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예수회 청년토크 … 최용진 신부가 전하는 신앙과 삶

“기도를 열심히 하면 암이 없어질까요?”

천진난만한 질문이라고 코웃음을 칠지 몰라도 많은 신자들이 기도를 하면서 한번쯤 이런 질문을 떠올렸을 것이다. ‘수능 시험을 잘 쳐서 꼭 대학에 붙게 해주세요.’ ‘엄마가 건강을 회복하게 해주세요.’ ‘내가 짝사랑하는 그 사람이 저를 좋아하게 해주세요.’ 십자가 앞에 두 손을 모으고 묵주 알을 수없이 매만지다보면 마음 한구석에 의문이 자라기 시작한다. 이렇게 간절하게 기도를 하면 기적처럼 소원이 이루어질까?

4월 6일 서울 예수회센터 이냐시오카페에서 열린 청년토크에 강연자로 초대된 최용진 신부(서울대교구 성령쇄신봉사회)는 청년들에게 기도에 앞서 “내가 원하는 것을 주님께서도 원하시는지 생각해보라”고 당부했다.

▲ 4월 예수회 청년토크가 ‘기도 열심히 하면 암이 없어질까요?’를 주제로 열렸다. 강연자로 초대된 최용진 신부는 “기도는 하느님께 물음을 던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진 기자

“사랑하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궁금해 하는 것처럼 우리도 하느님이 무엇을 원하시는지 물음표를 던져야 합니다.”

물음을 던지는 과정이 곧 ‘기도’다. 최 신부는 “물음을 많이 던질수록 믿음이 단단해진다”고 말했다. 살면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는 것이야말로 “신앙생활을 가장 잘 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최 신부는 신앙을 거센 파도에도 침몰하지 않는 ‘배’에 비유했다. 사람들은 인생에 파도가 몰아칠 때마다 파도를 잠재워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한다. 그러나 인생이 끝나는 날까지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파도가 아무리 높고 거칠게 쳐도 하느님은 파도를 없애지 않으신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신앙의 배는 어떤 파도를 만나도 결코 침몰하지 않는다는 하느님의 약속이다.

“가장 큰 파도인 죽음조차 그 배를 침몰시키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 약속하셨기에 그 배는 목적지 항구, 즉 하느님 나라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를 통해 내가 원하는 바가 이루어질지 아닐지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분의 사랑을 믿고, 그분이 무엇을 원하시는지 계속해서 물으며, 그분의 뜻에 따라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최 신부는 “내가 붙잡고 놓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연 후 나눔 시간에서 청년들은 자만심과 열등감, 욕심, 인정받고 싶은 욕구, 이성적으로만 통제하려는 마음 등을 ‘내가 붙잡고 놓지 못하는 것’으로 꼽았다. 한 참가자는 “그동안의 기도가 하느님의 뜻에 적합한지, 아니면 내 욕심에 치우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겠다”면서 “기도가 하느님의 응답 여부와 관련 없이 그 자체로 의미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 예수회 청년토크는 매월 첫 토요일 오후 2시 예수회센터 이냐시오카페에서 열린다. ⓒ한수진 기자

최 신부는 청년토크 마지막 순서로 봉헌된 미사에서 청년들에게 자신을 위한 기도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청년들은 미리 준비한 보편지향기도 대신 한 명씩 돌아가며 타인과 세상을 위한 짧은 기도를 바쳤다. 절친한 친구의 취업부터 대한문 분향소가 강제 철거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복직, 전쟁 위협으로 불안한 한반도의 평화까지. 청년들은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일지 묻고 그 답을 기도로 표현했다.

다음 달 청년토크는 ‘쪽박연애와 대박결혼, 또는 그 반대에 대하여’를 주제로 결혼생활 24년에 세 아이의 부모인 유선근 · 김진희 부부의 강연을 듣는다. 청년토크는 예수회에서 마련한 청년프로그램으로 매월 첫째 토요일 오후 2시 예수회센터 이냐시오카페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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