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노래-19]

ⓒ임의진

우체국에 다녀왔습니다.
가로수들도 그대로 있고
우체국도 그대로 있는데
내 마음만 오늘은
세상에 대하여
그대를 향하여
조금 슬펐습니다.
그래도, 슬픔 또한 아름다운
사람의 감정이기에
가슴에 가만 안고서
우체국을 다녀왔습니다.
차들이 앞뒤로 달렸지만
부딪치지 않고 잘 다녀왔습니다.
나는 이 슬픔 또한
아무데도 부딪치지 않고
제 길들 곱게 가리라 믿습니다.
라디오에서도, 보십시오
비발디의 사계(四季)가 흐르지 않습니까?
오늘 내 곁으로 왔다가
멀어져간 우체국처럼
우체국 가는 길의 가로수처럼
까닭 모를 나의 슬픔 또한
그렇게 흘러갈 것입니다.
 

 
 

관옥 이현주
목사, 동화 작가, 번역가. 동서양을 아우르는 글들을 집필하고 강의도 하고 있다. <콩알 하나에 무엇이 들었을까?> 등의 동화와 <대학 중용 읽기> <길에서 주운 생각들> <이아무개의 장자 산책> <예수의 죽음> <지금도 쓸쓸하냐> <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라> <보는 것마다 당신> 등을 썼다. 역서로는 <배움의 도> <바가바드 기타> <예언자들> 등이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