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종교의 향기-7] 다큐 ‘모래가 흐르는 강’ 감독, 지율 스님

▲ 지율 스님이 3월 25일 다큐 ‘모래가 흐르는 강’ 시사회에서 내성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강한 기자
“강은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

28일 개봉하는 다큐 <모래가 흐르는 강>을 만든 지율 스님이 던지는 질문이다. 2008년 4대강 착공식 뉴스를 보고 산에서 내려온 지율 스님은 물길을 따라 걸으며 강이 변하는 모습을 촬영했고, 2011년부터는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 가장자리에서 살았다. 스님의 카메라에는 상류의 영주댐 건설과 하류의 낙동강 4대강 사업으로 변해가는 ‘내성천’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강이 우리에게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스님은 스스로 답한다.

“슬프게도 그동안 강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치 씨방에서 터져 나온 꽃씨들이 모태의 기억을 잊어버리듯 우리는 강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4대강 사업은 그런 우리의 망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에서 열린 배급위원 시사회에 참석한 지율 스님은 “눈에 아프도록 공사를 하는 4대강 현장을 보고도 지천이 살아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국 자연은 우리의 시행착오를 비웃으며 자기 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를 비웃듯 4대강 사업이 끝날 무렵 지천을 대상으로도 후속 사업이 시작됐다.

이대로 가면 지천은 지천대로, 본류는 본류대로 망가져 강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게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더구나 금빛 모래가 흐르는 106.29㎞ 길이의 내성천은 올 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는 영주댐 건설과 함께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위기에 처한 내성천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하는 지율 스님의 목소리가 떨렸다.

“댐으로 물이 막히자 이미 있던 모래가 떠내려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어요. 강이 거칠어질 뿐만 아니라 수심이 낮아지고 있어요. 올해가 가면 더 많은 모래가 쓸려내려 갈 것입니다.”

▲ “상류에서 쉼 없이 흘러내린 모래는 하류에 퇴적되어 광활한 모래 습지를 만들고 맨발로 걸을 수 있는 90㎞의 흰 물길을 선물했다. 그러나 지금 수억 년 물길이 만든 이 아름다운 모래강은 단 한 번도 강가에 내려서 본 일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사진 / 다큐 ‘모래가 흐르는 강’ 갈무리)

스님은 위급한 마음에 영상 편집을 서둘렀고 거의 6개월 만에 다큐 <모래가 흐르는 강>이 완성돼 선보이게 됐다. 그 영상은 소박하고 조용하다. 4대강 사업과 내성천, 영주댐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알려주고 판단을 도와줄 만한 다큐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무심한 도시인들에게 “우리 곁에 이토록 아름다운 강이 있었다”고 알려주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10분은 송사리떼와 피리, 누치, 초록 물가의 검은등할미새, 원앙, 먹황새, 청둥오리, 수리부엉이, 수달처럼 이제는 우리 곁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동물들을 품은 내성천의 모습을 정성껏 기록했다. 마치 그 동물들 하나하나가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을 앞세운 우리 인간에게 묻는 것 같다.

“강은 여러분에게 무엇입니까?”

지율 스님은 “이 영화는 시종 저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었다”고 말했다. “개발업자들은 강에서 무엇을 봤을까? 이대로 간다면 내성천은 어떻게 변하는 것일까? 그리고 낙동강에 어떤 영향을 줄까? 그런 질문들을 던지며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이 질문들의 해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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