 중 하나일 뿐이다.

“매사에 부정적인 딱따구리도 독수리를 도와주면서 변해요. 초등학교에서 이 동화를 영상 시연 했을 때 아이들은 긴 팔 원숭이에게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딱따구리에도 많이 집중했어요.”

이애리 씨는 연구소가 이 작품으로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했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통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통합반에서는 ‘여러분이 부엉지휘자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에 ‘난 장애인은 무조건 싫어요’라는 마냥 부정적인 대답과 ‘장애인들도 같이 해야 해요’라는 마냥 이상적인 대답이 나와요. 하지만 통합반에서는 ‘저는 마음이 힘들 것 같아요. 평생을 만들었는데 박자 못 맞추고 그러면…’ 하는 솔직한 답변도 나오고,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기도 해요. 장애가 있는 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을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함께 살아가는 게 중요해요.”

<함께 부르는 정글음악대>는 연구소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문의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02-2675-8671)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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