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사제단, 매일 오후 6시 30분 대한문 앞에서 미사 이어가기로

▲ 5일 쌍용차 분향소가 철거되고 화단이 만들어진 대한문 앞에서 미사가 봉헌됐다. ⓒ문양효숙 기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 이하 사제단)이 쌍용차 해고자들의 분향소가 강제 철거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8일부터 매일 미사를 봉헌한다.

4일 새벽 서울 중구청이 강제 철거를 집행한 후 소식을 듣고 온 사제와 신자, 시민들은 5일부터 대한문 앞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철거 후 분향소를 지키고자 하는 시민 · 노동자들과 공권력은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으며, 경찰은 현재까지 사제와 시민을 포함해 총 56명을 연행했다. 또한 노동자들은 중구청이 분향소를 철거하고 조성한 화단 앞에서 비닐 한 장, 침낭 하나 없이 밤을 지세우고 있다.

이에 사제단은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노동자들을 지키고자 한시적으로 매일 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매일 오후 6시 30분 대한문 앞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8시까지 분향소 터를 지킬 예정이다.

“세상에서 가장 추한 꽃밭 앞에서 미사를 봉헌한다”

강제 철거 후 첫 미사를 봉헌한 5일 저녁, 이강서 신부(서울대교구)는 “우리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추악한 꽃밭 앞에서 미사를 봉헌한다”며 “이곳은 23명의 희생자가 생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한 맺힌 외침으로 지켜온 곳이다. 그러나 어제 새벽부터는 인간성이라는 알량한 가치를 헌신짝 버리듯 내버린 참사의 현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신부는 “우리는 이 아픔을 혼자 감내하고 울음을 삼킬 수 없어서 달려왔다”면서 “지금도 피눈물 흘리고 짓밟히는 예수님이 바로 이곳에 계시기 때문에 우리는 이곳에서 미사를 봉헌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믿음이 박제된 믿음이나 아름답고 안전한 성전에서만 고백하는 신앙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증거하게 되길 바란다”며 “쌍용자동차 해고자 뿐 아니라 이 땅의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 어떻게 취급당하는지 똑똑히 증거하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사에 참석한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이사 이호중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법은 그저 폭력일 따름이다. 정부는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의 마지막 몸부림에 이렇게 밖에 대응할 수 없는가” 하며 안타까워했다. 정신의학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이 화단은 꽃밭이 아니라 가진 사람들의 돈 그릇이다. 우리 사회에 가졌던 작은 희망과 신뢰가 무너졌다”며 절망감을 드러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김정욱 씨는 “가슴이 너무 아프다”면서 “분향소가 보기 싫다면 쌍용자동차 문제를 해결하면 될 것 아닌가? 어떻게 이렇게 소통이 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4일 연행됐던 서영섭 신부(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등 40여 명은 5일 석방됐으나, 검찰은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8일 오후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김 지부장의 구속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탄원서를 보내고 있다. (팩스 : 민주노총 02-2635-1134)

▲ 중구청은 화단을 만들고 노동자와 시민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펜스를 쳤다. ⓒ문양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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