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 또다시 소란이 일었다. 서울 중구청 직원들은 꽃과 흙을 무더기로 가져와 지난 4일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고 만든 화단을 확장했다. 이에 항의하던 노동자 두 명은 경찰에 연행됐다.
그런데 대한문 앞은 원래 꽃밭이었다. 1년 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먼저 떠난 동료들을 그냥 보낼 수 없어 분향소를 차렸을 때, 그곳은 하얀 국화 밭이었다. 사람들은 살아남은 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살아 있음’을 상징하는 색색의 화분을 들고 대한문을 찾았다. 어떤 이들은 천 조각을 이어 꽃처럼 아름다운 마음을 수놓아 분향소 위에 내걸기도 했다.
공무원의 손길이 느껴지는 인공 화단에서 꽃향기는 날지 몰라도 사람 향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노동자의 작업화에서 자라던 작은 꽃나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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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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